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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틱만 잡으면 체육시간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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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틱만 잡으면 체육시간이 즐겁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2.06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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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종목 아세요?]플로어볼(Floorball)...실내에서 즐기는 하키형 스포츠,학교체육으로 인기

[300자 Tip!] 체육시간이 두렵던 여학생들이 서로 뛰겠다며 아우성이다. 할 줄 아는 게 공부뿐이던 ‘범생이’도 이 종목에 푹 빠져 테크닉을 연마한다. 어떤 친구는 '플로어볼(Floorball)'을 통해 급한 성격을 고치고 꿈까지 찾았다. 대체 무슨 종목이 어떤 매력이 있기에 이렇게 재미있다는 건지 궁금해졌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신반포중학교를 찾아 플로어볼을 즐기는 이들을 만나봤다.

[스포츠Q 글 민기홍 기자·사진 이상민 기자] 플로어볼은 한마디로 '실내하키'다. 농구코트보다 약간 넓은 크기(국내 스포츠클럽 규격 28m×15m)의 마루(Floor)에서 부드러운 재질로 만들어진 스틱과 볼을 사용하여 골대(공식규격 160cm×115cm)에 넣는 하키형 스포츠다. 플라스틱 스틱으로 공을 몰며 점수를 얻어가는 경기. 공은 구멍이 26개 뚫려있고 무게는 25g이다.

공수전환이 빠른 것부터 아이스하키를 꼭 닮았다. 체력 소모가 많아 3~4 라인을 구성해 경기 중간중간에 수시로 교체하는 것도 그렇다. 페이스오프(경기 시작 또는 재개를 위해 퍽을 떨어뜨리는 것)를 하는 것이나 골리(골키퍼)를 포함 6명이 코트를 누비며 2-1-2, 2-2-1 등의 시스템을 쓰는 것까지 비슷하다.

◆ 한국 플로어볼, 사상 최초 세계대회 나간다

플로어볼 국가대표팀은 지난 3일 뉴질랜드에서 당당히 귀국했다. 아시아·오세아니아 선수권 대회에 나가 2승1무1패를 기록하며 준우승과 함께 3위까지 주어지는 세계플로어볼선수권대회 티켓을 획득했다. 늘 아시아무대에서 아깝게 좌절했던 대표팀은 사상 최초로 세계대회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 1일 펼쳐진 일본전에서는 10-1 대승을 거뒀다. 대표팀은 오는 12월 플로어볼의 발상지인 스웨덴 예테보리로 날아가 15개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 여학생도 즐기는 스포츠

▲ 김신일 교사는 플로어볼 선수 겸 코치다. 생활체육으로 플로어볼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말한다.

하나둘 스틱을 매고 들어오는 학생들 중에 여학생도 적잖이 보인다. "여자들이 꽤 많아요"라고 말을 건네자 플로어볼 선수이자 코치인 신반포중학교 김신일 교사는 "체육 시간에 남학생들에게 1분이라도 더 줬다가는 여학생들이 반발한다"며 "스틱과 공이 플라스틱 재질이라 가벼워요. 부상을 당할 위험도 거의 없거든요. 하다보면 공도 자주 오고요. 해보니까 그렇게 어렵지 않은 거예요. 해볼만 한 거죠. 여학생들도 남학생 못지않게 플로어볼을 재미있어 한다"며 웃었다.

◆ 플로어볼만의 매력

플로어볼은 계절에 구애받지 않는다. 편한 운동복 차림에 스틱과 볼 그리고 골대만 있다면 공간의 제약 없이 남녀노소 쉽게 즐길 수 있는 종목이다. 실내체육관이나 농구장 같은 바닥이면 물론 좋지만 일반 학교 운동장이나 인조잔디구장, 매트 운동장 등에서도 할 수 있다. 공수전환이 빨라 운동량이 많다. 체력 증진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단체 운동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패스와 작전 수행을 통해 팀워크를 다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 뉴스포츠가 할 수 있는 역할

김신일 교사는 "하루는 자립형 사립고에 진학한 학생이 감사하다고 하더라고요. 그 친구는 운동하고 싶어도 잘하지를 못하니 아무도 끼어주지 않았던 거죠. 축구같은 단체운동은 할 엄두조차 못냈던 거예요. 그런데 플로어볼은 그렇지 않더랍니다. 이런 종목은 접할 기회가 없잖아요. 다같이 처음인 거예요. 운동할 수 있는 기회, 이런 재미있는 종목을 접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는 거 있죠."

▲ 플로어볼은 오프사이드가 없으며 골대 뒤에서도 플레이가 가능하다.

