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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도 못버티는 여자축구대표팀, '희망고문' 안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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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도 못버티는 여자축구대표팀, '희망고문' 안되려면?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6.14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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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월드컵 첫 승점 '윤덕여호' 브라질전 이어 코스타리카전도 2실점…미국 봉쇄했던 압박까지 사라져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미국전에서 보여줬던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수비는 어디로 갔는가.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잘 싸우고도 2경기 연속 수비 불안에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코스타리카와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E조 리그 2차전에서 전가을의 역전골로 승리를 눈앞에 뒀지만 후반 44분 통한의 동점골로 2-2로 비겼다.

한국은 2경기에서 4실점했다. 4실점이 모두 브라질, 코스타리카의 개인기에 수비가 무너져서가 아니라 수비가 순간 집중력을 잃으면서 실수했다는 점은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4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 2015 FIFA 여자월드컵 E조 2차전에서 2-2로 비긴 뒤 서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수비 조직력·의사소통 실종, 윤덕여호의 뒤가 뚫렸다

미국과 평가전에서 보여줬던 한국 대표팀의 수비는 비교적 탄탄했다. 하지만 브라질전에서 한국은 김도연과 지소연의 백패스로 실점하면서 0-2로 졌다.

윤덕여 감독은 김도연의 마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심서연의 짝으로 황보람을 기용했지만 뒷공간이 활짝 열려버렸다.

전반 17분 세트 플레이 상황에서 수비수들이 서로 볼 처리를 미루다가 멜리사 에레라에게 선제 실점했다. 위험지역도 아닌, 하프라인 근처에서 나온 긴 프리킥 크로스를 놓치면서 에레라에게 어이없이 골키퍼 키를 넘기는 슛을 내주고 말았다.

서로 볼 처리를 미뤘다는 것은 수비수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마치 야구에서 외야 플라이가 나왔을 때 서로 잡겠다고 콜을 하지 않다고 공을 놓치는 것과 같다.

통한의 2-2 동점골을 내주는 과정도 비슷했다. 2-1로 앞섰기 때문에 공격을 하면서도 뒤를 단단하게 잠궈야 하는 상황에서 공격 라인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심서연과 임선주 사이를 빠져들어가는 칼라 빌라로보스에게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 지소연(오른쪽)이 14일(한국시간) 코스타리카전에서 상대 수비를 제치고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공격에서도 아직까지 완전치 않았다. 전가을-강유미 좌우 측면의 돌파는 매우 활발했고 이은미-김혜리 등 좌우 풀백의 오버래핑도 좋았지만 지소연이 아직 살아나지 못했다.

지소연은 전반 21분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1-1 균형을 맞추는 골을 넣긴 했지만 아직 상대의 집중 수비에 막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해외 언론은 한국에 대해 "지소연이 막히면 공격 위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평가했는데 이것이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그동안 대표팀은 '지소연 원맨팀'이 아니기 때문에 지소연이 막히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현실이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방 스트라이커인 유영아의 도움이 필요한데 두 선수 사이의 호흡이 좀처럼 맞지 않았다. 유영아가 위아래로 활발하게 움직이지 못하니 지소연이 고립되는 경우가 잦았다.

◆ 스스로 어렵게 만든 한국, 스페인전 필승만이 답

이제 문제는 스페인전이다. 아직 90분이 남아있다고는 하지만 그 90분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 스페인과 비기고 코스타리카가 브라질에 져 세 팀이 2무 1패가 되더라도 골득실이 -1인 스페인이 -2인 한국보다 앞선다. 코스타리카가 브라질에 대패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은 조 3위에 불과하다.

A조 중국 또는 네덜란드, B조 태국, C조 스위스 또는 카메룬, F조 잉글랜드 또는 프랑스 등 이미 4개조에서 승점 3을 챙긴 조 3위가 나왔다. 승점 2로는 와일드카드로 16강에 나갈 수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 스페인전 승리뿐이다. 코스타리카가 브라질을 꺾는 대이변이 나오지 않는다면 한국은 스페인을 꺾기만 해도 조 2위로 16강에 나갈 수 있다. 이변이 나오더라도 와일드카드가 유력하다. 그러나 스페인을 이기지 못한다면 다른 경기 결과를 볼 것도 없이 그대로 탈락이다.

윤덕여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오늘 따낸 승점 1이 16강 진출에 큰 변수가 될 수 있어 한국 여자축구 역사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우리가 원했던 승점 3이 아니라 1이어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득점을 올린 전가을과 지소연이 골을 넣어 매우 기쁘다. 골을 넣은 기분만큼은 스페인전까지 이어져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좋겠다"고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스스로 16강 진출을 어렵게 만든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각성이 필요할 때다. 스페인은 FIFA 여자축구랭킹 14위로 한국(18위)보다도 높다. 그러나 수비 조직력만 회복된다면 넘어서지 못할 상대는 아니다.

무실점으로 스페인 공격을 막아낸다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단 한 골이면 16강에 나갈 수 있다. 지소연이 살아나고 뒷공간을 속수무책으로 내주는 실수만 반복되지 않는다면 16강 진출 가능성은 충분하다.

▲ 심서연(왼쪽부터), 권하늘, 김정미가 14일(한국시간) 코스타리카와 2015 FIFA 여자월드컵 E조 2차전에서 2-2로 비긴 뒤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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