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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아름다운 바둑’ 약속은 지켰다, 알파고와 5국서 아쉬운 불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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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아름다운 바둑’ 약속은 지켰다, 알파고와 5국서 아쉬운 불계패
  • 김한석 기자
  • 승인 2016.03.1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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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한석 기자] 7집반을 덤으로 내줘야 하는 흑을 자원해서 잡은 이세돌 9단의 마지막 도전은 아쉽게 불계패로 마무리됐지만 “아름다운 바둑을 두겠다”는 약속은 끝까지 지켰다.

바둑 인류대표 이세돌 9단은 1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5국에서 흑을 쥐고 인공지능(AI) 알파고와 5시간여 대혈투를 벌인 끝에 280수 만에 돌을 던졌다.

10년간 세계 바둑계 정상권을 지켜온 이세돌 9단은 알파고의 도전을 받아들여 벌인 세계의 대국에서 최종 전적 1승 4패를 기록했다.

알파고의 정체와 특성을 파악하지 못해 3연속 불계패를 당했던 이 9단은 지난 13일 4국에서 호쾌한 행마와 신의 한 수로 알파고에 불계승으로 첫 승을 올렸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기계를 상대로 밤 늦도록 복기하며 연구와 분석을 하는 강행군 속에 피로가 누적된 여파 때문인지 마지막 대국에선 큰 실수가 없었음에도 집중력을 더욱 끌어올리지 못했다.

이 9단은 알파고가 집 계산에 예민하게 반응해 형세가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서두르다 자멸하는 약점을 추궁하기 위해 실리작전을 펼쳤다. 이 9단은 양 소목 포석을 펼치며 실리로 나온 반면 양 화점을 놓은 알파고는 우변과 중앙에 큰 세력을 만들었다.

이세돌이 우하귀 전투에서 알파고의 실수를 틈타 40여 집에 이르는 큰 집을 만들어 앞서 나갔다.

알파고의 개발자인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CEO는 이 실수가 나오자 대국 도중 자신의 트위터에 “알파고가 잘 알려진 수를 알지 못해 초반에 큰 실수를 했다”"며 "(나는) 손톱을 물어뜯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나 알파고는 상변으로 이어진 전투에서 만회했다. 중앙에 대가를 만든 알파고는 중반부터 안정적인 행마와 차분한 응수로 우위를 점했다. 타개에 나선 이 9단은 좌하귀에 침투해 죽었던 흑돌들을 살리는 바꿔치기로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실리 면에서는 반면 집 차를 좁혀지 못했다.

알파고는 이번 5번기에서 처음으로 제한시간 2시간을 다 쓰며 초읽기에 들어갔으나 끝내기에서 여유를 보이면서도 빈 틈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덤 7집반의 부담을 이기지 못한 이 9단은 네 번째 돌을 던져야 했다.

이번 대국은 백을 잡는 기사에게 덤 7집 반을 주는 중국 룰을 따랐다. 먼저 두는 흑이 유리하기 때문에 나중에 둔 백에 그 불리함을 보상해 주기 위한 규칙이다. 중국 룰은 덤이 한국 룰보다 1집 많은 7집 반으로 백이 좀 더 유리한 편이다. 그래서 이 9단이 흑돌을 자원한 도전은 그만큼 의미가 컸다.

이세돌 9단은 대국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이렇게 많이 응원해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후회없이 마음껏 즐겼던 한 주였다"고 밝혔다.

"이세돌 9단은 지난 8일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 대국에 나서기 전 이렇게 말했다.

이세돌 8단은 지난 8일 대국을 앞둔 공식 기자회견에서 "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바둑의 아름다움, 인간의 아름다움을 컴퓨터가 이해하고 두는 게 아니므로 바둑의 가치는 계속될 것"이라며 "좋은 바둑, 재밌는 바둑, 아름다운 바둑을 두겠다"고 약속했다.

1202개 중앙처리장치(CPU) 분산시스템의 연산능력으로 이기기 위한 최선의 승률로 선택하는 기계의 냉정한 착점과 행마에 맞서 이세돌 9단은 인간이 택할 수 있는 창의적인 수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감동을 던져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이번 '세기의 대국' 시리즈가 바둑팬은 물론 인류에게 '행복한 일주일'로 기억에 남을 만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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