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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내일도 승리' 모든 갈등과 사건을 말로 풀어나가는 과잉친절 막장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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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내일도 승리' 모든 갈등과 사건을 말로 풀어나가는 과잉친절 막장드라마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3.2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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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24일 방송된 '내일도 승리' 104회 첫 번째 장면, 나홍주(송원근 분)는 서동천 회장(한진희 분)의 병실에서 호흡기를 떼려던 차선우(최필립 분)를 발견하고는 "여기서 뭐하는 짓이냐"고 호통친 후, 차선우를 병실 밖으로 데려가 차선우가 그동안 저지른 악행들을 줄줄이 폭로한다. 

이어진 두 번째 장면. 나홍주는 차선우가 돌아간 뒤 병원에서 아버지 서동천 회장의 간호를 하고 있고, 이 때 서재경(유호린 분)이 병원을 찾아온다. 나홍주는 서재경이 서동천 회장을 병문안 하는 동안 잠시 병실 밖에 있다가 서재경이 나오자마자 붙잡고 이번에는 서재경이 과거 저지른 뺑소니 사건을 폭로하며 자신이 직접 죄를 밝히기 전에 자수하라고 권유한다. 

이제 결말부를 향해 치닫고 있는 MBC 일일 아침드라마 '내일도 승리'는 그동안의 사건들이 밝혀지고 본격적인 복수극의 서막이 오르면서 모든 사건들이 이처럼 등장인물들 두 명이 마주보고 지껄이는 살기어린 '대화'를 통해 사건을 진행해나간다.

특히 24일 방송된 '내일도 승리' 104회의 대화를 통한 전개는 아무리 제작여건이 촉박한 일일 아침드라마라고 해도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대화에만 의존하는 전개를 보였다. 송원근이 최필립과 유호린의 범행을 고발하는 것도, 지영선(이보희 분)이 사위 최필립과 한승리(전소민 분)의 관계를 알고난 이후의 급전개도 '내일도 승리'는 등장인물들이 가만히 서서 서로 얼굴을 맞대고 총알처럼 대사를 주고받으며 모든 설명을 갈음해낸다.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복잡하게 얽힌 사건을 말로 죄다 풀어주니 친절하다면 친절할 수 있는 배려지만, 정작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깎아먹는 지나친 과잉친절이라 할 수 있다.

▲ MBC '내일도 승리' 104회의 대화신들 [사진 = MBC '내일도 승리' 방송화면 캡처]

'내일도 승리'에서 최필립과 전소민의 관계를 이보희가 알게 되는 것은 전체 이야기의 흐름에서도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불안해하면서도 사위라는 이유로 최필립과 한 배를 탔던 이보희는 최필립에 대한 믿음을 완전히 거두고 등을 돌리려고 한다. 하지만 최필립은 송원근이 서동그룹의 후계자와 상속인으로 되어 있는 한진희의 유서를 들이밀며 이보희에게 이사들을 회유해 자신을 회장으로 만들어달라고 설득이 아닌 강요를 하게 된다. 악인들의 분열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내일도 승리'의 전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점이다.

하지만 '내일도 승리'는 이 중요한 사건을 오로지 대화로만 풀어간다. 이보희가 최필립과 이사회 소집 문제로 식탁에 마주앉아 이야기를 한 후 바로 다음 컷에서 이보희는 최필립과 전소민의 관계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고 받게 되고, 이어진 컷에서는 곧바로 최필립의 사무실에 들어가 난동을 피운다. 그리고 또 그 다음 컷에서는 이보희가 전소민을 찾아가 난동을 피운다. 그리고 여기에 얽힌 모든 사연은 총알같이 흐르는 대사들을 통해 모두 친절하게 설명된다. '내일도 승리'를 굳이 1회부터 보지 않은 시청자라고 해도 104회 한 편만으로 그동안의 전개가 모두 납득이 가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순차적으로 흐르는 시간을 고려해 하다못해 복도를 걸어가는 장면이라도 넣든가, 아니면 꼭 모든 사건을 말로 폭로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전개를 하는 것도 한 번은 고려해볼만 하지만 '내일도 승리'는 그런 고민 없이 우직하게 대사로 모든 상황을 전개하기만 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제작시간이 부족한 일일 아침드라마의 제작여건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지만, 이렇게 모든 것을 노골적으로, 그리고 감정적으로 드러낼 필요가 있는지는 정말 의문이다.

모든 사건이 말로 전부 표현되다보니 '내일도 승리'는 패를 손에 쥐고 천천히 쪼는 맛이 현저히 부족하다. 모든 등장인물들은 대화를 할 때마다 좋은 말 한 마디 없이 항상 날이 선 채로 살기 어린 대화를 나누게 되고, 상대가 말을 통해 하나씩 진실을 폭로할 때마다 눈을 둥그렇게 뜨며 충격을 받아준다. 이러다 드라마가 끝날 즈음에는 누구 한 명은 누적된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리거나 의식불명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말 한 마디로 천냥빚도 갚는다'고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때의 이야기고, 지금 '내일도 승리'에서 넘쳐나는 말은 이야기 진행을 돕는 '말'이 아닌 '소음공해'에 가까울 정도다. 눈 밑에 점 찍고 돌아온 '아내의 유혹' 장서희처럼 영국 출장 이후 돌변한 전소민의 과잉된 감정연기도 적응이 안 되는데 갑자기 넘쳐나기 시작한 말은 '내일도 승리'를 더욱 어색하게 만들고 있다. '내일도 승리' 제작진이 한 번 고민해봐야 할 말은 '말 한 마디로 천냥빚도 갚는다'가 아닌 '침묵은 금이다'라는 옛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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