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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FC 코리아2, 부족한 2%를 채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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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FC 코리아2, 부족한 2%를 채워라!
  • 박성환 기자
  • 승인 2014.03.12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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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MMA의 대명사 로드FC의 몇가지 과제

[스포츠Q 박성환 기자] 해외에서 제일 핫한 스포츠로 인기몰이 중인 격투스포츠의 대명사 MMA(종합격투기). 하지만 유교문화가 팽배한 한국에서는 아직 대중적 인기와 스포츠 종목으로의 인식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척박한 시장성 탓에 MMA 대회 주최는 꿈도 꾸기 어렵던 국내에 로드FC가 뿌리내린 지 벌써 햇수로 5년째다. 2008년, 격투기 팬과 선수들에게 큰 버팀목이 되어 준 스피릿MC 대회를 비롯한 여러 대회사들이 연쇄 폐업한 뒤 찾아온 2년간의 암흑기는 처참했다. 선수의 꿈을 키우던 이들은 목표를 잃었고 팬들은 UFC 등 해외 대회를 TV로 시청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이런 와중에 강원도 원주에서 격투기체육관을 운영하던 정문홍 대표가 사비를 털어 시작한 로드FC는 새로운 MMA 콘텐츠를 갈망하던 팬들의 욕구에 부응하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MMA 대회로 뿌리내렸다. 메인스폰서인 외식브랜드 굽네치킨, MMA 콘텐츠 개발에 적극적인 케이블채널 기업 CJ E&M, 그리고 선수들의 큰 형님을 자처하는 가수 박상민 등 여러 기업과 인사들의 후원이 로드FC 브랜드의 가파른 성장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급성장하는 외부 이미지와 달리 로드FC는 콘텐츠 사업의 핵심인 기획 홍보 분야에서 종종 미흡한 면을 보이고 있다. <어메이징 격투스포츠> 칼럼 첫 순서로 지난 9일 열렸던 로드FC KOREA 2와 영건스 12 대회에서 아쉬웠던 프로모션 마케팅 부분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1. 로드FC 코리아는 영건스보다 더 나은 퍼포먼스가 필요하다

본래 로드FC는 1~3부 리그 체제로 운영됐다. 1부리그인 로드FC 정규대회(넘버 시리즈)를 비롯해서 2부리그인 영건스, 그리고 수도권과 영호남권의 아마추어 대회인 센트럴리그와 인투리그가 3부 리그에 위치한다. 아마추어 대회를 통해 육성된 우수 자원들은 프로페셔널 무대인 영건스로 편입되고, 그곳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겨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인 로드FC 정규대회로 올라오는 시스템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최근 로드FC 정규대회와 영건스 사이에 신규 브랜드 '로드FC 코리아'가 론칭되었다. 1.5군에 해당하는 셈이다.

(주)로드 측은 로드FC 코리아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개최하는 한편, 최상위 리그인 로드FC 정규대회는 올림픽홀과 장충체육관 등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로드FC 코리아는 관중 동원에 따른 부담과 개최 예산 지출이 상대적으로 덜한 호텔에서 열고 정상권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정규대회는 랜드마크 격인 초대형 체육관에서 더욱 화려한 퍼포먼스로 연다는 전략이다.

로드FC 코리아 소속 선수들에게는 매머드급 환경을 갖춘 정규대회에 대한 동경심이 생기고, 정규대회 소속 선수들은 화려한 무대의 주인공이 바로 나라는 자부심을 갖는다.

그런데 로드FC 코리아보다 하부 리그인 영건스 소속 선수들은 이러한 기본 개념에 구속받지 않는다.영건스 대회는 정규대회가 개최될 때도 언더카드(다크매치) 역할을 수행하고, 코리아 대회가 개최될 때도 마찬가지로 언더카드 역할을 맡는다.

