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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영리한 'TV 예능 살리기'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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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영리한 'TV 예능 살리기' [기자의 눈]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4.02.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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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명절은 지상파 3사가 파일럿을 통해 새로움을 시도하는 도전의 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제작비, 제작 환경, 연예인 섭외 등 여러 문제가 부딪히며 명절 특선 영화, 드라마 몰아보기, 가수 콘서트 등 비교적 품이 덜 드는 특집 방송들이 자리를 꿰찼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시청률을 지닌 프로그램들로 위험 요소를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올 설 연휴 역시 KBS는 '진성 빅쇼 복(BOK), 대한민국'을 유일한 설 특집 방송으로 내세웠고 SBS는 기존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의 설 특집 '골 때리는 그녀들, 골림픽'을 송출했다. 온 가족이 TV 앞에 앉아 담소를 나누기에는 다소 밋밋한 편성이었다.

방송사가 파일럿 제작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이득을 본 곳은 되려 OTT다. 4일간의 설 연휴를 겨냥해 신규 예능 '크라임씬 리턴즈'를 선보인 티빙은 공개와 동시에 유료가입자수를 대폭 늘렸다. X(구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가 '크라임씬 리턴즈' 시청 후기로 뒤덮일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특히 기존 팬덤뿐만 아니라 신규 시청자까지 사로잡으며 이전 시리즈 정주행 열풍까지 불고 왔다. 이는 새로운 예능을 원하는 시청자 니즈가 여전하다는 방증이었다.

[사진=MBC 제공]
[사진=MBC 제공]

이런 흐름 속에서 MBC는 올 설 연휴 동안 두 편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예능 심폐소생에 나섰다. 그중 음악 예능 '송스틸러'는 갖고 싶은 남의 곡을 대놓고 훔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신개념 음악 프로그램으로, 일반적인 경연·오디션 예능과 달리 스틸러와 원곡자 간의 커버곡-방어전이 펼쳐지는 독특한 구성을 펼쳤다. 이홍기, 정용화, 선우정아, 웬디, 임정희, 이무진 등 뛰어난 가창력을 가진 가수들이 출연해 귀를 호강하게 만들며 '나는 가수다', '복면가왕'을 잇는 음악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았다.

그런가 하면 전현무가 직접 기획에 참여한 토크 예능 '뭐먹을랩'도 눈길을 끌었다. '뭐먹을랩'은 음식연구를 하고 싶은 전현무의 자아실현을 위해 의기투합한 본격 음식 토크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박나래, 이장우와 음식 연구 모임 '팜유즈'를 결성할 만큼 음식에 진심인 전현무가 MC 및 기획자로 나섰다. 탕후루, 삼겹살 등 한국인에게 친숙한 먹거리를 다양한 시선으로 풀어낸 방송은 문정훈 서울대 교수,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 박상영 작가, 이원일 셰프가 출연해 전문성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파일럿의 끈을 놓지 않는 MBC는 TV 예능 암흑기를 돌파하고자 다채로운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는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 '놀면 뭐하니?', '구해줘 홈즈', '솔로동창회 학연' 등으로 덱스, 김대호, 주우재, 영케이 등 예능 인재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여기에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를 성공적으로 런칭, 세 시즌에 걸쳐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무엇보다 젊은 PD를 메인 연출자로 기용하면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시각을 더했다. 또한 OTT와 유튜브가 친숙한 MZ세대를 위해 개설한 '태계일주 베이스캠프'는 본편 편집 영상 및 비하인드를 업로드해 최고 28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사진=M드로메다 스튜디오 제공]
[사진=M드로메다 스튜디오 제공]

MBC는 올해 젊은 감각을 적극 수용한 '플랫폼 경계 부수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 예능과 TV 예능의 경계를 지우고 소위 '잘 나가는' 콘텐츠를 방송으로 끌어오는 역수입 형태를 활용하는 모습이다. MBC 콘텐츠사업본부 산하 웹예능 채널 M드로메다 스튜디오의 '청소광' 방송 진출이 시작점. 그룹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멤버 브라이언의 깔끔한 성격을 내세운 예능 '청소광'은 거침없는 입담과 속이 후련해지는 청소 실력으로 시청자를 열광하게 만들었다. 

'청소광'은 공개되는 회차마다 100만 조회수를 돌파하며 반짝인기를 넘어 탄탄한 팬덤을 지닌 예능으로 변모했다. 이에 지난 13일 공개된 16회를 끝으로 런칭 4개월 만에 TV판 제작을 확정했다. 3일 방송된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는 콘텐츠크리에이터 곽튜브의 집 청결상태를 확인하는 브라이언을 통해 TV판 맛보기를 보여주며 시청자 호응을 확인했다.

이러한 MBC의 선택은 방송 편성을 통한 파일럿 제작이 어려운 지상파 환경에 돌파구를 제시한다. '방송은 방송에서'가 '방송을 OTT·유튜브에서도'로 바뀐 것처럼 'OTT·유튜브를 방송에서도'가 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다. 젊은 세대의 시청 방식이 바뀌었다면 마냥 방송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방향성을 재설정하고 그들이 스스로 찾아오게 만들면 된다. 방문 판매가 괜히 영업의 꽃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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