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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웃음, 축구팬은 안 보이나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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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웃음, 축구팬은 안 보이나 [기자의 눈]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4.02.1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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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제시 린가드(32·잉글랜드)의 프로축구 K리그 FC서울 입단식이 열린 지난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취재진의 모든 눈길이 쏠린 채 등장한 린가드는 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에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걸어왔다. 문화권이 달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새 팀에서의 각오 등을 밝힌 그는 기자회견이 끝나기 직전, 갑자기 통역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했다. 그는 “서울의 팬인 ‘수호신’ 여러분, 만나기 기대하고 경기장에서 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호신은 FC서울 서포터즈다. 팬을 위해서 열심히 하겠다는 뜨거운 마음이 담겨 있는 한마디였다.

위르겐 클린스만(60)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연이은 ‘웃음’으로 비판을 받았다. 요르단과의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을 마친 뒤에는 미소를 지으면서 요르단 감독과 악수했다.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도 환한 미소와 함께 아예 손을 번쩍 들면서 팬들에게 인사했다. 아시안컵 우승 감독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축구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 일정을 마친 뒤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그는 지난해 2월 감독 취임 후 줄곧 “아시안컵 우승이 목표”라고 말해왔지만 대회 내내 전술 부재에 시달렸고 결국 표를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 사과한마디 하지 않았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PSG)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원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경기를 뛴 선수는 사과를 하는데, 선수를 책임지는 감독은 웃고만 있는 것이다. 밤새도록 경기를 지켜보고 한국을 응원한 팬을 잊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행동이다. 문화권이 다르다 하더라도 그의 자세는 납득하기 어렵다.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은 팟캐스트 ‘매불쇼’에 출연해 “유럽에서도 (졌는데 웃으면) 난리 난다”며 “선수들은 숨이 넘어갈 때까지 (경기장에서) 뛰는데 감독이 웃으면 (경기장) 밖에서 보기엔 팀 분위기가 뭐지? 감독은 절실하지 않나? 이상한 메시지가 전달된다.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는데 감독이나 선수가 웃는다? (팬과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는다”고 했다.

그는 "사퇴 의사가 있나"는 질문에 "나이스 퀘스천"(좋은 질문)이라며 웃어 보인 후 “저도 여러분만큼 이번 대회 우승을 너무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준결승전에선 요르단이 훨씬 더 좋은 팀이었고, 결승에 진출할 자격이 충분히 있었다"며 "준결승까지 진출한 것을 실패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축구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 일정을 마친 뒤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축구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 일정을 마친 뒤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게다가 요르단전을 마친 후 “목표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더 많이 분석할 필요가 있다. 대회의 모든 경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던 클린스만 감독은 귀국 후 불과 이틀 만인 지난 10일 거주지인 미국으로 떠났다. 귀국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귀국 후 취재진에 밝힌 일정보다 빨리 떠난 것이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이번 주 안으로 전력강화위원회를 개최해 아시안컵을 돌아보고 대표팀 운영 전반을 논의한다. 축구협회는 12일 "이날 오전 축구협회 황보관 기술본부장과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이 아시안컵과 관련해 미팅을 가졌다"라며 "이번 주 안에 전력강화위 위원들의 일정을 조정해 아시안컵에 대한 리뷰 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력강화위 논의의 초점은 경질 위기에 몰린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평가에 맞춰질 전망이다. 이 자리에 클린스만 감독이 참여할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다.

클린스만 감독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대표팀 사령탑에서 경질해야 한다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등장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클린스만 감독 비판에 가세했다. 2026 FIFA(국제축구연맹·피파) 북중미 월드컵 개최까지 남은 시간은 2년 4개월. 클린스만 감독이 취임한 지 이제 1년이 됐다. 축구협회의 결단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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