1.5군의 코리아 대회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덜 넓은 공간인 호텔에서 경기를 할 때 2군의 영건스 선수들은 정규대회 선수들과 함께 대형 체육관의 압도적인 스케일을 누리며 화려한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물론 영건스 무대는 그날의 메인카드인 정규대회나 코리아 대회가 생중계되는 것에 비해 다음날 녹화방송으로 중계되는 단점을 지닌다. 하지만 (주)로드가 로드FC와 로드FC 코리아, 영건스로 상하 리그 개념을 나눈 이상 그에 따르는 환경도 차이를 둬야 상식적으로 이해가 간다. 2부리그인 영건스 선수들은 올림픽홀에서 수천 명 관중들을 바라보며 경기할 기회가 주어지는데 반해 1.5부리그인 로드FC 코리아 선수들은 호텔에서 그보다 적은 관중을 모아놓고 경기한다는 건 쉬이 납득되지 않는다.

2. 혼동을 불러일으키는 브랜드 명칭, 로드FC 코리아

정문홍 대표가 운영하는 (주)로드의 주력 브랜드는 로드FC다. 그리고 최근 로드FC 코리아도 출범했다. (주)로드가 로드FC를 열고 로드FC 코리아도 연다. 이제 막 한국 MMA시장에 관심을 갖는 라이트 팬들에게는 명칭부터 혼동될 수 밖에 없다.

잠시 다른 종목을 예로 들어보자.

한국 프로축구인 K리그는 1부리그에 ‘K리그 클래식’, 2부리그에 ‘K리그 챌린지’가 있다. 그리고 3부리그격인 '내셔널리그'와 4부리그격인 ‘챌린저스리그’가 있다. 그동안 유소년 클럽이 참가하는 ‘K리그 U-18 챌린지리그’도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은 한 눈에 저 명칭들이 쉽게 구분 되는가? K리그 클래식을 제외한 나머지 3개 리그에 도전과 도전자를 의미하는 챌린지, 챌린저가 약속이나 한 듯이 붙는다. 긴 안목으로 신중하게 브랜드 명칭을 짓지 않은 결과다. 리그명칭을 공모해 올해부터 'K리그 U-18 챌린지리그'를 'K리그 주니어'로 바꿔 혼동을 줄이기로 한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최고의 MMA 브랜드라는 (주)로드도 비슷한 행보를 밟았다.

회사 이름은 로드, 메인 브랜드도 로드FC, 서브 브랜드도 로드FC 코리아.

K리그 챌린지, 챌린저스리그, K리그 U-18 챌린지리그 만큼이나 헷갈리는 작명이다. ROAD라는 단어에 애착이 커서 그렇게 지은 걸까? 그렇다면 영건스는 왜 로드 돌림을 따르지 않고 그냥 영건스일까?

사실 영건스라는 브랜드 네이밍은 세련된 성공작에 속한다. 전도유망한 신인 선수들의 무대라는 뉘앙스가 직관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로드FC 코리아는 도대체 어떤 의미를 내포했는지 알 수가 없다. 로드FC가 한국 종합격투기 단체이니까 코리아를 붙인 건지, 아니면 외국 선수들은 일절 참가하지 못하고 한국선수들끼리만 겨루는 콘셉트인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로드FC가 모회사인 (주)로드와 같은 돌림자를 썼다 해도, 로드FC 코리아만큼은 창의적인 이름으로 갔어야 한다. 그래야 언론과 팬들 입장에서 참신한 이미지를 느낄 수 있다.

3. 로드FC와 로드FC 코리아, 콘셉트의 유사성과 혼란

또한 로드FC와 로드FC 코리아의 구체적인 차이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도 넌센스다.

인지도 높은 선수가 정규대회에 나오고 그보다 부족한 선수가 코리아 브랜드에 나온다고 뚝 잘라 말하기에는, 사실 양 대회 출전 선수들의 유명세가 엇비슷한 면이 많다. 과거 정규대회에 출전한 바 있는 세계적인 명성의 요아킴 한센, 제프 몬슨, 멜빈 맨호프, 소쿠주에 비해 확실히 최근의 정규대회 라인업은 많이 부족해 보인다.

