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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웃음을 주는 개그맨은 누구일까?...김지연 작가 그림책 '개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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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웃음을 주는 개그맨은 누구일까?...김지연 작가 그림책 '개그맨'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8.20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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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마빡이’를 기억하시는지? 공연 내내 자신의 이마를 때려 대는 개그맨을 보면서 관객들은 엄청나게 웃고, 골목마다 아이들은 그 마빡이를 흉내 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개그맨 이마가 빨개질수록, 힘들어서 땀을 흘리면 흘릴수록, 괴로워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즐거워했다. 이상했다. 다른 이의 괴로움을 지켜보면서 웃는 사람들이 이상했고, 그걸 몇 달이나 텔레비전에서 보여 주는 방송국도 이상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 “왜? 웃기면 그만 아냐?” 하면서 도리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더 이상하게 쳐다보는 세태가 이상했다."(작가 김지연)

 

개그맨을 소재로 한 '개그맨'(웃는돌고래 펴냄)이 출간됐다. 폭넓은 세대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개그조차 가학적이고 자극적이어야 인기를 끄는 세상에 꼭 맞는 그림책이다.

'개그맨'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나눠주느라 정작 자신은 웃음을 잃어버린 개그맨과 그런 개그맨에게 웃음을 찾아 주고 싶은 아이의 이야기를 담았다.

코미디 무대를 앞둔 개그맨은 관객들이 자기 공연을 얼마나 좋아해 줄지 두근두근한다. 드디어 시작된 공연, 하지만 관객들은 무표정하다. 오로지 아이만이 즐겁게 보고 있을 뿐이다. 어느 순간, 개그맨이 실수로 넘어지자 관객들은 깔깔대며 웃기 시작한다. 관객 반응이 놀라웠던 개그맨은 웃음을 위해 점점 더 망가진다. 그러나 아저씨를 좋아하는 아이는 즐겁지가 않다. 걱정하는 아이의 마음은 전해질 수 있을까?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웃기는 개그맨의 재미난 이야기가 아니다. 무대 뒤 개그맨의 진짜 모습을 담았다. 한 번 웃기기 위해 100번을 연습하는 개그맨, 진지한 사유와 철학으로 무장한 개그맨, 오랜 시간 고민하고 연습해 무대에 서는 개그맨의 노력에도 사람들은 웃지 않는다. 개그맨의 슬픈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단 한 사람, 아이뿐이다.

김지연 작가의 그림책 '개그맨' 본문 글그림

세상을 웃게 하는 개그맨의 의미, 웃음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다. “세상 모든 개그맨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는 작가의 헌사처럼, 우리에게 진짜 웃음을 주는 개그맨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판화로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책을 작업해 왔던 작가는 이번에 종이를 잘라 붙이고 롤러로 다채로운 색을 밀어낸다. 판화로 찍은 강렬하면서도 다채로운 색감의 그림은 고뇌하는 개그맨의 마음과 사람들의 반응을 거침없이 보여준다. 평화롭고 아름답게, 때로는 휘몰아치며 위협하듯 다가오는 김지연 작가의 그림은 변화무쌍한 한 편의 공연을 관람하는 듯하다. 40쪽. 1만3000원.

서울에서 태어나 경북 구미에서 자란 김지연 작가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SI그림책학교에서 그림책을 공부했다. 그림책을 쓰고 그리는 틈틈이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고, 부모님과 선생님들에게 그림책 강연을 해오고 있다. 쓰고 그린 책으로 '부적' '깊은 산골 작은 집' '꽃살문' '한글 비가 내려요', 그린 책으로 '연오랑 세오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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