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17 17:28 (금)
[코리안 메이저리거 열전 2016] ④ 지명타자 박병호, '안방 정복'이 연착륙 열쇠
상태바
[코리안 메이저리거 열전 2016] ④ 지명타자 박병호, '안방 정복'이 연착륙 열쇠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01.04 17: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목동에서 웃은 박병호, '파크펙터 13위' 타깃필드 넘을까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야구팬들이 흔히 말하는 ‘목동발’까지는 아니지만 넥센 시절 박병호(30·미네소타)는 분명 홈인 목동구장의 덕을 많이 봤다.

2012년과 2015년에는 홈과 원정 구분 없이 빼어난 성적을 냈지만 2013, 2014시즌에는 홈구장에서 성적이 더 좋았다.

2013년 홈에서 타율 0.311에 22홈런 65타점을 기록한 박병호는 원정에서 타율 0.325에 15홈런 52타점을 뽑아냈다. 타율은 원정에서 더 높았지만 홈런과 타점은 홈에서 성적이 더 좋았다. 2014년엔 홈에서 타율 0.356에 35홈런 71타점을 냈고 원정에서 타율 0.254에 17홈런 53타점을 기록했다. 똑같이 64경기씩을 치렀지만 타율에서 1할, 홈런과 타점은 각각 18개의 차이가 났다.

2015시즌 홈에서 월등한 성적을 낸 넥센 유한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비교적 규모가 작은 목동구장이 타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야 펜스 뒤에 관중석이 없는 것도 타자들이 집중력을 키우는 데 도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병호는 장타자로서 이상적인 타격 매커니즘을 갖고 있다. 엄청난 팔 근력과 손목 힘, 유연한 허리를 이용해 큰 타구를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KBO리그와 빅리그의 수준차를 고려했을 때 박병호에게 한국에서 거둔 성적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지난 시즌 강정호(피츠버그)만 봐도 2014시즌 넥센 유니폼을 입고 40홈런을 때렸지만 지난해 메이저리그(MLB)에선 15홈런을 쳤다. 부상으로 빠진 기간을 고려해도 20홈런이 최대 기대치.

때문에 콜로라도의 홈인 쿠어스필드까진 아니더라도 타자에게 유리한 홈구장으로 가야 박병호가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러나 박병호는 MLB 한 시즌 중 절반인 81경기를, 타자들이 불리한 구장에서 뛰게 됐다. 바로 미네소타의 홈구장인 타깃 필드. 이 구장의 홈플레이트에서 펜스까지 거리가 좌측 103m, 좌중 115m, 중앙 125m, 우중 111m, 우측 100m로 국내 최대인 잠실구장(좌·우 100m, 좌·우중 120m, 중앙 125m)과 크기가 비슷하다. 그가 지난 5시즌 동안 홈으로 썼던 목동구장(좌·우 98m, 중앙 118m)에 비하면 규모가 훨씬 크다.

이와 더불어 눈길을 끄는 건 오른쪽의 담장 높이가 7m나 된다는 점. 사직구장보다 2.5m나 높다. 허리를 뒤로 젖히며 밀어치는 타구를 양산하는 박병호에게 높은 펜스는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언론 ESPN에 따르면 타깃 필드의 파크펙터는 개장 첫해인 2010년(30위)부터 매년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지난해에는 1.058로 빅리그 전체 30개 구단 중 13위에 그쳤다. 따라서 박병호에게 홈구장에서 성적을 내는 건 미국 생활에 적응하는 것만큼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새로운 홈구장에서 고전이 예상되지만 미국 현지 언론이 박병호의 파괴력을 높이 사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통계 전문가 댄 짐보스키는 통계 프로그램 ZiPS를 통해 산출한 박병호의 2016시즌 예상 기록으로 타율 0.266에 27홈런 84타점을 전망했다. 2015년 미네소타에서 27홈런 이상을 때린 타자는 브라이언 도지어(28홈런)밖에 없다. 84타점을 넘긴 타자도 트레버 플루프(86타점)뿐이다. 그만큼 팀에서 박병호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박병호는 당초 예상됐던 1루가 아닌 지명타자를 맡을 공산이 크다. 이전에는 수비를 보면서 그라운드에 대한 감각을 유지했다면 이제는 벤치에서 경기를 보다가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 풀타임 1루수로 리그 전 경기를 소화하다시피 한 박병호에겐 이 또한 도전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