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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해무' 벌거벗은 욕망과 광기의 교향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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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해무' 벌거벗은 욕망과 광기의 교향시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7.29 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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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올 여름 한국 영화 블록버스터 4파전의 마지막 주자이자 바다 열전의 끝 작품인 ‘해무’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파도가 일렁이는 시퀀스로 문을 연 ‘해무’는 1시간51분 러닝타임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관객이 몰입의 끈을 놓치지 않게 한다.

 

1998년 IMF 시기, 한때 여수 바다를 주름잡던 전진호는 폐선 일보직전으로 전락해 감척 사업 대상이 된다. 배를 잃을 위기에 몰린 선장 철주(김윤석)는 배를 수리하고 선원들에게 몫돈을 안겨주기 위해 조선족 밀항 작업에 나서기로 한다. 해경의 눈을 피해 여섯 명의 선원들은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 온 수많은 밀항자들을 배에 태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무가 밀려오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2001년 제7 태창호 사건을 바탕으로 극단 연우무대가 연극으로 만들었던 작품을 스크린에 옮긴 ‘해무’는 폐쇄된 공간인 배 안에서 이뤄지는 인간의 벌거벗은 욕망과 광기의 교향시다. 서서히 밀려드는 뿌연 바다안개,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음으로써 점증하는 두려움은 서로 조응하며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시나리오와 연출은 극한에 몰린 상황에서 변화하는 인간 심리, 선악이 무시로 돌출하는 살풍경한 모습을 솜씨 좋게 담아내며 극한의 스릴과 서스펜스로 객석을 덮친다.

 

바다안개 속 홀로코스트를 완성한 배우들의 열연은 단연 돋보인다.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을 믿고 따르는 선원들과 배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 같은 선장 철주를 연기한 김윤석은 진폭 넓은 감정연기로 대배우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인자하고 심약한 기관장 완호(문성근), 전진호의 2인자인 행동파 갑판장 호영(김상호), 본능에 충실한 롤러수 경구(유승목)와 선원 창욱(이희준)으로 이뤄진 캐릭터들은 배안에서 이뤄지는 강렬한 드라마를 구축하는데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낸다.

잔인한 비극이 집어삼킨 전진호에 한줄기 구원의 빛을 만들어낸 캐릭터가 바로 순박한 막내 선원 동식(박유천)과 소식이 끊긴 오빠를 찾기 위해 밀항에 오른 조선족 처녀 홍매(한예리)의 위태로운 사랑이다. 박유천은 아이돌 스타 이미지를 벗고 악의 대척점에 선 캐릭터에 존재감을 불어 넣는다. ‘코리아’ ‘스파이’에서 북한여성을 연기하며 주목받은 신인 한예리는 ‘한공주’의 천우희에 이어 올해 한국 영화계가 발굴한 값진 수확이다.

▲ 동식 역 박유천(사진 위)과 조선족 처녀 홍매 역 한예리

반면 완호의 스토리가 부재함으로써 그의 광기에 설득력이 떨어지며 전후반 응집력에서 아쉬움이 느껴진다.

봉준호 감독이 기획·제작을 맡고, '살인의 추억'에서 봉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시나리오 작가 심성보가 메가폰을 잡은 ‘해무’는 탄탄한 드라마에 얹힌 배우들의 호연, 여운 있는 엔딩신, 촘촘한 연출력 등 많은 미덕을 지니고 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과 작품 자체가 지닌 무거운 분위기가 만선의 기쁨을 안겨줄지 아닐지 결정하는 척도가 될 듯싶다. 8월13일 개봉.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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