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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반열' 박병호 홈런에는 아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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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반열' 박병호 홈런에는 아우라가 있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9.0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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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가리지 않는 홈런 방향, 에이스-계투진 투수 가리지 않아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쾅. 쾅. 쾅. 쾅!

박병호가 야구팬들의 시선을 목동으로 끌어모았다. 4일 한국 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는 분명 네 경기가 열렸지만 모두의 관심사는 박병호의 ‘4홈런’이었다. 같은 시각 대구에서는 윤성환이 개인 통산 두 번재 완봉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지만 거포의 대포쇼에 묻히고 말았다.

박병호는 이날 목동구장에서 펼쳐진 2014 한국 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NC전에서 1회말, 4회말, 7회말, 8회말 홈런을 때려내며 시즌 홈런을 45개로 늘렸다. 2000년 박경완(당시 현대) 이후 14년 만에 나온 한 경기 4홈런의 대기록이었다.

박병호의 홈런은 수치도 수치이지만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질이 좋다. 그의 홈런에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아우라가 있다.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홈런 행진이다. 

▲ 박병호는 내로라하는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의 최근 3년간 행보는 우수한 선배들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사진=스포츠Q DB]

◆ ‘홈런 밀당남’, 던질 곳이 없다 

NC전에서 터져나온 홈런 4개는 박병호의 괴력과 물오른 장타 생산력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홈런은 좌우측을 가리지 않았다.

박병호는 1회말 첫 타석에서 이재학의 2구째 바깥쪽 낮은 직구(136㎞)를 밀어쳐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4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는 노성호의 2구째 가운데 낮은 체인지업(129㎞)을 통타해 왼쪽 펜스를 넘겼다.

세 번째 타석에서는 윤형배의 5구째 직구(143㎞)짜리 직구를 노려 타구를 좌중간으로 보냈다. 이어 8회말 역시 윤형배를 상대로 아치를 그렸다. 이번엔 좌측 폴대 부근이었다.

거포들이 홈런을 당겨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박병호는 투수들이 바깥쪽으로 승부하면 무릎을 굽혀 타구를 우측으로 보내버린다. 지난달 31일 대구 삼성전에서 장원삼을 상대로 때려낸 우중월 홈런은 그야말로 ‘고급 홈런’이었다.

중계를 맡았던 KBSN스포츠의 하일성 해설위원은 이 홈런을 보고 “장원삼이 바깥쪽 낮게 잘 던진 공이었다. 결코 홈런을 맞을 공이 아니었다”며 “박병호의 홈런은 파워도 파워지만 테크닉이 있다”고 극찬했다.

몸쪽 꽉찬 공을 찔러도 수준급의 구위를 갖추지 못하면 당해낼 수가 없다. 박병호는 오른팔을 접고 가공할 힘으로 배트를 돌려버린다. 세 번째 홈런은 먹힌 타구로 보였지만 쭉쭉 뻗어나갔다.

◆ 단점을 극복하는 박병호, 두려울 것이 없다

박병호는 4일 경기 전까지 올 시즌 이재학에게 0.273(11타수 3안타)로 약했다. 이재학의 춤추는 체인지업에 좀처럼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며 삼진도 3개나 당했다.

▲ 4일 NC전 8회말 네 번째 홈런을 때려내고 있는 박병호. 그는 이 홈런으로 2000년 박경완 이후 14년만에 역대 두 번째로 한 경기 4홈런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됐다. [사진=스포츠Q DB]

넥센은 포스트시즌에서 만나게 될 가능성이 큰 NC의 에이스를 상대로 팀의 간판이 맥을 추지 못하니 상대 전적에서도 3승11패로 절대 열세였다. 그러나 절치부심한 박병호는 당당히 이를 극복했다. 이재학과 NC에 그동안 당했던 굴욕을 단번에 씻어냈다.

최근 박병호는 이재학을 비롯해 장원삼, 릭 밴덴헐크(이상 삼성), 류제국(LG), 윤규진(한화) 등 리그의 수준급 투수들을 상대로 홈런포를 가동하고 있다. 에이스급 투수든, 4·5선발 또는 패전조 투수든 박병호의 대포쇼는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달 12일에는 올 시즌 유일하게 홈런이 없었던 롯데를 상대로 사직 구장에서 아치를 그렸다. 경기장이 어디인지, 상대 팀이 누구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보인다.

일부 야구팬들은 박병호가 목동을 홈으로 쓰기 때문에 많은 홈런을 때려내는 것이라고 가치를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4일 터진 NC전 홈런 4개는 비거리가 모두 120m를 넘었다. 이미 목동 전광판을 두 차례나 넘긴 그는 ‘목동런’ 논란도 잠재우고 있다.

◆ 레전드 선배와 어깨를 나란히 

이제 박병호는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거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런 류의 질문이 나올 때면 그는 늘 손사래를 치지만 최근 3년간 박병호의 행보는 레전드들과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박병호는 1992년 장종훈의 41홈런, 1998년 타이론 우즈의 42홈런, 2010년 이대호의 44홈런을 넘어섰다. 45홈런은 한국 프로야구 역대 단일 시즌 홈런 공동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제 2002년 심정수의 46개, 이승엽의 47개를 뛰어넘기 위해 달린다.

이승엽(1997년∼1999년), 타이론 우즈(1999년∼2001년), 이대호(2009년∼2011년)에 이어 역사상 네 번째로 3년 연속 100타점의 대기록도 추가했다. 사상 12번째로 한 시즌 100득점-100타점 클럽에도 가입했다.

넥센의 잔여경기는 17경기. 박병호는 현재 페이스대로라면 51.1개의 홈런이 가능하다. 2003년 이승엽과 심정수가 각각 기록한 56개, 53개의 홈런도 꿈이 아니다. 11년 만에 등장한 ‘진짜 슬러거’의 대포 행진에 야구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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