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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락(樂) 개론]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배구(配球)의 매력 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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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락(樂) 개론]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배구(配球)의 매력 5가지
  • 최문열
  • 승인 2016.06.02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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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최문열 대표 이세영 기자] “키 크고 잘 생긴 남자들이 공중으로 날아 스파이크를 날리는 모습이 정말 멋지잖아요.”

“네트를 사이에 둔 창과 방패의 치열하면서도, 쉼 없는 공방이 참 매력적입니다.”

배구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그 매력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대답이 다양하게 돌아온다. 오랫동안 배구를 좋아하고 있다는 한 골수 여성 팬은 배구는 깊이 알면 알수록 빠져든다며 겉이 다르고 속이 다른 스포츠의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대한민국에 배구가 처음 소개된 것은 1915년, 그리고 공식 경기를 처음 펼친 것은 1916년, 그때로 부터 어느덧 만 100년의 세월이 지난 배구, 그 오묘한 매력 속으로 빠져보자.

# 높고 견고한 벽, 그 한계에 대한 도전

배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강 스파이크다. 힘차게 공중으로 뛰어올라 온힘을 다해 상대 팀 코트로 내리꽂는 스파이크는 절로 탄성을 지르게 한다. 보는 이들의 심장을 더 뛰게 하는 것은 그 앞에는 언제나 단단한 벽, 블로킹 벽이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둘 또는 셋이 있을 때도 있는데 그 수에 따라 공격 성공의 기쁨은 갑절이 된다.

배구의 스파이크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 본성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위로 솟구쳐 오르고자 하는 욕망, 그것은 인간 내면에서 수시로 치솟는다. 거기에 자신을 옥죄거나 가로막고 있는 벽을 넘고, 부수고 싶은 인간 본성도 매한가지다.

배구 경기에서 공격수가 지상을 박차고 높이 솟구쳐 상대의 견고한 블로킹 벽을 무너뜨리는 스파이크 폭발에 대리만족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그 쾌감은 블로킹에서도 만끽할 수 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속담이 있는데 ‘권세가 대단하여 모든 일을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실로 블로킹은 ‘나는 새를 떨어뜨리는’ 또 다른 희열과 쾌감이 있기 마련이다.

# 1+1+4=1, 여섯이 하나가 돼야 하는 더불어 정신

‘헌신과 믿음의 스포츠’, ‘배려와 협력의 스포츠’.

배구는 공을 바닥에 떨어뜨리지 않은 채 세 번안에 쉼 없이 상대 코트로 넘겨야 하는 종목의 특성을 갖고 있다. 한 사람이 연속해서 공을 접촉하면 반칙으로 실점하게 된다. 이 때문에 공격 시에 공격수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선수 혼자 드리블해 치고 들어가 득점을 할 수 있는 축구와 농구와는 확실히 다른 점이 아닐 수 없다.

누군가가 서브리시브 또는 리시브를 하고 이어 세터가 토스를 올려줘야 비로소 공격이 이뤄진다. 동료의 살뜰한 도움과 지원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배구 경기에선 혼자가 아닌 다같이, 개인기가 아닌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멋진 스파이크가 성공하기 위해선 안정적으로 서브리시브 또는 수비를 해야 하는 살림꾼이 필요하고 상대 블로커를 따돌려주는 세터의 재치 있는 토스워크도 무척 중요하다.

코트 안 1명의 세터, 1명의 리베로 그리고 4명의 공격수(센터와 좌우 공격수)가 한 몸이 되어 유기적으로 톱니바퀴처럼 움직여야만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만일 서브리시브(또는 리시브)와 토스, 그리고 공격 3박자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흐트러지면 무너지기 십상이다.

최상의 협력과 하모니를 요하는 ‘더불어 정신의 스포츠’, 그리고 아름다운 한방의 공격을 위해 모두가 묵묵히 희생하고 헌신해야 하는 ‘믿음과 배려의 스포츠’. 배구의 한자어는 ‘排球’, 밀칠 배(排)와 공구(球)다. 몇몇 배구인이 밀칠 배(排)가 아니라 나눌 배(配)를 쓴 ‘配球’가 돼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그것은 혼자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이기주의가 만연한 현 세태 속에서 배구가 지닌 특별한 미학이 아닐 수 없다.

# ‘고진감래의 스포츠’. 참고 견뎌라 그러면 이룰 것이니

배구경기에서 상대와의 점수 차를 벌리려면 서브권을 갖고 있을 때 득점을 해야 한다. 배구는 공격과 수비가 불균형한 스포츠다. 수비에 비해 공격이 우위여서 우리 팀이 서브권을 갖고 있을 때, 다시 말해 수비 시에 득점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서브권이 있을 때 득점 하면 상대 공격 득점을 막고 우리가 얻었으니 2점의 효과를 갖는다. 강력한 스파이크서브로 상대 서브리시브 라인을 흔들고 공격을 단조롭게 만들어 블로킹으로 막는 작전을 앞세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만일 어정쩡한 서브를 집어넣었다간 상대의 공격 예봉을 막지 못해 서브권과 함께 득점을 헌납해야 한다.

