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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도 100%' 땀으로 빚었다, 염경엽 200승이 경이로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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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도 100%' 땀으로 빚었다, 염경엽 200승이 경이로운 이유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7.30 0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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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즌 채 지나지 않아 대업 이룬 염경엽 감독, "남다른 열정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스포츠Q 이세영 기자] “선수들이 스스로 야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만들어 주는 게 지도자가 해야 할 첫 번째 도리라 생각합니다.”

산전수전을 겪은 수장의 근엄한 목소리에서 야구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염경엽(47)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세 시즌이 채 끝나지 않은 가운데 200승을 올린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수많은 땀과 노력이 빚은 결정체가 바로 200승이었다.

염경엽 감독이 지휘하는 넥센은 29일 KBO리그 목동 kt전에서 김대우와 박병호의 투타 활약에 힘입어 6-4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염경엽 감독은 시즌 50승(40패 1무) 고지에 오름과 동시에 통산 200승을 달성했다. 2013년부터 팀을 지휘한 이래 347경기 만에 이룬 대업이다.

▲ 염경엽 감독이 29일 KBO리그 목동 kt전을 승리하며 개인 통산 200승을 달성했다. 경기 후 박수를 치고 있는 염경엽 감독.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염 감독은 지난 26일 잠실 kt전에서 200승을 수확한 양상문 LG 감독에 이어 KBO리그 24번째로 200승의 영광을 맛봤다. 염 감독의 통산 전적은 200승 142패 5무. 승률은 0.585다.

◆ 지도자로 성공한 비결은 '열정'

염 감독은 2000년 현역 은퇴 후 스카우트 등 프런트로 활동하다 2007년 현대 유니콘스 수비코치를 시작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현대가 해체된 후에는 LG 스카우트를 맡았고 이후 운영팀장으로 재직, 다시 프런트로 돌아갔다. 그러던 중 2011년 말 넥센에서 작전·주루코치 제의를 받아 이를 수행한 염 감독은 이듬해 팀 도루 1위를 달성한 공로로 김시진 전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2013년 염경엽 감독이 처음으로 넥센 지휘봉을 잡을 때만해도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코치 경험이 적은 지도자에게 사령탑 자리를 줬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자신에 대한 평가를 오직 실력 하나로 뒤집었다. 선수에 대한 분석과 작전, 선수단 운영능력 등이 탁월한 것으로 잘 알려진 염 감독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에 몰두했다. 염 감독의 노트를 보면 흡사 ‘야구학문’을 닦는 사람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빼곡히 필기돼 있다.

남들만큼 해서는 그 정도 밖에 머물 수 없다는 게 염 감독의 지론. 그는 자다가도 생각나는 게 있으면 벌떡 일어나 노트에 필기하곤 했다. 이것이 지도자로서 성공한 비결이란다.

“그 정도 열정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선수들도 숙소에 가서 시즌에 대한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타자들은 자다가도 머릿속을 스치는 게 있다면 일어나서 배트 한 번 더 휘둘러야 하고, 투수들 역시 자다가 무언가 떠오르면 당장 일어나 섀도 피칭이라도 해야 합니다. 이런 게 쌓이면 분명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습니다.”

▲ 염경엽 감독(왼쪽)이 29일 KBO리그 목동 kt전을 승리한 뒤 손승락으로부터 200승 기념구를 받고 있다.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염 감독은 선수시절 그리 빼어난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1991년 태평양 시절부터 현대 유니폼을 입기까지 10년간 뛰었는데, 통산 타율이 0.195에 불과했다. 1996년 이후부터 주로 대주자나 대수비로 기용된 염 감독은 83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빠른 발을 자랑했다. 하지만 그는 당초 생각했던 10년을 채운 뒤 미련 없이 그라운드를 떠났다.

잠시 선수시절을 떠올린 염 감독은 “그때는 주전 자리를 쉽게 꿰찼다. 모든 것을 수월하게 얻다보니 요즘 말로 ‘스타병’에 걸리더라”며 “집 앞에 팬들이 항상 진을 치고 있어서 차를 타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렇게 현재에 만족한 채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보낸 염 감독의 성적은 조금씩 떨어졌고 결국 백업 신세가 되고 말았다.

◆ "선수가 운동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해야"

은퇴 후 꽤 오랫동안 방황한 염 감독은 어느 순간 자신이 남 탓만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고 그 길로 지도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전에 열심히 살지 않았던 것을 만회하기 위해 야구에 올인했다. 넥센 감독이 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감독이 솔선수범해야 코치 이하 선수단이 따라올 것이라 믿었다.

이런 분위기가 선수단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박병호 등 넥센 주축 선수들은 오후 12시부터 야구장에 나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몸을 풀었다. 염 감독은 미팅시간 외에는 선수들에게 따로 주문하지 않았다.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가길 원했기 때문. 이런 문화가 정착되면서 선수들이 자신만의 루틴을 확보했고 이것이 선순환 되면서 팀 성적이 올라가는 결과를 낳았다.

▲ 염경엽 감독(왼쪽)이 29일 KBO리그 목동 kt전을 승리하며 통산 200승을 달성한 뒤 주장 이택근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염경엽 감독은 “내 인생이 아니라 선수 본인의 인생이다. 야구를 하면서 끌려 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선수가 야구장에서 운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끔 이끌어주는 게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2008년 창단한 넥센이 만년 하위팀의 이미지를 벗고 강팀 반열에 든 건 염 감독의 공로가 컸다. 자율적으로 열심히 하는 분위기를 만들면서 팀 문화를 정착시킨 결과 세 시즌이 채 지나지 않아 200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렇듯 염 감독의 200승은 지도자로서 꽤 오랫동안 고민하고 연구한 피와 땀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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