그가 말하는 플로어볼과 뉴스포츠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이것이다.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것. 모두가 드물게 접하기에 잘하든 못하든 생활체육으로서의 가치가 크다는 것이다.

중학교 졸업 후에도 계속 플로어볼을 하고 있는 김재희(17)군은 "플로어볼을 하면서 심판판정에 대해 인내심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좀 급했거든요”라며 플로어볼을 통해 바뀐 점을 설명했다. “저는 딱히 꿈이 없었어요. 플로어볼을 접하면서 운동하는 게 딱 맞더라고요. 체대로 진학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됐어요" 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뛰기만 하는데 그치지 않고 스틱 테크닉을 연마해가며 더 큰 재미를 느끼고 있다.

◆ 대표선수라는 자부심

전국학교스포츠클럽대회에 시도 대표가 되어 출전해보는 자부심을 가져보는 것도 플로어볼이 갖는 큰 장점이다. 신반포중 여학생들은 지난해 전국학교스포츠클럽대회 여중부에 서울시대표로 출전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치열한 서울시교육감배 예선을 거쳐 올린 쾌거다. 학생들은 서울시대표가 되었다는 사실에 자랑스러워한다.

▲ 플로어볼 공은 연성의 플라스틱 재질로 25g이다.

학교스포츠클럽 플로어볼 종목에 참여하는 인원은 대폭 늘었다. 지난 2012년 632명이던 플로어볼 출전 선수는 지난해 993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학교에서 하기 좋은 종목으로 자리잡는다는 증거다.

■ 플로어볼 유래

1950년대 후반, 미국 어린이들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에서 유래되었다.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한 아이스하키를 즐기는 국가를 중심으로 점차 보급되면서 경기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1960년대 후반 스웨덴에 처음으로 소개되면서 체계화된 스포츠로서 기틀을 마련하게 되었다. 스웨덴에서는 축구 다음으로 인기 있는 스포츠로서 프로리그를 비롯 5부리그까지 확산돼 있다. 1970년대 중반부터는 학교, 유소년 클럽, 사회인 클럽 등을 통해 전 유럽으로 급속도로 전파되면서 대중 스포츠로 정착하게 되었다.

2011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정 가맹단체로 승인받았다. 2003년 국내에 도입돼 2009년 대한체육회 인정단체로 승인받았고 2011년 전국체전 전시종목이 됐다. 국내 초중고교에서 총 354개 팀에 선수 4500명이 활동하고 있다.

■ 경기방식

두 팀 간의 시합 형태로 경기를 진행하여 상대팀보다 더 많은 골을 넣은 팀이 승리한다. 일반적으로 공간의 크기에 따라 5:5, 4:4 등으로 인원수를 조정해서 즐길 수 있다. 정식 경기 시간은 3피리어드 20분씩, 두 번의 10분간의 휴식시간을 갖게 되며 각 피리어드가 끝나면 각 팀은 공격 진영을 바꿔야 한다.

▲ 플로어볼 스틱은 그립, 샤프트, 블레이드로 나뉜다. 키의 65% 정도 길이가 적당하다.

일반 경기의 경우 전, 후반으로 나눠 각 15분, 20분씩 진행할 수 있다. 경기 중 필드선수의 경우는 수시로 선수 교체가 가능하다. 격렬한 플레이가 허용되지 않아 어린이나 여성도 쉽게 즐길수 있다. 경기 규칙을 어기는 선수에게는 2분간 경기에 참여할 수 없도록 패널티를 부과하는 강력한 제재를 한다.

■ 주요용어

-페이스오프 : 양팀 센터가 중앙지점에서 양발과 스틱을 평행하게 위치해 심판의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볼을 쟁취하는 행위
-골키퍼존 : 골대 앞 직사각형의 골키퍼 고유영역. 이 곳은 골키퍼에 외에는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

■ 참여하려면

대한플로어볼협회서 주관하는 3급 플로어볼 지도자 연수가 있다. 8시간에 걸쳐 플로어볼 전반에 대해 배운다. 각 지역별 클럽에 참여해 직접 지도를 받는 것도 방법이다. 대한플로어볼협회(02-2266-1170)를 통해 가까운 클럽을 문의하면 된다.

[취재 후기] 우리나라 여학생들에게 체육시간은 등나무 밑에서 수다를 떠는 시간이다. 신반포중학교의 여학생들은 확실히 달랐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스스로 나서 스틱을 들고 공을 몰았고 때리며 뛰어놀았다. 체격만 크고 체력은 떨어져가는 아이들에게 플로어볼이 학교체육 종목으로 널리 퍼지기에 적격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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