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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평범을 거부하는 배우, 김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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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평범을 거부하는 배우, 김호영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8.05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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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노민규기자] ‘렌트’의 에이즈에 걸린 거리의 드러머 엔젤, 연극 ‘이’의 광대 장생을 사랑하는 공길, ‘자나 돈트’의 동성애자 자나, ‘갬블러’의 여장남자 쇼걸 지지, ‘라카지’의 사랑스러운 하녀 자코브….

◆ 여성스러운 연기로 ‘프리실라’ 아담까지 성적 소수자 역할 섭렵

여자보다 더 여성스러운 자태로 성적 소수자 역할을 해온 뮤지컬 배우 김호영(31)은 ‘팔색조’ ‘당당 캐릭터’ ‘호이’ 등 닉네임이 즐비하다. ‘말 잘 하는 배우’ ‘패션감각 뛰어난 배우’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 등 수식어도 많다.

 

늦은 나이에 군 입대했던 그가 올해 초 제대 후 선택한 캐릭터는 라이선스 쇼뮤지컬 ‘프리실라’(9월28일까지 LG아트센터)의 아담이다. 드랙쇼(여장남자쇼)를 하는 활달한 성격의 게이로 중년의 트랜스젠더 버나뎃,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아들을 만나려 하는 게이 틱과 함께 프리실라 버스를 타고 시드니에서 앨리스 스프링스까지의 호주 종단여행에 나서는 인물이다.

“그런 색깔의 역할을 많이 맡아온 데 대한 고민은 별로 안했어요. 대중이나 관계자들이 ‘김호영이 전형적인 남성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다면 제가 배우로써 증명하고 보여주면 되는 거니까. ‘쌍화별곡’의 의상대사나 ‘헤어스프레이’의 킹카 링크, ‘모차르트 오페라 락’의 모차르트를 모자람 없이 연기했으므로 늘 자신이 있었어요. 다른 작품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되는 거니까요.”

그렇지만 애석한 부분도 있다. 사람들이 작품 속 남자 캐릭터는 다 달리 보면서 성적 소수자 캐릭터는 하나로 뭉뚱그려 보기 때문이다.

 

“남성적인 캐릭터든 여성적인 캐릭터든 모두 다 호흡이 다르거든요. 제가 연기했던 공길, 아담, 엔젤, 자나 모두 처한 상황과 성격, 입장이 다르므로 다른 인물로 접근, 분석해야 하죠. 그 카테고리 안에서라도 독보적인 배우라면 제 희소성, 상품적 가치가 있는 거니까 좋은 거 아닌가요. 하하. 그런데 ‘프리실라’ 이후 차기작으로 ‘라카지’의 자코브를 또 해야 해요. 제가 초연에서 너무 강렬하게 만들어놔서 또다시 제안하신 거래요.”

‘프리실라’의 아담은 가수 조권, 뮤지컬 배우 이승엽과 번갈아가며 맡고 있다. 두 후배가 20대 특유의 통통 튀는 발랄한 에너지를 발산한다면, 김호영은 관록을 보태 뼛속까지 당찬 아담의 내면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한다.

“아담은 연기하면서 매력을 느낀 케이스예요. 자신의 존재를 거리낌 없이 세상에 드러내는 사람이니까요. 사람들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기를 바라죠. 버스 위에서 오페라 아리아를 립싱크하고, 도나 섬머의 ‘핫 스터프’를 열창하는 데 신경썼지만 에어즈 록 정상에 올라 짧은 순간이나마 자신의 꿈을 활짝 펼치는 심리를 표현하는데 공을 들였어요. 여행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아담은 세상에 반항하거나 좌절하기보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며 ‘나 그냥 아담이야!’라고 외칠 거 같아요.”

 

그가 추구하는 삶과도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어서 아담 캐릭터에 애정이 새록새록 생기고 있다.

◆ 연기 노래뿐 아니라 글, 패션뷰티, MC 팔방미인…연예 비즈니스 꿈꿔

거침없고 소신이 뚜렷하다. 동국대 연영과 출신이 김호영은 2002년 뮤지컬 ‘렌트’로 데뷔한 이후 왕성한 식욕으로 뮤지컬과 연극을 섭렵했다. 연기력과 가창력을 탄탄히 다져온 그에게 2012년 한국뮤지컬대상은 남우조연상(‘라카지’ 자코브 역)으로 그간의 노력에 보상을 했다.

연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이 많아 하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지난 2011년 직접 구성, 연출, 진행을 맡은 ‘뮤지컬 콘서트 3S’를 무대에 올렸다. 뮤지컬 배우 정선아와 김수용을 위한 공연이었고 신영숙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음악감독 박칼린이 성인 여성관객을 위해 만든 ‘미스터 쇼’ MC로 활약했다. 지난 2월부터 공연전문 사이트에 한 달에 한 번씩 자유주제의 글을 기고한다. 9월부터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패션뷰티 주제의 토크쇼를 론칭한다. 패션매거진 편집장 느낌으로 정보를 전달하며 게스트와 대화를 나누고, 중간중간 노래를 부른다.

 

“예전부터 제 자신이 브랜드화, 아이콘화되고 싶은 욕구가 강했어요. 제가 비즈니스 마인드가 강하거든요. 궁극적으로 컨설팅 및 캐스팅 디렉터를 포괄하는 에이전시, 패션뷰티 스타일링 등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를 해나가려고요. 그러기 위해서라도 뮤지컬 배우로 꾸준히 활동하며 입지를 더욱 단단히 굳혀야죠.”

대학 때부터 오늘 하루를 중요시했다. 별명인 ‘호이’도 스페인어로 ‘오늘’이란 뜻이다. 오늘을 열심히 살면 빛나는 내일이 올 것임을 확신한다. 일에 관한 한 욕심이 워낙 많아 뮤지컬에 국한하지 않고 드라마, 예능, 영화 등 타 장르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계획이 빼곡하다. ‘만능 엔터테이너’가 목표다. 이러한 꿈 역시 미래의 사업을 위한 씨앗 뿌리기다.

[취재후기] 인터뷰 장소에 등장한 김호영의 손에 눈길이 먼저 갔다. 은색과 블루톤의 매니큐어가 화려하게 손톱을 장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요즘 네일아트에 꽂혀 있다”고 설명했다. 1시간을 훌쩍 넘긴 인터뷰는 그의 막힘없는 달변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김호영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유니크한 무대 배우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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