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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큐! 차미네이터' 그대는 우리 가슴 속 '영원한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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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큐! 차미네이터' 그대는 우리 가슴 속 '영원한 영웅'이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1.31 2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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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매치 75경기 출전, 대표팀 14년 아듀 "난 행복한 선수였다"…아시안컵 5경기 출전하며 공수 맹활약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차미네이터'가 또 한명의 한국 축구 영웅으로 남았다.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에 이어 부자(父子) 선수가 한국 축구의 영원한 히어로로 아름답게 떠났다.

차두리(35·FC 서울)는 31일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호주와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결승전에 오른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 연장 전후반 120분 동안 쉴새없이 오른쪽 측면을 뚫고 안정적인 수비 능력까지 발휘했다.

비록 호주에 1-2로 져 1960년 이후 55년만의 정상 탈환에 실패했고 차두리 역시 은퇴 경기가 된 자신의 75번째 A매치를 아쉬운 패배로 마감했지만 한국 축구의 영웅으로 팬들의 뇌리 속에 깊이 각인됐다.

8만여 관중석을 가득 채운 호주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도 차두리는 언제나 몸을 사리지 않는 몸싸움과 적극적인 오버래핑, 폭발적인 스피드를 뽐냈다. 위기의 순간에서도 한발 더 뛰는 '형님 리더십'을 발휘하며 조카뻘인 손흥민(23·바이어 레버쿠젠)과 김진수(23·호펜하임)의 분발을 촉구했다.

차두리의 활약은 비단 호주전뿐이 아니었다. 오만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는 부상당한 김창수(30·가시와 레이솔)를 대신해 교체 출전, 오른쪽 측면을 완전히 장악했다.

쿠웨이트와 조별리그 2차전과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서 보여줬던 그의 돌파 능력은 '과연 은퇴를 앞둔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70여m를 폭풍처럼 단독 드리블로 돌파한 뒤 어시스트하면서 각각 남태희(24·레퀴야)와 손흥민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호주전에서도 아쉽게 마시모 루옹고의 발에 맞고 밖으로 나갔지만 전반 37분 손흥민의 슛이 나오는데 보탬이 됐다. 차두리의 적극적인 돌파는 자신보다 어린 호주 선수들을 쩔쩔 매게 만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아쉬운 패배였다. 아버지인 차범근 감독과 차두리가 같은 모습으로 아시안컵에서 아쉬움을 삼킨 것도 공교롭다.

차범근 감독에게 1972년 대회는 그의 첫 국제 무대였다. 그리고 이란과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2로 져 준우승에 그쳤다. 33년이 흘러 그의 아들인 차두리는 아시안컵이 그의 마지막 국제 무대가 됐고 호주와 결승전에서 다시 한번 연장 접전 끝에 1-2로 졌다.

그럼에도 차두리는 한국 축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아버지와 같은 득점력을 발휘하진 못했지만 공격수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하면서 잠재력을 깨웠고 아버지와 똑같은 폭발적인 드리블 능력과 스피드로 한국 축구의 오른쪽 측면을 지배했다.

차미네이터는 비록 떠났지만 아직 팬들은 그를 떠나보낼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 대표팀 차미네이터는 유효기간이 끝났지만 FC 서울의 차미네이터는 여전히 살아있다. 그의 모습을 K리그 클래식 그리고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1년 더 지켜볼 수 있다.

차두리는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항상 대표팀에서 뛰는 것이 행복했고 즐거웠다. 독일에 있을 때보다 대표팀에서 경기할 수 있는 것이 큰 영광이었다"며 "최고참이 돼서 후배들과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게 돼 굉장히 행복하고 어떻게 보면 우승보다 더 값지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오늘 같은 경기가 매번 나와야 팬들도 감동하고 한국 축구를 사랑하고 응원하게 된다"며 "오늘과 같은 정신자세를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나온다면 조금 더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후배들에 대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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