배구의 또 다른 묘미는 바로 이 지점에 위치한다. 상대와의 점수 차를 벌리고 승기를 틀어쥐기 위해서는 상대의 강력한 공격을 견뎌내고 반격에 나서야 한다.

이처럼 배구는 위기를 버텨야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인고의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쓴 것이 다해야 단 것이 오는 고진감래의 인생사와 맥을 같이 한다. 고통 없는 성장은 없다. 실로 배구가 그렇고 우리네 인생 또한 그렇지 아니한가.

# ‘쿵쾅쿵쾅’ 심장을 뛰게 하는 소리의 향연

배구의 매력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또 있다. 체육관에 ‘팡팡’ 울려 퍼지는 다채로운 소리의 향연이다. 마치 록음악처럼 심장을 쿵쾅쿵쾅 설레게 하며 흥분지수를 높인다.

속공과 강, 연타 스파이크를 날릴 때 손바닥으로 볼을 가격하는 소리는 다르다. 손목 스냅을 이용해 빠르게 후려치는 속공은 경쾌한 고음이다. 큰 공격의 스파이크는 묵직한 중저음이다. 그리고 연타와 페인트는 집중해야 들을 수 있는 작은 음이다. 그 각각의 공들이 코트 바닥에 꽂히는 소리도 높이와 각도, 낙하지점에 따라 다채롭게 울려 퍼진다.

강 스파이크를 블로킹으로 완벽하게 떨궜을 때 나는 소리와 블로킹 벽을 스치고 지나가거나 맞고 튕겨 나가는 소리도 타구 강도, 블로커의 손과 팔 그 부위와 면적 등에 따라 각양각색의 울림을 토한다. 리베로 상체로 꽂히는 강 스파이크는 무겁고 둔탁한 저음으로 변조한다.

배구경기를 직접 목도하는 것이 더 흥분되는 것은 손과 팔, 발, 여기에 코트바닥과 공이 어우러져 내는 소리의 향연이 나름의 리듬을 갖고 심장 박동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수시로 지면 위로 솟구치는 돌고래 점프 같은 크고 작은 몸놀림은 악보의 음표처럼 춤을 춘다. 6명선수 전원의 점프 높낮이와 체공 시간은 음표의 높낮이와 박자 못잖게 변화무쌍하다.

# 분업과 반복, 현대인의 삶을 투영하다

좁은 공간과 온갖 제약, 다람쥐 쳇바퀴 도는 반복 일상, 하나의 부품 같은 삶. 그리고 매순간 한 눈을 팔 수 없는 극도의 긴장과 스트레스의 연속-.

마치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과 너무나도 비슷해 잠시 헷갈리게 만든다. 하지만 이것은 배구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몇 가지 특징이기도 하다.

야구 축구 농구 등 국내 다른 인기 구기 종목에 비해 배구는 가장 좁은 공간(9×18m)에서 경기를 펼친다. 더욱이 네트를 사이에 두고 자신의 코트(9×9m)에서 플레이를 펼쳐야 하므로 실상은 더 좁다. 게다가 제약도 많다. 후위 공격 시 어택라인을 밟으면 안 된다. 중앙선 침범도 조심해야 하고 네트터치도 신경 써야 한다. 오버네트 반칙도 있다. 여기에 로테이션 규칙이 있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시계 방향으로 돌아야 한다. 서브 순간 양 팀이 로테이션 상의 위치를 지키지 않으면 아웃 오브 포지션(out of position) 위반에 걸린다.

또 혼자 서브리시브하고 토스하고 공격하는 일이 애당초 불가능하다. 서로 역할을 나눠 분업해야 한다. 조금 과장하면 잘 짜인 시스템 속의 부품 같은 처지라고 할 수 있다.

가장 힘든 것은 공을 바닥에 떨어뜨릴 수 없으며 나쁜 공이 온다하더라도 한 번의 순간 접촉으로 동료에게는 좋은 공을 보내줘야 하고 세 번 만에 상대 코트로 넘겨야 하므로 매순간 한 눈 팔 수 없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집중의 스포츠’여서 그 긴장감과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닐 수 없다.

이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서로 협력해 가로 막고 있는 벽을 뚫으려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은 21세기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 현대인의 처지와 사뭇 닮아있다. 하지만 배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하모니와 창의적인 퍼포먼스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그것을 계속 완성하기 위해 자신이 맡은 역할에 모든 신경과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배구의 진정한 미학은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는지….

 

* 배구의 매력과 묘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배구만의 아주 특별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면 알려주십시오. 이메일(webmaster@sportsq.co.kr)로 보내주시면 팬들이 생각하고 있는 배구의 또다른 매력을 모두 정리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배구락(樂) 개론 다음 편은 ‘키 크면 정말 싱겁냐고요? 배구인의 남다른 성향과 그 배경'에 대해 풀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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