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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수상 소감' 성찬...제87회 아카데미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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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수상 소감' 성찬...제87회 아카데미시상식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2.2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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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남편과 아내, 가족, 소속사 식구들, 동료 배우, 영화제작 관계자들에 고마움을 표하는 것으로 어쩌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시간을 메우곤 하던 시상식 수상 소감. 올해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은 달랐다. 수상자들의 ‘의식 있는’ 소감이 빛났기 때문이다.

가슴 뭉클한 표정 혹은 격환 환희의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 소중한 사람들을 호명하는 모습은 여전했으나 중간중간 꺼내놓는 이들의 생각은 품에 안긴 토로피보다 더욱 반짝였다.

대규모 합창단과 함께 웅장한 축하 무대를 꾸민 뒤 곧바로 주제가상(‘셀마’의 ‘글로리’) 수상까지 한 흑인 팝스타 존 레전드와 흑인배우 커먼은 “마틴 루터 킹 목사는 50년 전 정의와 자유를 위한 투쟁을 벌이며 자신을 희생했다. 50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많은 흑인들이 핍박받는 게 현실”이라며 첫 흑인 대통령을 배출한 상황에서도 흑인에 대한 가혹한 폭력이 횡행하는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보이후드’에서 남편의 폭력과 사회의 성차별 등 역경에도 굴하지 않은 채 꿋꿋하게 자신의 이상을 이뤄가는 강인하고 솔직한 모성을 연기한 여우조연상 수상자 패트리샤 아퀘트는 가족과 지인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전한 뒤 “여성의 평등권을 위해 우리 모두 평생 싸워왔다”고 힘줘 말해 객석에 앉아있던 여배우 메릴 스트립 등의 열광적인 지지를 끌어냈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루게릭병에 걸린 스티븐 호킹 박사 연기로 남우주연상을 품은 에디 레드메인은 “ALS(루게릭병)로 고통받는 환자들 그리고 호킹 박사의 자녀들과 이 영광을 함께 나누겠다”, '스틸 앨리스'에서 알츠하이머 여교수를 연기한 줄리안 무어는 “이 영화를 통해 알츠하이머에 대한 재조명 계기를 마련하게 돼 기쁘다. 오늘 이 자리에 초대한 알츠하이머 환우 중 일부는 루게릭병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현대 컴퓨터의 아버지이자 천재 수학자였으나 성적 소수자라는 이유로 비운의 삶을 산 영국의 전쟁영웅 앨런 튜링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각색상을 수상한 신예 소설가 그레이엄 무어는 떨리는 목소리로 “난 16세에 자살을 기도했었다. 지금 자신이 보잘 것 없고 이상하게 느껴질 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당신의 순간이 올 것이다”라며 이 시대 청춘들을 향한 위안과 격려의 말을 던져 장내를 감동의 도가니에 빠트렸다.

작품상, 감독상 수상으로 두 차례나 무대 위에 오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독수리는 경쟁의 동물"이라고 '버드맨'을 소개한 뒤 "누군가 이기면 누군가 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진정한 예술과 개인적인 경험, 이런 것들을 다 융합해서 우리가 훌륭한 분들과 함께 새로운 차원의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훌륭한 작품은 세대를 넘나들어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늘 제가 영광을 대신 먼저 누리게 됐다. 여러분 모두 천재고 아티스트다"라고 토로했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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