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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벌써 두산 좌완 최다승 쓴 유희관 "가문의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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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벌써 두산 좌완 최다승 쓴 유희관 "가문의 영광"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8.05 0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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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만에 팀 좌완 최다승 경신한 '14승' 유희관, "야수들에게 고맙다"

[스포츠Q 이세영 기자] 분명 구속이 빠르지 않은데 타자들의 방망이가 연신 헛돌아간다. 느림으로 빠름을 제압한 두산 베어스 투수 유희관이 팀 좌완투수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1군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뛴 지 3년 만에 이룬 성과라 남다르다. 상무 시절을 포함해 오랜 시간을 무명으로 보냈지만 그의 공처럼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유희관은 4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선발 등판, 8이닝 동안 4피안타 9탈삼진 1볼넷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시즌 14승(3패)째를 수확했다. 두산은 유희관의 호투에 힘입어 롯데를 3-0으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

▲ 유희관이 롯데전에서 8이닝 동안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며 시즌 14승째를 수확했다. [사진=스포츠Q DB]

시즌 21경기 만에 14승. 놀라운 행보다. 선발 3경기 중 2경기에서 승리를 챙겼다는 의미다. 두산이 50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유희관은 앞으로 11~12경기 더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승률을 유지한다면 21~22승이 가능한 페이스다. 토종 좌완투수 20승은 1995년 이상훈(당시 LG) 이후로 없다.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업적인데, 유희관은 이날 경기 승리로 팀 좌완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시즌 14승을 신고하며 다승 단독 선두를 질주한 유희관은 1988년 윤석환(당시 OB·13승)을 넘어 27년 만에 팀 토종 좌완 역대 최다승을 수확했다. 외국인 투수까지 포함하면 2004년 17승을 올린 게리 레스가 좌완 최다승 투수다.

아울러 유희관은 롯데전에서 탈삼진 9개로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도 새로 썼다. 빠르진 않지만 빼어난 제구력을 바탕으로 양 코너를 찔렀다. 특히 몸쪽으로 파고드는 예리한 공에 롯데 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1회말 수비의 도움으로 실점을 막은 것이 컸다. 2사 1루에서 유희관은 짐 아두치에게 중견수 방면 2루타를 맞았다. 이 타구에 1루 주자 정훈이 홈까지 파고들었는데, 두산 야수들이 매끄러운 중계플레이로 정훈을 잡아냈다.

여기서 힘을 얻은 유희관은 1회를 포함, 5회까지 매 이닝 탈삼진을 쌓아나갔다. 6, 7회는 잠시 쉬어간 유희관은 8회 2사에서 손용석을 루킹 삼진으로 제압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날 유희관의 속구 최고구속은 시속 132㎞에 지나지 않았다. 당연히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은 이보다 더 느렸다. 최소구속이 각각 122㎞, 104㎞, 120㎞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유희관은 볼넷을 1개밖에 내주지 않는 놀라운 제구력으로 롯데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유희관과 맞붙은 롯데 선발 조시 린드브럼의 이날 속구 최고구속은 시속 151㎞. 유희관에 비해 시속 19㎞나 빨랐다. 하지만 린드블럼은 6회 데이빈슨 로메로에게 결정적은 투런 홈런을 허용, 고개를 숙였다.

구속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희관은 자신의 별명인 ‘느림의 미학’처럼 빠르지 않은 볼로도 얼마든지 타자들을 잡아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 유희관이 27년 만에 팀 토종좌완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우며 두산 좌완투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사진=스포츠Q DB]

경기 후 유희관은 “솔직히 최다 탈삼진에 대해서는 의식하지 못했다”며 “그것보다 팀 역대 좌완 최다승을 거뒀다는 게 의미 있다. 가문의 영광이다”고 웃었다. 이어 “린드블럼의 공이 좋아 ‘내가 더 잘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어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호투를 펼친 비결을 공개했다.

1회 호수비가 나온 대목에 대해서는 “올 시즌 1회에 유독 실점이 많았는데 야수들 덕분에 잘 넘길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야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웃어보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양 팀 선발투수가 모처럼 멋진 투수전을 펼쳤다”며 “1회에 나온 중계플레이가 좋았다. 린드블럼이 좀처럼 연타를 허용하지 않는 투수인데, 박빙에서 터진 로메로의 장타가 결정적이었다”고 승리의 요인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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