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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코리아6' 제대로 망가진 호스트 YB와 흥미로운 패러디…왕년의 명성 조금은 되찾다 (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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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코리아6' 제대로 망가진 호스트 YB와 흥미로운 패러디…왕년의 명성 조금은 되찾다 (뷰포인트)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10.04 0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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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원호성 기자] 3개월의 휴식을 끝내고 지난주 야심차게 하반기 첫 방송을 선보였으나 기대에 못 미치는 완성도를 보였던 'SNL코리아6'가 하반기 두 번째 방송에서는 그래도 예전의 명성을 조금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3일 방송된 tvN 'SNL코리아6'에서는 대한민국 대표 록밴드 YB와 윤도현이 호스트로 출연해 하반기 첫 방송 호스트 김상중 편보다 훨씬 나은 호스트 개그와 크루들의 패러디로 한결 나아진 모습을 선보였다.

▲ 3일 방송된 'SNL코리아6'의 호스트인 YB와 윤도현은 '실용음악학원', '톡투미', '응답하라 복고뮤직' 등 다양한 코너를 통해 제대로 망가지며 만족스러운 호스트 개그를 선보였다 [사진 = tvN 'SNL코리아6' 방송화면 캡처]

3일 방송된 'SNL코리아6'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보여준 것은 단연 호스트 YB와 윤도현이었다. YB와 윤도현은 'SNL코리아6' 오프닝에서 데뷔 20주년 기념 신곡 '스무살'을 선보이며 음악과 코미디의 조화라는 'SNL'의 모토에 잘 어울리는 오프닝을 선사했고, 이어진 오프닝 무대에서도 윤도현을 제외한 YB 멤버들의 이름을 모르는 신동엽의 모습으로 깨알 같은 호스트 개그를 선보이며 시작됐다.

'SNL코리아6'에서 YB와 윤도현의 활약은 눈부셨다. 이들은 먼저 "누구나 윤도현처럼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모토로 만든 실용음악학원을 통해 말끝마다 "록 스피릿"을 강조하는 윤도현과 "록은 남자의 음악"이라며 강렬한 드럼을 선보이는 YB 드럼 김진원 등의 모습을 통해 호스트 개그를 선보였고, 결국 학부모들의 반대에 부딪힌 실용음악학원이 YB의 외국인 기타리스트 스캇 할로웰을 원어민 교사로 앞세운 영어학원으로 바뀌는 모습으로 큰 웃음을 선사했다.

이어진 '톡투미'에서 YB와 윤도현은 틈만 나면 10월 15일 열리는 데뷔 20주년 콘서트를 홍보하며 '오 필승 코리아', '나는 나비' 등 히트곡을 선보이려고 발악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했고, 윤도현은 이어 '아침드라마 가족'에도 짜장면 배달부로 출연해 깨알 같이 콘서트를 홍보하며 웃음도 주고 콘서트도 홍보하는 일거양득의 재미를 쏠쏠하게 누렸다.

여기에 YB의 히트곡 '너를 보내고'를 1990년대 풍의 뮤직비디오로 제작하는 '응답하라 복고뮤직'과 윤도현의 대표적인 흑역사인 영화 데뷔작 '정글스토리'로 제대로 된 호스트 개그를 선보였다. 모름지기 'SNL'에서는 호스트가 망가질수록 재미가 더해지는 법이다.

YB와 윤도현의 호스트 개그 외에도 이날 'SNL코리아6'는 다양한 패러디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데 성공했다. 지난주 방송된 호스트 김상중편이 뻔한 패러디와 어설픈 섹드립 남발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데 실패했다면, 이번에는 섹드립은 줄인 대신 좀 더 사회적인 패러디를 앞세워 예년 'SNL코리아'의 위용을 아주 조금은 되찾았다.

▲ 3일 방송된 'SNL코리아6'는 막장 아침드라마의 클리셰에 대한 패러디, 신동엽과 유세윤의 디스전, 정성호의 대학 생존기 등을 통해 패러디에서도 지난 방송보다 한결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사진 = tvN 'SNL코리아6' 방송화면 캡처]

'SNL코리아6'의 패러디가 돋보인 것은 정성호가 영국 BBC에서 베어 그릴스가 출연하는 '인간과 자연의 대결(Man VS Wild)'를 패러디한 'Man VS City'였다. 지난주 회사에서의 생존방법에 이어 취업경쟁으로 정글 이상의 치열한 생존격전이 펼쳐지는 대학교를 무대로 한 이 코너에서 정성호는 대학내 똥군기, 인분(人糞)교수 사건, 교수의 여제자 성추행 등 대학교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악들을 캐치해내며 웃음 속에 날카로운 비판을 숨기는데 성공했다.

신동엽과 유세윤이 영화 '사도'를 패러디한 코너도 흥미로웠다. 신동엽과 유세윤이 유세윤의 음주운전과 신동엽의 대마초 사건을 가지고 서로를 디스하는 장면은 'SNL코리아' 같은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는 매력이다.

하지만 이날 최고의 패러디는 단연 막장 아침드라마들의 클리셰를 대거 등장시킨 '아침드라마 가족' 코너였다. 여기서는 MBC 일일 아침드라마 '이브의 사랑'에서 김민경(강세나 역)이 당한 스파게티 싸대기를 패러디한 짜장면 싸대기와 실어증에 하반신 불구를 연기한 김민경의 모습을 강유미가 패러디하고 이외에도 물 뿌리기, 기억상실, 우리 아들과 헤어지라며 돈봉투를 건네는 어머니 등 막장드라마의 클리셰를 총망라하며 웃음을 선사했다.

3일 방송된 'SNL코리아6' 호스트 YB와 윤도현 편은 지난주 방송된 하반기 첫 방송 호스트 김상중 편에 비해 호스트 개그와 크루들의 콩트 모두 월등히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래도 아직 아쉬운 부분은 존재한다.

'SNL코리아6'는 이날 다양한 패러디를 선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2012년 'SNL코리아'의 전성기 당시처럼 사회 전반의 폐부를 찌르고 정치인들의 간담까지 서늘하게 하던 날카로운 패러디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호스트 개그 역시 3일 방송은 콘셉트도 잘 잡고 기대 이상의 수준이었지만, 이런 수준이 다음주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방송시간이다. 오후 11시 심야시간대에 방송되던 'SNL코리아6'는 한 시간 정도 빠른 오후 10시 시간대로 옮겨오며 'SNL코리아' 특유의 과감한 맛을 선보이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한동안 정치풍자를 포기하고 섹드립에만 몰두하며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던 풍경은 이제 조금 덜 볼 수 있겠지만, 안 그래도 풍자와 비판이 약해지며 씹는 맛이 사라진 'SNL코리아'를 그나마 보게 만들던 요소인 섹드립까지 사라진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이것은 섹드립을 부활시키자는 이야기도 아니고, 섹드립을 더 밀어붙이라는 말도 아니다. 방송시간대의 영향으로 섹드립을 못하게 된 만큼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확실한 풍자와 패러디, 비판 콘텐츠를 갖췄으면 한다는 이야기다. 'SNL코리아'는 원한다면 한국에서 가장 자유롭고 신랄하게 뼈 있는 웃음을 날릴 수 있는 멍석이 깔린 프로그램이다. 오늘 방송을 계기로 'SNL코리아6'가 전성기 시절의 기량을 되찾을 수 있기를 정말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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