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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무일푼” 이성민→박성훈, 불우한 시절 딛고 일어선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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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무일푼” 이성민→박성훈, 불우한 시절 딛고 일어선 배우들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4.05.03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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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드라마 속 인물들은 비싼 차를 타고 옷을 입으며 재벌 세계를 누리지만 이를 연기한 배우들은 달랐다. 무명 시절과 생활고를 견뎌내고 마침내 빛을 봤다. 

'더 글로리' 전재준에서 '눈물의 여왕' 윤은성으로 또 한번 악역의 새 획을 그은 배우 박성훈이 지난 2일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금수저라고 알려진 배경을 해명했다.

전재준은 IMF 이후 가세가 기울었고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가 일을 하는데도 경제적인 어려움이 컸다고 고백했다. 학창시절에는 햄버거 사먹을 돈이 없어 친구들과 떨어져 구석에 웅크려 있기도, 군 복무 당시 첫 휴가를 받았을 때는 부모님이 "집에 먹을 것이 없다"고 만류하기도 할 정도로 어려운 형편이었다. 신용카드 배달 일을 하던 아버지가 뇌출혈로 반신이 마비가 되는 일도 겪었다.

박성훈. [사진=스포츠Q(큐) DB]
박성훈. [사진=스포츠Q(큐) DB]

그럼에도 박성훈에게 꿈을 포기하지 말라 일렀다고. 연극 무대로 연기를 시작한 박성훈은 1년에 5만원을 벌 정도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그는 "룸메이트와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송강호 선배님 집 같은 곳에서 살았다. 창문이 지면과 높이가 같았다. 장마철이 되면 싱크대가 역류해서 물이 정강이까지 찼다. 콘센트에 닿으면 감정되니까 물을 퍼내는데 쉽지 않아서 겨울 솜이불에 물을 적셔 화장실에서 다시 짜내는 식으로 물을 퍼냈다. 7년 동안 그렇게 살았다"고 털어놨다. 당시 그 집에서 머물 보증금도 없어 친누나에게 돈을 빌렸다고. 

연극 무대를 거쳐 매체로 자리를 옮기고도 곧바로 빛을 보지는 못했다.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었고 윤도현밴드 콘서트 입장 티켓을 수거하는 아르바이트도 했다고 전했다.

박성훈은 시청률 49.4%를 달성한 KBS 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을 통해 시청자의 눈도장을 찍었다. 그는 이혜숙의 아들 장고래 역을 맡아 KBS 연기대상 신인상 등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의 전재준 역으로 이름 세 글자를 세계에 알렸다. 또한 최근 주연작인 '눈물의 여왕'이 역대 tvN 드라마 최고 시청률로 종영했다. 그는 현재 '오징어 게임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있다.

정성일. [사진=스포츠Q(큐) DB]
정성일. [사진=스포츠Q(큐) DB]

'더 글로리'로 박성훈과 함께 스타덤에 오른 배우 정성일도 어린 시절부터 생활고를 겪었다. 아버지는 계시지 않았고 어머니는 몸이 좋지 않아 요양을 가 있었다. 할머니, 누나와 좁은 단칸방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할머니가 돌아가셔 누나의 손에 키워졌다. 

정성일은 방송에서 "비가 오고 나면 (보도블럭에) 빗물이 고여 있지 않나. 너무 배가 고픈 거다. 누나가 학교 끝나고 오기 전까지는 먹을 게 없어서 빗물에 모래가 가라앉기까지 기다렸다가 그 물로 배 채운 적도 있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연극을 하면서도 우유 배달, 신문 배달, 빌딩 청소, 발레파킹, 대리운전, 카페 등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연극 무대에서 주로 활동한 정성일은 '더 글로리' 하도영 역을 맡아 송혜교의 조력자이자 임지연의 남편을 연기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드라마, 영화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김상만 감독이 연출을 맡고 박찬욱 감독이 신철 작가와 함께 집필하는 넷플릭스 영화 '전, 란'에 캐스팅돼 화제를 모았다. 김혜수 주연의 드라마 '트리거', 조여정 주연의 영화 '인터뷰' 공개도 앞두고 있다.

이성민. [사진=스포츠Q(큐) DB]
이성민. [사진=스포츠Q(큐) DB]

영화 '서울의 봄'을 비롯해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형사록', '소년심판', '미생', '골든타임' 등 화제작을 탄생시킨 이성민도 연극 배우로 활동하던 20대 시절 달방에서 지내며 "베개 붙들고 울었다. 배고프고 서럽고 힘들어 눈물이 났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극단에서 무용수인 아내를 만났지만 돈이 없어 결혼을 망설였다고. 아내와 결혼을 한 뒤에도 도시가스비를 낼 돈이 없어 장인어른의 카드를 사용해 지불했다. 아내의 임신 소식에도 기뻐할 수 없었다.

그는 "신혼여행 갈 형편이 못 돼서 대구에서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경주로 갔었다. 신혼여행에서 아이가 생겼는데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우리가 힘든 건 감수할 수 있어도 아이까지 힘들게 할 수는 없었다"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꺼냈다. 아이가 고기를 먹고 싶다고 하자 가장 저렴한 대패 삼겹살집에 데려가 먹인 기억도 전했다.

진선규(왼쪽부터), 성동일, 라미란. [사진=스포츠Q(큐) DB]
진선규(왼쪽부터), 성동일, 라미란. [사진=스포츠Q(큐) DB]

진선규는 함께 연극을 하던 아내 박보경과 월급 30만원을 벌면서 생활했다. 어느 날은 쌀이 다 떨어졌는데도 살 돈이 없었고 카드값이 연체돼 은행에서 단돈 200만원도 빌릴 수 없었다. 결국 박보경의 어머니가 해준 금목걸이를 팔아 쌀을 구매했다.

성동일도 연극 배우로 활동한 후 매체에 자리잡기까지 10년간 총 수입이 120만원밖에 되지 않았다고 털어놨으며 라미란은 연극을 하던 중 엔터테인먼트 매니저를 하던 남편이 불황을 겪어 아이를 임신하던 중에도 전기세를 못 낼 정도로 힘들었다고 생활고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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