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04 (토)
동식물 이미지 통해 시스템 바라본 '괴작'전
상태바
동식물 이미지 통해 시스템 바라본 '괴작'전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0.08 11: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용원중기자] 화려한 색채와 대담한 터치로 동식물을 캔버스에 담아온 젊은 서양화가 박미례의 '괴작(怪作)'전이 10월8일부터 11월2일까지 서울 성북동 '갤러리 177 17'에서 열린다.

박미례 미술작가의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동물과 접시꽃은 시스템에 함몰된 채 살아가는 인간의 대척점에 서있다. 치열한 생존경쟁을 거치는 동안 환경에 적응한 것은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것은 도태된다는 사실을 그들은 온 몸으로 안다. 그렇게 우제류는 짝수의 발굽을 얻게 됐고, 뿔을 남겨놓게 됐다. 토끼는 큰 귀를 갖게 됐고, 접시꽃은 크고 화려한 꽃잎을 얻게 됐다.

▲ '기사' 캔버스에 유채

효율과 편의에 의해 결정된 외형은 완벽한 균형을 갖는 대신 강한 의지로 자신을 변화시키거나 단련해 새로운 종으로 변화하거나 완전에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뺏긴다. 이는 환경이 결정할 문제다. 시스템이 허락할 때 동물은 지금과 다른 형태를 갖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박미례 작가의 작업은 단순히 동물의 외형이 아니라 그렇게 될 수 밖에 없게 만든 시스템의 역사와 흐름의 재현에 포커스를 맞춘다. 작가의 작업에는 불가피함에 대한 동정과 연민 대신 시스템에 적응한 동식물에 대한 이해와 동경이 엿보인다. 이는 지극히 동물적인 본능과 오직 인간만이 갖고 있는 이성이 복잡하게 뒤얽힌 사고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강력한 뿔과 이빨, 발톱도 없고 비슷한 크기의 동물들에 비해 턱없이 적은 근육 효율을 가진 두발 보행이 가능한 영장류는 본능적으로 더 강하고 빠른 것에 대한 동경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이 선택의 여지없이 시스템에 의해 강제된 것이라는 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기에 특별하다. 작가는 시스템에 의해 통제되고 강제된 형태의 미감과 그리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작업에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 '박제짐승' 캔버스에 유채

동물과 다르게 이성을 통해, 전쟁을 통해 영토를 넓히고 식량을 쟁취하고 종족을 번식해온 인간 역시 강력한 뿔과 발톱을 가질 수 없었기에 갑옷을 두르고 동물을 길들여 올라탄 채 칼과 창을 들고 싸우지 않았던가.  결국 모든 동물과 식물 그리고 인간의 형태는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진화돼 가장 효율적이고 균형 잡힌 미감을 획득하게 된다는 이 명료한 사실이 작가의 작업 안에 존재한다.

그래서 박미례 작가의 그림은 동식물 이미지로 가득하지만 결국은 사람의 이야기로 치환된다. 인간이 살고 있는 이 시스템이 지금 우리를 어떤 형태로 강제하는지, 어떻게 진화시킬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는 현재 대한민국 사회를 관통하는 '시스템의 부재'라는 화두와도 맞닿아 있다. 유채, 목탄 등 신작 11점이 전시된다.

오프닝 리셉션은 8일 오후 6시, 작가와의 대화는 25일 오후 3시에 열린다. 매일 낮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월요일 휴관). 자세한 내용은 www.17717.co.kr 참조.

▲ '접시꽃' 캔버스에 유채

goolis@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