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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최다 25득점쇼 시동 건 박해민의 '영리한 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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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최다 25득점쇼 시동 건 박해민의 '영리한 발야구'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5.20 2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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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두산전 멀티히트, 결정적 주루플레이…19점차 대승 숨은 MVP

[잠실=스포츠Q 이세영 기자] 쉴 새 없이 터진 홈런 속에서 영리한 발야구가 빛났다.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박해민(25)이 빠른 발로 두산 내야진을 흔들었다. 박해민의 주루 플레이가 삼성이 대승으로 이어지는 초반 분위기를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도루 1위의 위용이 빛나는 주루였다. 상대 투수에게 간파된 상황에서도 빠른 발을 이용해 슬라이딩, 살아남았다. 직선타 때도 집중력을 발휘하며 재빨리 귀루했다. 3회에만 두 차례 출루한 뒤 2득점을 기록했다.

박해민은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전에서 7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 5타수 2안타 3득점 1도루를 기록했다. 박해민의 전천후 활약에 힘입어 삼성은 두산을 25-6으로 제압했다. 시즌 최다득점을 기록한 삼성이다.

▲ [잠실=스포츠Q 이상민 기자] 박해민(왼쪽)이 20일 KBO리그 두산전이 끝난 후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 3회 대량득점 이끈 두차례 영리한 주루플레이

‘방망이에 슬럼프가 있어도 다리엔 슬럼프가 없다’는 말이 있다.

타격은 믿을 게 못 되지만 주루 실력은 롤러코스터를 타지 않는다는 것. 박해민이 딱 그랬다. 지난해 도루 36개를 기록하며 5위에 오른 박해민은 올해도 이날 전까지 17차례 베이스를 훔치며 수위에 올랐다. 발이 빨라 병살타도 단 두 번에 불과하다.

영리한 주루도 돋보인다. 견제에 걸려도 자신 있게 달리며 살아남는다. 이날 3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중전 안타를 친 박해민은 상대 선발투수 유네스키 마야의 견제에 걸렸지만 지체하지 않고 2루로 전력 질주,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포수 출신 1루수 김재환의 수비가 약하다는 데이터를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주루였다. 김재환의 2루 송구가 빗나갔고 박해민의 작전은 맞아떨어졌다.

주자로서 역할도 십분 발휘했다. 계속된 무사 1, 3루에서 박석민의 3루수 직선타 때 재빨리 슬라이딩하며 귀루했다. 박해민의 플레이를 본 허구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도루 능력만 가지고 주루플레이를 논할 수는 없다. 이런 타구에 아웃되지 않는 게 주루플레이를 잘하는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홈에 무게중심이 쏠렸다면 아웃됐을 것이다. 박해민의 판단력이 빛났다”고 칭찬했다.

박한이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은 박해민은 같은 이닝 두 번째 타석에서 2루타를 작렬, 이지영의 적시타 때 또 한 번 득점에 성공했다. 박해민의 ‘명품 주루’가 삼성의 대량 득점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 후 류중일 삼성 감독은 “타선이 초반에 폭발해 점수를 쉽게 낼 수 있었다. 올해 들어 가장 편하게 지켜본 경기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 [잠실=스포츠Q 이상민 기자] 박해민이 20일 KBO리그 잠실 두산전에서 3회 타격하고 있다.

◆ 공수주 삼박자 갖춰 배영섭과 선의의 대결 예고

중견수를 보는 박해민은 빼어난 수비 실력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수비 범위가 넓어 웬만한 타구는 슬라이딩을 하지 않고도 잡아내며, 과거 심각한 어깨 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 있게 송구를 한다. 외야수로서 국내 최고 수준의 수비력을 갖췄다는 게 김평호 수비코치의 평가다.

타격도 나쁘지 않다. 직전 10경기에서 타율 0.192로 부진했지만 이날 10경기 만에 멀티히트를 달성, 자신의 시즌 타율을 0.268로 끌어올렸다. 빠른 배트스피드로 짧게 끊어 치는 스윙이 돋보인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선수가 배영섭(29)이다. 박해민이 1군 무대에서 뛰기 전 삼성의 주전 중견수를 맡은 배영섭은 2013년까지 4시즌 동안 타율 0.277에 6홈런 99타점을 기록했다. 도루도 84개나 올리며 호타준족으로서 맹위를 떨쳤다. 리그 최정상급의 수비실력도 자랑했다. 2013시즌 이후 경찰청에 입대한 배영섭은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302에 3홈런 28타점으로 여전히 빼어난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전역하는 배영섭은 내년부터 1군에서 뛸 수 있다. 자신이 없는 사이 일취월장의 실력으로 주전 자리를 꿰찬 박해민과 정면 대결을 벌인다.

버거운 상대임에는 분명하지만 박해민도 지난 2년간 무럭무럭 성장했기에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시즌 선배 배영섭과 자리다툼을 할 박해민의 면모를 보는 것도 삼성 팬들에게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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