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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며느리' 종갓집 시집살이+아이돌 예능+병맛 개그, 독특한 시도 끝까지 밀어붙여라! (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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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며느리' 종갓집 시집살이+아이돌 예능+병맛 개그, 독특한 시도 끝까지 밀어붙여라! (뷰포인트)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08.19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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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원호성 기자] 엽기발랄한 성격의 젊은 여자가 한국에서도 엄하기로는 단연 첫 손에 꼽히는 종갓집에 맏며느리로 들어가 시집살이를 시작한다. 여기까지만 이야기를 들으면 “그거 흔한 이야기 아냐?”라는 소리가 나와도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런데 여기에 “그런데 그 며느리가 사실 진짜 며느리가 아니라, 종갓집 체험 예능을 찍는 걸그룹 멤버야”라는 말을 덧붙인다면 어떨까?

장나라, 서인국 주연의 월화드라마 ‘너를 기억해’의 후속으로 17일 첫 방송된 KBS 새 월화드라마 ‘별난 며느리’는 종갓집 며느리 시집살이라는 한국 드라마의 닳고 닳은 소재에 걸그룹 여자멤버의 종갓집 시집살이 체험 예능이라는 예능의 포맷을 덧붙이며 새로운 장르의 개척에 나섰다.

‘별난 며느리’는 첫 방송부터 확실하게 드라마와 예능의 융복합을 선보였다. 단순히 드라마의 스토리만으로 종갓집 맏며느리 체험이라는 설정을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걸그룹 루비의 리더 오인영(다솜 분)이 방송 촬영용으로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진짜 예능 프로그램의 한 장면처럼 과도한 자막과 편집을 이용해 일상적인 화면으로 전개되는 드라마와 명확한 구분을 지은 것이다.

▲ 종갓집 식구들과의 첫 만남에서 핫팬츠 차림에 섹시댄스를 추다 밥상을 뒤엎는 대형사고를 친 다솜 [사진 = KBS '별난 며느리' 방송화면 캡처]

‘별난 며느리’의 예능적인 시도는 캐릭터와 에피소드에서도 두드러진다. ‘별난 며느리’의 다솜은 나오는 모든 장면에서 예능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는 예능감이 흘러넘친다. 여자 아이돌에게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큰 일’, ‘방귀’, ‘잠꼬대’로 연신 굴욕을 당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일상생활에서도 분위기 파악 못하는 눈치와 텅 빈 머리로 등장하는 장면마다 시청자들에게 웃음포를 빵빵 터트리게 만든다.

‘별난 며느리’의 유별난 캐릭터와 에피소드는 여주인공 다솜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훈남 실장님 이미지가 익숙한 류수영은 수학밖에 모르는 모태솔로 공부벌레로, 시어머니 고두심도 전통적인 엄한 시어머니상을 추구하지만 그 이면에는 코믹함이 숨어 있다. 여기에 동네 식당 아줌마와 커플티를 맞춰 입는 주책없는 시할아버지 박웅과 집은 내팽겨두고 술 마시러 다니는데 열중하는 시아버지 김성환과 같은 캐릭터도 기존 종갓집을 다룬 한국 드라마에서는 그리 찾아보기 쉬운 캐릭터들이 아니다.

‘별난 며느리’의 제목만큼이나 유별난 이런 시도는 드라마국이 아닌 예능국에서 제작하는 신선한 시도로 눈길을 끌었던 KBS 드라마 ‘프로듀사’의 성공이 만들어낸 과감한 시도와도 무관하지 않다. ‘프로듀사’는 KBS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을 만드는 제작진의 에피소드를 실제 예능과 적절히 섞어내면서도, 아이유와 김수현, 차태현과 공효진의 사각관계를 정통적인 로맨스 드라마의 스타일로 풀어내며 시청률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예능국에서 제작한 드라마 ‘프로듀사’가 예능 프로그램의 뒷이야기에 정통 드라마의 작법을 응용했다면, 반대로 드라마국에서 제작한 ‘별난 며느리’는 한국 드라마의 전형적인 이야기 위에 예능적인 작법을 도용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때로는 다솜의 ‘방귀’ 에피소드처럼 예능적인 시도가 지나쳐 ‘병맛’을 부르기도 하지만, 막장도 아니고 지나치게 트렌디한 청춘물도 아닌 드라마에서 이처럼 밝으면서도 엽기발랄한 재미를 보는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이기에 제법 반가운 마음도 든다.

‘별난 며느리’는 첫 주 방송에서부터 주요 배역들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엽기발랄한 다솜과 멋있는 훈남 이미지에 허당 캐릭터를 내재한 류수영의 조합도 은근히 안정적이고 이 커플을 둘러싼 고두심, 김성환, 김보연 등의 중견 배우들의 캐릭터도 적당히 과장된 재미를 선사하며 기존 고지식한 종갓집 드라마에 대한 편견을 깨고 있다.

▲ '별난 며느리'에서 다솜이 첫 주에 경험한 굴욕 3종 세트. 류수영에게 방귀를 뀌는 모습을 들키는 다솜, 쥐를 보고 도망치다 거름통에 빠져 똥 투성이가 된 다솜, 남편 류수영에게 추어탕을 끓여주려다 도망친 미꾸라지 때문에 의도치 않게 성추행을 하게 된 다솜 [사진 = KBS '별난 며느리' 방송화면 캡처]

‘별난 며느리’의 향후 행보도 상당히 흥미롭다. KBS는 기존에도 정통 드라마 위에 ‘별난 며느리’처럼 가볍고 때로는 ‘병맛’으로 느껴지는 캐릭터 코미디를 얹어내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해봤다. ‘쾌걸 춘향’이나 ‘직장의 신’이 병맛과 드라마의 조합으로 성공을 거둔 케이스라면, ‘광고천재 이태백’처럼 병맛의 품질이나 드라마의 완성도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패를 거둔 경우도 존재한다.

이왕 ‘병맛 코드’에 예능 프로그램과의 결합을 내세웠다면 ‘별난 며느리’는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말고 뚝심 있게 ‘병맛’을 밀어붙이는 편이 한층 유리하다. 같은 시간대 경쟁작인 MBC ‘화정’과 SBS ‘미세스 캅’이 비교적 무거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기에, 이야기에 크게 집중하지 않아도 편안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볼 수 있는 동시간대 ‘별난 며느리’의 존재감은 무시하기 힘들다.

여기에 ‘별난 며느리’가 기존 막장 드라마의 틀을 일부 유지하면서도 캐릭터로 막장 드라마의 전형성을 벗어나는 가능성을 보여준 점도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한 재미로 다가올 수 있다. 드라마라고 해봐야 사극, 막장 드라마, 트렌디 로맨스 드라마, 로맨스나 감동이 일부 가미된 장르물 등 드라마의 다양성이 극히 좁아지는 시대에, 오히려 과거 인기를 끌었던 병맛 코드를 막장 드라마, 가족 드라마의 코드와 결합시키고 여기에 예능 프로그램의 형식까지 차용한 ‘별난 며느리’의 유별난 시도는 분명 시청자의 눈에 두드러지게 들어올 날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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