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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4' 조덕제의 갑(甲)질이 보여주는 서글픈 을(乙), 병(丙), 정(丁)의 현실 (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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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4' 조덕제의 갑(甲)질이 보여주는 서글픈 을(乙), 병(丙), 정(丁)의 현실 (뷰포인트)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09.16 0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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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원호성 기자] 어제는 돈이 없어 서러웠고, 오늘은 을(乙)이라서 서러웠다.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4’에서 연이틀 서러움을 속으로 삭혀야만 했던 ‘영애씨’ 김현숙의 이야기다.

15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4’ 12화는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을(乙)의 설움을 낙원사 사장 조덕제와 이영애 디자인 사무소 사장 이영애(김현숙 분)의 관계를 통해 그야말로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14일 방송된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4’ 11화에서 김현숙은 돈이 없어 겪는 서러움을 톡톡히 겪었다. 주머니에 가진 돈이라고는 겨우 3천원이 전부라 야근 마치고 버스 끊긴 막내 직원 박선호에게 택시비도 못 챙겨주고, 직원들 월급도 당연히 못 준다. 집에 들어오니 어머니는 “회사 그만두고 사장이라면서 생활비도 못 준다”고 구박한다. 이런 구박 속에서 김현숙은 술에 취해 김산호에게 술주정을 하고, 김산호의 배려로 단양 휴양림 디자인 건에 대해 선불로 돈을 받아 직원들 밀린 월급도 주고 어머니 계모임 자리에 나가 계산도 하며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세우게 됐다.

▲ 이영애(김현숙 분)는 김산호에게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낙원사의 디자인 하청을 맡지만, 조덕제와 이승준의 계속되는 갑질에 시달리다 결국 옥상까지 쫓겨났다 [사진 =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4' 방송화면 캡처]

그러나 그 돈이 사실 단양 휴양림 디자인 건에 대한 선불이 아니고 김산호가 선불로 나온 대금인 척 준 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김현숙의 자존심은 산산조각난다. 결국 김현숙은 자신을 찾아온 라미란에게 부탁해, 김현숙 스스로 사장 조덕제에게 욕을 하고 나온 낙원사의 디자인 하청을 맡기로 결심한다. 다 그 놈의 돈이 원수인 것이다.

그렇게 자존심까지 뭉개면서 낙원사의 디자인 하청일을 맡았지만 이번에는 조덕제의 끝없는 갑(甲)질이 다시 한 번 김현숙의 자존심을 밑바닥까지 끌어내린다.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 회사를 나가며 했던 행동을 사과하라는 말부터 시작해, 계약서에 없는 조건은 전혀 챙겨줄 수 없다며 커피 한 잔, 점심 한 끼 사주는 것은 고사하고 “회사 기밀 엿들을 수도 있으니 옥상 가서 일해라”라는 말에 땡볕이 작렬하는 옥상으로 쫓겨나 일하는 서러움을 겪는다.

여기에 그나마 자신의 편을 들어줄 줄 알았던 썸남 이승준까지 김현숙과 김산호의 관계를 의심해 조덕제보다 더한 갑질로 진상을 피운다. 조덕제가 “우리 회사 일 하면서 다른 회사 일을 같이 맡는 게 뭐하는 짓이냐”고 난리를 치면, 이승준은 그 옆에서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각서를 쓰라”고 윽박을 지르는 것이다. 이것으로 끝나면 차라리 다행이겠지만 조덕제는 회식자리까지 김현숙을 따라오라고 한 후 “오늘은 하청업체가 우리 낙원사를 접대하는 날”이라며 회식비까지 모두 결제하라고 강요한다. 이에 반박해봐야 돌아오는 말은 “싫으면 선불금 토해내고 그만 두든가”라는 궁극의 갑질일 뿐.

15일 방송된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4’는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하다 못해 이제는 무감각해진 ‘갑질’의 현실을 통렬하게 꼬집는다. 정작 아쉬워야 할 쪽은 조덕제 사장의 만행으로 디자인팀이 전멸해 디자인 업무가 마비될 수준인 낙원사이건만, 조덕제는 그런 주제에도 갑(甲)이라며 온갖 진상을 피운다. 하지만 김산호에게 돈을 갚아야 해서 일을 떠맡은 김현숙은 을(乙)의 입장이기에 그런 조덕제의 진상을 보면서도 그저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아무 말도 못하고 속만 부글부글 끓일 뿐이다.

▲ 조덕제의 진상갑질을 회식자리까지 이어진다. 낙원사에 들어와서 한 번도 회식을 안 했던 조덕제는 갑자기 회식을 하자고 제안하고 "하청업체가 대접하는 자리"라며 이영애(김현숙 분)에게 회식비를 모두 내라고 하고, 노래방에서는 "하청업체가 분위기 하나 못 띄우냐"며 똑바로 접대하라고 호통을 친다 [사진 =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4' 방송화면 캡처]

사실 우리 사회에는 갑질이 넘치고 넘쳐난다.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4’ 12화에는 갑(甲)인 낙원사 사장 조덕제가 을(乙)인 이영애 디자인 사무소 사장 김현숙에게 갑질을 하는 내용만 소개됐지만, 보다 넓게 보면 직위를 내세워 부하직원을 혼내는 상사도 갑질이고, 동네 술집에서 ‘손님은 왕’이라며 진상을 피우는 ‘손님’ 아닌 ‘손놈’들도 자기들이 갑(甲)이라고 주장하는 세상이다. 갑(甲)에게 서러움을 당한 을(乙)은 자기보다 더 약한 병(丙)을 찾아가 다시 갑질을 하고, 병(丙)은 또 다시 정(丁)을 찾아가 갑질을 한다. 갑질의 악순환이다.

14일 방송된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4’ 11화가 돈이 없으면 자존심도 사라지는 우리 사회를 통렬하게 조롱했다면, 15일 방송된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4’ 12화는 눈앞에 펼쳐지는 갑질을 보면서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인간 이하의 대접을 꾹 참고 견디는 을(乙)의 서러움으로 다시 한 번 웃음 속 씁쓸함을 남겼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이제는 갑(甲)과 을(乙)의 관계만이 아니라 을(乙)이 다시 병(丙)에게 갑질을 하고 병(丙)이 다시 정(丁)에게 갑질을 하는 갑질의 악순환이 현실이라는 생각에 더욱 씁쓸함을 짙게 남긴다. 그래서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4’를 보다보면 이 드라마가 정말 경쾌한 시트콤이 맞나 의심이 들 때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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