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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비정상회담, '장미여관'이 끌어낸 '서울살이' 공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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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비정상회담, '장미여관'이 끌어낸 '서울살이' 공감대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08.26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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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오소영 기자] JTBC의 ‘비정상회담’에는 MC인 전현무가 부르는 ‘비정상 송’이 있다. 전현무는 특유의 음치 창법으로 올 상반기를 강타했던 노래인 ‘썸’을 개사해 부른다. ‘정상인 듯 정상 아닌 정상 같은 너’. 발음과 억양을 한껏 강조한 이 노래는 우습게 들리지만 사실은 이 프로그램을 정의하는 가장 짧은 소절이다.

자신의 고민을 풀어놓으며 “내가 비정상이냐”고 묻는 게스트에게 열띤 토론 후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결론을 내려주긴 해도, 토론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토론인 듯 토론 아닌’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비정상회담’은 토론 형태의 토크쇼다. 외국인 출연자들은 자신의 나라에서 자라온 경험을 바탕으로 게스트의 고민을 다양한 시선에서 다룬다.

▲ 25일 JTBC '비정상회담'엔 밴드 장미여관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사진=JTBC제공]

◆ ‘토론’ 아닌 ‘토크’ 끌어낸 서울살이와 한국살이

25일 ‘비정상회담’에서는 ‘서울살이를 그만두고 싶은 나, 비정상인가요?’라는 안건이 상정됐다. 게스트로는 밴드 ‘장미여관’의 육중완과 강준우가 출연했다. 이들은 고향인 부산에서 음악을 하다 서울로 올라와 활동하고 있다. 상경한지 6년차다.

육중완이 “반지하 방을 벗어나 이제야 햇빛 드는 옥탑방에 산다”고 자신의 처지를 얘기하자 샘 오취리는 “나랑 똑같다”며 동병상련인 처지를 반겼다.

이날 방송에선 게스트와 외국인 출연자들의 공감대 형성이 초점이었다. 장미여관이 안고 있는 고민은 출연자들 또한 한번쯤 해봤던 고민이었다.

육중완은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 살이하는 친구들을 제가 대변하는 것 같다”며 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해 얘기했다. 월급으로 월세나 전기세 등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또한 반지하에서 생활할 때의 고생담을 얘기했다. “주변이 시끄러워 잠에서 깼는데 홍수가 나서 몸이 잠겨 있었다”며 “물에 젖을까봐 악기를 가장 먼저 옮기면서도 이게 뭐하는 짓인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게스트와 외국인 출연자와의 위치는 비슷해졌다. 장미여관이 서울살이를 하듯 출연자들도 타향살이인 한국살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주제에 대한 토론은 평소같진 않았다. 대신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조언하는 모습에 가까웠다. 출연자들은 각자의 서울 살이의 고생에 대해 얘기했다.

강준우는 “부산에선 생 삼겹살이 1인분에 6천원인데 서울은 만 이천원”이라며 “고기 값에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터키에서 온 에네스 카야 또한 “처음 서울에 왔을 때 생활비가 한 달에 10만원이었는데 커피 값으로 만 이천원을 쓰고 나서 어떻게 그 돈을 써 버렸을까 오랫동안 생각했다”고 말했다.

 

벨기에에서 온 줄리안은 한국의 ‘보증금’에 대해 얘기했다. “부모님 도움없이 어떻게 천만원 단위의 돈을 마련하냐. 유럽의 경우 월세의 3~4배정도의 보증금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줄리안을 포함한 출연자들은 비싼 보증금 때문에 주로 작은 하숙집이나 고시원에서 생활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온 장위안 또한 "돈이 없고 물가가 비싸 고시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밥에 간장을 비벼 먹었다"고 말했다.

◆ 외국인보다 더 외국인같은 게스트의 출현

이날 방송의 재미는 게스트 장미여관의 특이성에도 있었다. 이들은 등장부터 특이한 외양으로 시선을 모았다. 장미여관은 평소 공연 때 입는 샛노란 무대의상과 한껏 띄워 올린 머리 모양을 하고 등장했다. 이국적인 외모 때문에 외국인 출연자들로부터 “외국인같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이들은 상경 6년차지만 외국인 출연자들보다도 서울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육중완이 서울에서 살며 가 본 장소들을 얘기하자 대부분의 출연자들은 가 봤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거꾸로 장미여관은 출연자들이 말하는 장소를 모르고 있었다. 오히려 외국인들에게 서울 명소에 대해 추천을 받았다.

미국에서 온 타일러가 ‘낙성대’를 추천하자 장미여관은 “대학교 이름이냐”, “‘낙성대교’라는 다리 아니냐”고 반문했다. 지방에서 서울로 온 사람들은 오히려 서울에 대해 잘 모르고 많이 밖을 다니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그들의 모습에 줄리안은 “(장미여관은)저희와 같은 외국인”이라고 말했다. 출연자들은 서울 곳곳의 명소와 교통편에 대해 막힘없이 얘기했다.

 

이어 이들은 서울에 대한 퀴즈를 풀었다. 장미여관은 부산 대표로서 출연자들에 맞섰지만 정답을 잘 맞히지 못했다. 대신 출연자들이 ‘서울의 마스코트 동물-해치’, ‘애인과 함께 걸으면 헤어진다는 전설이 있는 길-덕수궁 돌담길’ 등을 정답으로 맞혔다. 장미여관의 어수룩한 모습 덕에 출연자들은 더욱 자신있게 자신의 지식을 드러내고 이들에게 조언을 해 줄 수 있었다.

◆ 세계 청년들 하나로 묶은 장미여관의 ‘서울살이’

프로그램 막바지에 장미여관은 자작곡 ‘서울살이’를 노래했다.

‘월세내랴 굶고 안 해본 게 없네/이래 힘들라꼬 집 떠나온 것은 아닌데/점점 더 지친다 이놈의 서울살이’ 등 가사는 고향인 부산 사투리를 살리면서 서울 살이의 어려움에 대해 표현한다.

직접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멋있는 목소리에 출연진들은 감동했지만 ‘서울 아가씨들 모두 다 예쁜 건 아니네’, ‘꼬시리라 꼬시리라/서울 아가씨 꼬셔서 장가가리’ 등 유머러스한 가사로 분위기를 처지지 않게 잡아줬다.

 

이 무대는 이날 토론에 대한 선물과도 같았다. 지금도 낯선 땅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청년들을 위한 위로 같았다. MC인 유세윤은 “노래의 힘이 큰 것 같다. 6시간 동안 얘기했는데 3분간의 노래 안에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고 얘기했다.

이날 ‘비정상회담’의 결과는 ‘장미여관은 비정상’으로 끝났다. ‘서울살이를 그만두고 싶은 나, 비정상인가요?’를 토론 안건으로 상정했던 육중완이 스스로를 비정상이란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는 “꿈을 위해 왔다면 멋지게 해 보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바뀐 생각을 밝혔다. 이는 “고향에 간다면 서울에서의 재미를 잃을 것 같다”는 일본에서 온 타쿠야나 “부산에서 10년 동안 음악을 했지만 서울에서 6년 활동해서 더 유명해졌고 많이 벌었다”며 “태어난 곳이 고향이 아니라 먹고 사는 곳이 고향”이라는 터키에서 온 에네스 카야 등 출연자들과의 이야기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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