개그맨 윤형빈이 출전했던 로드FC 14의 경우 권배용, 최무겸, 김수철, 조남진, 김내철 등의 한국 선수들이 출전했지만 ONE FC 밴텀급 챔피언 출신인 김수철을 제외하면 기량은 인정하되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스타급 선수들은 아니었다. 그들의 맞상대였던 해외 선수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로드FC 14 대회 당시 좌석이 매진된 건 개그맨 윤형빈의 유명세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주)로드 관계자는 코리아 브랜드의 출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로드FC 코리아는 아시아 종합격투기의 선수들을 수용하기 위해 론칭하게 되었다. 종합격투기를 통해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대회명에 '코리아(KOREA)'를 사용했다. 종합격투기를 통한 한류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포부는 좋긴 하나 역시 정규대회와는 무슨 차이가 있다는 건지 선뜻 와 닿지 않는다.

로드FC 코리아 론칭 전인 작년 10월 개최한 로드FC 13 정규대회에서는 브라질 출신의 앤드류스 나카하라 선수를 빼고는 나머지 라인업이 한일 양국 선수들로 짜여졌다. 그 역시도 알고 보면 태어나 자란 곳만 브라질일 뿐 부모가 둘 다 일본인이다.

로드FC 코리아 론칭 후인 로드FC 14 정규대회에서도 브라질의 시모에스 선수를 빼면 개그맨 윤형빈 등 모든 라인업이 한일 선수들이었다.

또한 지난 9일 열린 로드FC 코리아 2 에서도 영국 국적의 판크라스 소속 선수인 벤 부칸을 제외한 나머지 라인업이 한일 양국 선수들이었다.

결국 아시아 선수들의 무대라는 코리아 브랜드에서도 영국 백인 선수가 뛰고, 동서양을 합친 글로벌 무대인 정규대회들도 브라질 선수 한 명씩을 제외하면 최근에는 계속 한일 선수들로 꽉 채워졌다는 얘기다. 경기 장소의 넓고 좁은 차이만 있을 뿐, 딱히 정규대회와 코리아 브랜드의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4. 한국 대 일본, 과연 적절한 홍보 전략이었나?

이번 경기를 앞두고 중계사인 OCN 슈퍼액션에서는 ‘한국 대 일본’이라는 카피를 전면에 내세웠다. 물론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로드FC 대 판크라스’인 점도 언급했지만, 분명 영향력이 큰 TV 광고 속 메인 카피는 ‘한국 대 일본’이었다.

하지만 이 메인 카피는 ‘로드FC 대 판크라스’로 바뀌었어야 타당하다.

왜냐하면 과거에도 메인카드 5~6경기 중 상대편 라인업이 일본선수들로 채워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로드FC 13과 14 대회에서도 대부분의 매치업이 한국선수 대 일본선수로 짜여졌다.

‘한국 대 일본’이라는 홍보 카피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메인카드 5경기를 전부 한일전으로 갔어야 명분이 생긴다. 그렇지 않고서는 “매번 한국 대 일본 구도였는데 뭘 갑자기 새삼스럽게?”라는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9일 경기는 메인카드 5경기 중에 절반인 3경기만 한국 대 일본 구도였다. 한국 선수들끼리 대결한 제1경기와 영국 백인 선수가 일본 단체 소속으로 나섰을 뿐인 제4경기를 ‘한국 대 일본’으로 끼워 맞출 순 없지 않겠는가.

[취재후기] 로드FC는 분명 종합격투기의 불모지였던 국내 환경을 개선시킨 공로가 대단히 크다. 이는 정문홍 대표를 비롯한 스폰서 기업, 그리고 열렬히 호응해 준 팬들 등 다방면의 인프라가 모두 노력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필자는 앞으로도 기자로서 언론인의 사명감을 지니고 로드FC의 행보를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다. 부디 박수쳐 줄 일이 많이 생기길 바란다. 로드FC가 롱런해 주어야 국내 종합격투기 업계에도 활력이 생기고 스포츠 산업으로서의 기반도 확고해진다.

amazing@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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