[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한국에겐 졸전이었을지 모르지만 말레이시아에겐 최고의 경기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5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에서 3-3으로 비겼다.

FIFA(국제축구연맹·피파)랭킹 130위인 말레이시아가 23위 한국을 꺾은 점을 조명하지 않을 수 없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PSG),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 등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대거 포진한 한국을 동남아시아의 약체 말레이시아가 무승부를 거둔 것이다.

기록만 보면 한국이 압승을 거둬야 하는 경기였다. 말레이시아는 공 점유율이 19%에 그쳤다. 슈팅 수는 7개로 한국(18개)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다만 유효슈팅은 4개로 한국(8개)보다 확률이 높았다. 한국이 코너킥을 20개를 얻은 반면 말레이시아는 단 1개도 얻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한국과 같은 3골을 넣었으니 대단한 성과다. 전반에는 공만 잡으면 무작정 내달리는 투박한 경기력을 보였지만 후반 들어 역습 상황을 놓치지 않았다. 3골 모두 사실상 역습 상황에서 나왔다. 전술은 부족했지만 공격수들의 스피드는 재빠르고 슈팅은 날카로웠다. 최고 수비수 김민재마저도 막을 수 없었다.

말레이시아는 아시안컵과 인연이 적다. 이번 대회까지 총 4번 본선에 진출한 게 전부. 이 대회전까지 3번의 대회에서 7골을 넣고 20골을 내줬다. 이번 대회에 앞서 가장 최근 출전은 2007 아시안컵으로 이때 인도네시아·태국·베트남과 함께 아시안컵을 공동 개최해 개최국 자격으로 대회에 출전했다. 3경기에서 12골을 내주고 1골만 넣은 채 3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이번 카타르 대회는 44년만에 자력으로 진출한 아시안컵이다. 김판곤 말레이시아 감독은 후반 15분 동점골이 터지는 순간 두 손을 번쩍 들고 기뻐했다. 말레이시아는 이날 무승부로 승점 1(1무 2패)을 따냈다.

김판곤 감독은 경기 후 “엄청난 결과를 따냈다”고 만족해했다. 그는 “우리로선 환상적인 결과를 얻었다. 선수단은 물론 정부와 모든 사람에게 감사드린다"라며 "영광스러운 경기였다"고 했다.

김판곤 감독은 2022년 1월 말레이시아 대표팀 지휘봉을 맡기 전까지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고전하긴 했지만 후반전에는 우리가 스코어를 뒤집었다. 엄청난 결과였다. 그래도 한국이 모든 것을 지배했다. 최고 수준의 팀을 잘 경험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의 수준은 정말 높다. 한국은 결승까지 갈 수 있고, 우승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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