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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투입 '6이닝 퍼펙트' 채병용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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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투입 '6이닝 퍼펙트' 채병용이 왔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16 2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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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밴와트, 오른쪽 발목에 타구 맞고 교체된 상황서 6이닝 6K 퍼펙트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선발투수가 부상 때문에 불과 1이닝만에 교체된다면 해당 팀은 무척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그 상대가 화끈한 타격감을 자랑하는 팀이라면 '멘붕'에 빠질 수 있다.

SK가 16일 인천 SK행복드림 구장에서 벌어진 넥센과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홈경기에서 바로 그런 상황을 겪었다. 하지만 영웅이 나타났다. 채병용(33)이었다.

채병용은 선발투수의 부상으로 2회초에 마운드에 올라 7회초까지 6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잡고 안타와 볼넷을 전혀 주지 않는 퍼펙트 피칭을 선보이며 팀의 10-0 대승을 이끌었다.

6이닝 동안 65개의 공만 던졌을 정도로 채병용의 투구는 공격적이었다. 단 한 차례도 3볼까지 간 적이 없었다. 한 타자를 상대하면서 가장 많이 던진 것이 6개였다.

▲ SK 채병용이 16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넥센과 2015 KBO리그 경기에서 2회초에 나와 역투하고 있다.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SK의 위기는 2회초에 찾아왔다. 1회초 2사 2루 상황에서 박병호의 타구가 SK 선발투수 트래비스 밴와트의 오른쪽 발목을 때렸다. 오른쪽 발목을 때린 타구가 높이 솟아올라 3루수 플라이로 잡혔을 정도였다.

부축을 받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밴와트는 더이상 투구할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회를 마치고 내려가 SK가 투수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점. 게다가 1회말 2사 만루에서 이재원의 2타점 2루타와 나주환의 2타점 적시타로 4점을 뽑아 시간을 더 벌어줬다.

타선이 시간을 벌어준 덕에 충분히 몸을 풀고 나온 채병용은 2회초부터 넥센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2회초 유한준을 2루수 앞 땅볼로 잡은 것을 시작으로 단 한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았다. 마지막 이닝인 7회초에는 김하성과 문우람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기도 했다.

채병용은 스트라이크존 상하좌우를 잘 활용하며 넥센 타자들을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로 카운트를 유리하게 잡아갔다. 18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초구가 볼이었던 것이 단 네차례 뿐이었다.

반면 1회초 고종욱의 볼넷 출루 이후 단 한명도 출루하지 못한 넥센은 8회초 채병용에 이어 나온 박종훈을 상대로 유한준이 우중간으로 가는 안타를 쳐내면서 간신히 노히트 노런에서 벗어났다. 하마터면 한 시즌에 두 차례나 노히트 노런의 수모를 당할 뻔 했다.

2001년 SK에 입단해 어느새 15년차가 된 채병용은 한때 팀의 에이스였다. 2007년(11승 8패)과 2008년(10승 2패)에는 두자리 승수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기량 저하로 선발진에서 탈락해 중간 계투에서 활약하고 있다.

▲ SK 채병용이 16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넥센과 2015 KBO리그 경기에서 부상을 당한 선발 트래비스 밴와트에 이어 2회초에 나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올 시즌 롱릴리프와 셋업맨 역할을 동시에 맡은 채병용은 지난달 29일 삼성전에서 ⅔이닝 무실점으로 첫 승을 따낸 뒤 넥센전에서 6이닝을 던지며 사실상 선발승이나 다름없는 시즌 2승을 따냈다. 밴와트가 오른쪽 발목 부상으로 당분간 등판하기 어렵다고 봤을 때 채병용이 임시 선발로 갈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렇기에 채병용의 이날 호투는 SK에게 큰 의미가 있다.

갑작스러운 등판에도 퍼펙트 투구를 펼친 채병용은 "아무래도 롱릴리프이다보니 선발이 일찍 무너질 것을 대비해 준비 태세를 하고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포수 정상호는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던 선수여서 무엇을 던져야 할지 사인을 잘 내준다. 나는 그 사인대로 던진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넥센 타자들이 초구를 치려고 공격적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아 스트라이크를 잡고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넥센 타자들이 초구부터 많이 치다보니 투구수를 줄이는데도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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