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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프로야구, 1년 중계수익 '760억'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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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프로야구, 1년 중계수익 '760억' 이유는?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2.0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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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지난해 프로야구 팬들은 시범경기를 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방송사 중계 파행으로 구단 자체 중계 혹은 문자중계, 때론 결과만 받아볼 수 있었다. 올해는 시범경기와 정규리그, 포스트시즌은 물론이고, 확대 재생산된 다양한 콘텐츠까지도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KBO는 3일 서울시 강남구 KBO 야구회관에서 KBS, MBC, SBS 지상파 3사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총 2160억 원, 연평균 540억 원 규모의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의 ‘빅딜’이다.

 

3일 KBO리그 중계권 협상을 마친 손근영 SBS 스포츠 국장(왼쪽부터), 황승욱 MBC 스포츠국장, 이기문 KBS 스포츠국장, 정운찬 KBO 총재, 류대환 KBO 사무총장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와는 딴판이다. 정규리그 전 경기를 생중계 시청해온 야구팬들은 지난해 시범경기를 TV로 어려웠다. 방송사에선 “한 경기 중계에 2500만 원이 소요되고 광고도 붙지 않는다”는 보이콧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많지 않았다. 지난해 2월 그간 방송사들이 보유했던 프로야구 뉴미디어 중계권이 네이버·카카오와 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가 연합한 포털·통신 컨소시엄으로 넘어간 것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었다.

그럼에도 올 시즌 더욱 큰 규모의 중계권 협상을 맺고 시범경기까지 중계하게 됐다. 올림픽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2000년대 초중반 극심한 흥행 침체기를 겪던 프로야구가 본격 국민스포츠로 자리매김한 결정적 전환점 또한 올림픽이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야구는 9전 전승 신화를 쓰며 금메달을 수확했는데, 그해 프로야구는 1995년 이후 13년 만에 500만 관중 시대를 다시 열었다. 여성팬이 급증하며 야구장의 문화가 바뀌어가기 시작한 것도 올림픽 이후부터다. 프로야구는 올림픽을 기점으로 끝없는 흥행 상승세를 탔다.

 

지난해 말 프리미어12 준우승으로 도쿄 올림픽 본선 진출 티켓을 따낸 한국 야구 대표팀. [사진=스포츠Q DB]

 

방송사 입장에선 이러한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한국 야구는 지난해 말 프리미어12에서 준우승하며 도쿄 올림픽 본선진출 티켓을 확보했다. 12년 만에 야구가 올림픽에서 부활했는데, 병역 문제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한국은 유력한 메달 후보 중 하나다. 개최국 일본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대회가 시즌 중에 열리기 때문에 메이저리거들의 참여가 어렵다는 게 한국으로선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

지상파와 만족스런 중계권 협상을 마친 KBO는 지난해 5년 1100억 원, 연평균 220억 원 규모의 뉴미디어 계약을 체결했다. 중계권으로만 연평균 760억 원 이상을 받게 되는 KBO다.

프로야구 중계권 수입은 최근 10년 사이 3배 가량 급증했다. 2010년 연간 200억 원 규모에서 2015년 484억 원(지상파·케이블 연평균 360억 원, IPTV 연평균 124억 원), 이후 5년 만에 700억 원을 돌파했다.

축구와 비교해봐도 큰 대조를 이룬다. 프로축구는 지난해 50% 이상 관중 증가 효과 속에 성공적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지난달 축구대표팀 경기와 K리그 통합 중계권 사업자 선정 입찰 접수를 했을 땐 정작 최소 제안금액(연간 250억 원) 이상을 써낸 곳이 없을 정도로 잠잠했다.

 

대구FC는 지난해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프로축구 흥행을 이끌었다. 그러나 프로축구는 새 시즌 중계권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아직까진 야구 인기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결국 JTBC와 우선 협상을 하기로 했는데, 이정섭 KFA 홍보마케팅실장은 “통합 중계권 협상에서 가장 어려운 사안은 K리그 중계였다”고 밝힐 만큼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대표팀 경기와 달리 프로축구에 대한 관심도는 적었다.

지난 시즌 800만 관중 시대가 무너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경기당 1만 명 이상이 경기장을 찾았다. 게다가 올림픽 시너지까지 기대하는 방송사 입장에선 프로야구 중계권은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계약으로 지상파 3사는 향후 4년간 KBO리그 시범경기, 정규리그, 포스트시즌 경기를 직접 방송할 수 있는 권리와 케이블, IPTV 유료채널 사업자에게 중계방송권을 재판매할 수 있는 권리, 동영상 취재권 및 보도권을 보유하게 된다. 더불어 비디오판독 영상을 제공하고 영상 아카이브 시스템도 공유하기로 했다.

KBO 관계자는 “계약 기간을 4년으로 잡은 건 지난해 유무선 중계권 계약을 5년으로 체결했기 때문”이라며 당초 유무선과 뉴미디어 중계권을 통합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이어갈 생각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중계권 수익은 KBO리그 10개 구단에 균등하게 분배된다. 올해 싸늘하게 식었던 스토브리그지만 내년엔 늘어난 중계권 수익과 함께 더욱 뜨거운 영입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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