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04 (토)
뮤지컬 '봄날' 시적 무대로 긴~ 여운
상태바
뮤지컬 '봄날' 시적 무대로 긴~ 여운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2.23 1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용원중기자] 뮤지컬 '봄날'이 시적인 무대로 긴 여운을 선사하고 있다.

지난 2월21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2에서 개막한 '봄날'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 창작뮤지컬 제작지원 선정작이다. '포에틱(Poetic) 뮤지컬'이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적 실험으로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다.

공연은 시와 같은 내레이션으로 극을 설명하는 ‘포엣’ 역할을 둬 극을 이끌어 나갔다. 포엣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무대 위 인물들의 감정과 시간의 변화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이런 구성은 간결한 압축미로 극 변화를 좀 더 명확히 관객에게 전달된다.

▲ '봄날' 공연 장면

'봄날'은 낡은 세 켤레의 신발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어머니의 무덤을 찾아가는 사랑에 빠진 의붓남매의 하루 동안의 여행이면서 한평생의 여행이기도 한 가족의 이야기는 신발이라는 오브제가 무대 위 시어(詩語)가 돼 시공간을 연결해 간다. 인생유전과 출생의 비밀이라는 얼핏 신파조로 느껴지는 이야기는 행간에 마련된 사유의 공간으로 인해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되묻는 작품이 된다.

4명의 배우와 피아노, 바이올린, 기타로만 구성된 음악은 규모에 있어 소박하다. 심장을 울리는 저음도, 심경을 자극하는 타악기의 리듬이나 웅장한 합창도, 눈부신 군무도 없다. 하지만 그 많은 '없음'이 작품을 끌고가는 주체가 돼 시적인 분위기를 직조해낸다.

음악에 있어서도 다른 접근을 해나간다. 어머니의 노래는 한국적 선율이 주를 이루고, 남매의 사랑 노래는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로 채워 놓았다. 이로 인해 어머니 캐릭터는 선명해지고 사랑 이야기는 더욱 섬세해진다. 어머니는 유려한 몸짓과 구성진 노래로 작품의 중심을 흔들림 없이 지탱한다.

뮤지컬 '봄날'은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드라마틱한 감정의 기복은 없으나 잔잔한 감동은 오래 지속한다. 화려함과 고성에 매몰된 공연물에 지친 관객이라면 시적인 무대가 선사하는 사유와 은유의 매력에 푹 빠질 듯 싶다.

goolis@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