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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손연재 은퇴식, 자신을 괴롭혔던 악플과 '가짜 뉴스' 극복한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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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손연재 은퇴식, 자신을 괴롭혔던 악플과 '가짜 뉴스' 극복한 방법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7.03.04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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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권-월드컵서 따낸 종목별 메달 놓고 '가짜 메달' 폄훼…손연재 "그래도 그런 분들이 있어 더 노력"

[태릉=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아시안게임 첫 개인종합 금메달과 단체전 메달(은메달), 아시아리듬체조선수권에서 따낸 금메달 11개,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올림픽 결선 진출.

이 모두가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를 새롭게 쓴 손연재(23·연세대)가 이뤄낸 기록들이다. 비록 손연재는 은퇴식을 갖고 현역을 마감했지만 그가 있었기에 많은 팬들이 리듬체조에 관심을 갖게 됐다. 

또 스포츠 언론 역시 손연재의 등장으로 리듬체조에 대한 관심을 늘리고 관련 기사를 양산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관심만큼 악플도 따라다녔다. 공교롭게도 손연재를 향한 악플은 '피겨 여제' 김연아(27)가 IB스포츠(현재 갤럭시아 SM)를 떠나 올댓스포츠를 만든 시점에서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김연아와 손연재의 팬덤이 충돌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물론 김연아의 모든 팬들이 손연재의 악플러가 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손연재를 향한 악담의 대부분은 "김연아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는데 손연재는 올림픽 리듬체조에서 동메달이라도 땄느냐. 갖고 있는 실력에 비해 과장됐고 과대평가됐다"는 것이었다. 상당수 악담이 김연아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불편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손연재를 향한 악담이 극에 달하다 보니 업적을 폄훼하기 위한 가짜 뉴스도 양산됐다. 대표적인 것이 리듬체조선수권과 월드컵 등에서 따낸 종목별 메달을 부정하는 것이다. 지금은 그 누구도 가짜 뉴스를 믿지 않지만 지금도 몇몇 팬들은 "종목별 메달은 일종의 참가상" 또는 "올림픽에 종목별 메달이 있는 것을 봤느냐. 리듬체조에서 종목별 메달이 있다는 얘기는 어불성설"이라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늘어놓는다.

여기에 최근에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한 악담이 양산됐다. 손연재가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가한 것이 발단이었다. 김연아는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해 달라는 공문을 받았지만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지만 손연재는 이 행사에 참가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일부 몰지각한 팬들은 "손연재가 실력에 비해 과대평가된 것은 모두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덕분"이라는 말까지 한다.

어쩌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끝난 뒤 사실상 공식활동을 접고 조용히 은퇴식을 준비했던 손연재로서는 괴로운 나날이었을 것이다. 이미 손연재는 올림픽을 마치고 나서 현역 은퇴 생각을 굳혔지만 최순실 게이트와 맞물려 "최순실이 잡혀 가니 비빌 언덕이 없어 은퇴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또 다른 팬들은 "손연재가 은퇴식을 할 정도로 대단한 선수냐"는 얘기까지 한다. 정말 해도해도 너무 나간 악플러들의 농간이다.

하지만 손연재는 4일 서울 태릉선수촌 필승주체육관 리듬체조장에서 열린 은퇴식을 겸한 은퇴 기자간담회에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자신의 인생 모든 것이나 다름없는 리듬체조를 끝마친다는 생각에 잠시 눈가에 이슬이 고였지만 손연재는 끝까지 웃음을 지었다. 특히 자신을 향해 악담을 퍼부은 사람을 향해서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관심과 사랑을 받기 시작하면서 좋지 않은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더 열심히 하고 더 노력해서 더 좋은 성적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오히려 제게 나쁜 시선을 보낸 분들에게도 감사해야겠죠. 선수 생활을 하면서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해요. 경기 순간순간 많은 사람들이 저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책임감을 느꼈고 그럴수록 더 힘이 됐어요."

손연재는 공식 은퇴식을 갖고 자신의 인생 전부인 리듬체조 현역생활을 마감했다. 그러나 자신의 전부인 것을 내려놓는 이 순간에도 악플러들의 악담은 끊이지 않는다. 

매정한 악플러들에게 묻고 싶은 심정이다. 과연 본인들은 자기 인생의 모두를 바쳐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해봤느냐고. 그리고 누구나 인정하는 손연재의 리듬체조 업적에 대해 폄훼할 자격이 있느냐고.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니 앞으로도, 손연재를 향해 악담을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축복해 주고 박수를 보내줘야 하지 않을까? 오히려 그동안 쌓아 온 노하우와 실적을 한국 리듬체조의 발전을 위해 또 다른 방식으로 아낌없이 쏟아내 주기를 바라는 게 순리일 것이다. 아무리 폄훼한다고 해도 손연재의 기록과 업적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움 대신 이해와 용서.' 은퇴식상에 선 손연재는 자신을 향한 악담을 퍼붓는 악플러들을 극복하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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