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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피겨 '평창 프로젝트' 중간평가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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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피겨 '평창 프로젝트' 중간평가와 과제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2.16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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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싱글, 8위권 진입 위한 전담팀 마련 절실…페어·아이스댄스는 팀 확대 통한 경쟁 구도 마련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을 3년 앞두고 벌어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는 앞으로 피겨스케이팅 종목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그 정책 방향을 잡는 좋은 척도가 됐다.

4대륙 선수권에 출전한 남녀 싱글 각 3명씩 6명과 아이스댄싱의 레베카 김(17)-키릴 미노프(22·러시아) 조가 15일까지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4~2015 ISU 4대륙 피겨선수권에 출전했지만 원하는 목표에 이르지 못했다.

3년이라는 시간은 충분해 보이기도 하지만 시간이 촉박하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짧다. 더구나 출전할 수 있는 한 시즌 대회는 10월부터 3월까지 5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아 경험을 쌓을 수있는 기회도 한정되어 있다.

평창 유망주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전폭적인 지원 행정이 절실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미 연맹은 월드 그랑프리는 물론이고 챌린저 시리즈까지 선수들을 출전시키는 등 경험을 쌓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4대륙 대회의 성과를 통해 지원의 정도를 다시 고려할 필요성이 생겼다.

▲ 전종목 출전과 20위권 수준을 8위권까지 끌어올리겠다는 한국 피겨의 '평창 프로젝트'는 4대륙 선수권 결과에 따라 지원 강화가 더욱 절실해졌다. 여자 싱글은 전담팀 구성을 통한 집중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사진은 4대륙 선수권 갈라쇼에서 관중들에 화답하고 있는 김해진(왼쪽)과 박소연. [사진=스포츠Q DB]

◆ 국제대회 경험만으로는 한계, 전담팀 통한 집중 관리체계 필요

여자 싱글 종목에 출전한 박소연(18·신목고)은 ISU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프리뷰에서 다크호스로 지목된 선수였다. 우승까지는 바라볼 수는 없지만 메달권 또는 5, 6위 정도는 기대됐다.

그러나 박소연은 쇼트프로그램에서 스핀 연기를 수행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점프 착지가 흔들리면서 연달아 실수, 점수가 크게 깎였다.

김해진(18·과천고)이 슬럼프에서 탈출하는 기미를 보이고 채송주(17·화정고)라는 새로운 유망주를 발견했다는 의미도 찾을 수 있겠지만 러시아 등 유럽이 빠진 대회에서 9위에 그친 것은 올림픽 8위 이내 진입이라는 목표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박소연은 홈에서 열린 대회에서 부담감을 얘기했다. 아무래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 그리고 선배 김연아(25)에 못지 않게 해야 한다는 긴장감이 박소연의 몸을 굳게 만들었다. 김해진 역시 부담을 완전히 떨치지 못한 모습이었다.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의 부담감과 긴장감을 이미 4대륙에서 느껴봤다는 것은 크나큰 수확이다. 그 부담감과 긴장감을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는지는 선수 본인의 몫이다.

그러나 아직 18세 소녀들에게 이런 부담과 긴장감까지 스스로 이겨내라고 하기엔 무리다. 이제 시니어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다. 국제대회 경험도 풍부하지 않은데다 국내에서 국제대회를 다시 경험하려면 2년 뒤 강릉에서 열리는 4대륙 선수권까지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김연아의 후계자라는 수식어는 그 어떤 선수라도 이기기 힘든 부담이다.

선수들 스스로 부담을 이기기 힘들다면 이들에 대한 전담팀을 따로 구성, 집중 관리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 김연아도 소속사에서 만든 '김연아 전담팀'을 통한 지원으로 기량을 급성장시켰다. 대한빙상경기연맹도 전담팀을 통해 평창 유망주들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기술, 안무 코치 외에도 멘탈 코치를 둬 정신력과 심리를 치료하거나 상담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전담팀을 만드는 것은 한 해 10억~20억원 이상 드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를 선수 개개인에게 맡겨둘 수는 없다. 소속사 차원에서 구성할 수 있겠지만 아직 평창 유망주들의 가치는 김연아에 비해 떨어져 전담팀을 운영하는데 부담이 적지 않다. 지원을 해줄 수 있는 곳은 연맹이다.

▲ 아이스댄스에서는 레베카 김-키릴 미노프 조가 4대륙 선수권에 출전했지만 평창 프로젝트의 완성을 위해 보다 많은 팀이 구성될 필요성이 생겼다. [사진=스포츠Q DB]

◆ 전종목 출전 도전, 페어 종목 원점 재점검

한국 피겨의 평창 목표는 메달이 아니다. 그러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방향만큼은 확실하다. 그 첫번째가 20위권의 수준을 8위권까지 높이겠다는 것과 전종목 출전이다. 남녀 싱글과 페어, 아이스댄스까지 4개 종목에 모두 출전하는 것이 목표다.

ISU는 개최국이 일정 수준의 점수만 되면 한 팀 이상은 출전시키도록 규칙을 개정하고 오는 4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승인만을 앞두고 있다. IOC의 승인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전종목 출전은 한국 피겨가 얼마나 성장하느냐에 달렸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페어 종목에서 선수들을 출전시키지 못했다. 페어는 지난해 2개조를 야심차게 출범시키고도 '개점휴업'이 됐다.

지난달 전국선수권에 출전했던 정유진(16·정화여중)-루카 디마테(25·이탈리아)조가 기량차와 경험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별을 선언했다. 정유진은 아직 주니어 수준의 실력이지만 디마테는 이미 이탈리아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시니어 선수였기 때문에 호흡을 맞추지 못했다.

또 최휘(17·군포 수리고)-루이스 마넬라(20·브라질)조는 마넬라의 부상으로 앞날이 불투명하다. 연맹 관계자는 "부상 때문에 입국하지 못한 것 뿐이지 마넬라가 한국 대표로 뛰겠다는 생각은 강력하다"고 말하긴 했지만 계속 아까운 시간만을 허비하고 있다면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아이스댄스 역시 팀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 아이스댄스는 2012년부터 호흡을 맞추고 있는 레베카 김-키릴 미노프 조의 성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호정(18·신목고)-감강인(19·휘문고) 조 역시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발돋움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레베카 김-키릴 미노프 조가 순항하고 있다고 하지만 향후 3년 이내의 일은 알 수 없다. 또 경쟁을 위해서라도 팀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피겨종목 평창 프로젝트가 단순히 성적 향상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변 확대라는 또 다른 목표가 있다면 팀을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진서(18·갑천고)와 이준형(19·군포 수리고), 변세종(18·화정고) 등이 출전한 남자 싱글 역시 유망주들을 키우기 위한 별도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남자 싱글은 선수층이 너무 얇아 이들에만 기대는 현실이기 때문에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 남자 싱글은 선수층이 얇아 김진서, 이준형, 변세종 가운데 평창 동계올림픽에 나갈 선수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연맹 차원에서 저변확대 지원이 절실하다. 사진은 4대륙 선수권에서 연기하고 있는 김진서. [사진=스포츠Q DB]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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