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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천하무적 우리은행 '3연패에도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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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천하무적 우리은행 '3연패에도 배고프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2.23 2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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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즌 연속 하위권 딛고 3시즌 연속 정규리그 제패 '통산 최다 8번째'…통합 3연패 화룡점정 야망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춘천 우리은행이 정규리그 3연패를 달성했다. 단 한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고 독주를 한 끝에 따낸 정규리그 우승이다.

우리은행은 23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2014~2015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사샤 굿렛(25득점, 6리바운드)과 맏언니 임영희(20득점, 3점슛 2개, 3리바운드, 7어시스트), 양지희(14득점, 3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앞세워 최하위 구리 KDB생명에 74-71로 이기고 마지막 매직넘버까지 지워버렸다. 정규리그 3년 연속 우승과 함께 여자프로농구 역대 최다인 통산 8번째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우리은행이 여기까지 오는데는 너무나 많은 눈물과 희생이 필요했다. 우리은행은 2007~2008 시즌부터 2011~2012 시즌까지 다섯 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을 치러보지 못했다. 2007~2008 시즌 5위를 차지했던 우리은행은 2008~2009 시즌부터 네 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선수들이 고개를 숙인 날이 더 많았다.

5년의 암흑기를 보낸 뒤 맞은 영광이기에 더욱 값지다. 그러나 5년 동안 눈물을 흘렸던 이들이 과연 3년의 영광으로 만족할지는 의문이다. 어쩌면 아직도 승리와 우승이 더욱 고플지도 모른다.

▲ 춘천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 전주원 코치와 선수들이 23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구리 KDB생명과 KB국민은행 2014~2015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승리,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뒤 우승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 아시안게임 후유증도 날려버린 위성우 감독

위성우 감독은 스타 출신이 아니다. 농구에서 변방에 속하는 단국대를 나와 실업팀 현대전자에 입단했다. 위성우는 안양 SBS(현 안양 KGC)에서 1998~1999 시즌부터 세 시즌을 뛴 뒤 2001~2002 시즌 대구 오리온스(현 고양 오리온스)로 이적했다.

그러나 위 감독은 현역 시절 식스맨이었다. 두 시즌을 오리온스에서 보낸 뒤 2003~2004 시즌 울산 모비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것이 위 감독의 현역 마지막 시즌이었다.

이후 위 감독은 2005년부터 신한은행 코칭스태프에 합류했다. 2007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임달식 감독에게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레알 신한'을 함께 이뤄낸 것도 그 시기였다.

착실하게 지도자 경험을 쌓은 그에게 기회가 온 것은 2012년. 최하위권에 머물던 우리은행을 맡아달라는 제의였다. 위성우 감독은 '레알 신한'을 함께 이끌었던 전주원 코치와 함께 우리은행으로 건너갔다. 패배의식에 찌들었던 우리은행에 '레알 신한 DNA'를 이식시키자 우리은행은 다시 최강팀으로 변모했다.

두 시즌 통합 우승을 이뤄낸 위 감독은 올시즌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인천 아시안게임과 시즌을 동시에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시안게임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졌기 때문에 전주원 코치와 함께 대표팀에 올인했다. 우리은행에 신경을 쓸 틈이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은행은 여전히 강했다. 개막과 함께 16연승을 달리며 일찌감치 선두 독주 체제를 갖췄다.

▲ 춘천 우리은행 임영희가 23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구리 KDB생명과 KB국민은행 2014~2015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3점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위성우 감독은 "사실 올 시즌 이렇게 잘 나갈줄 몰랐다. 나도 팀을 비우고 선수들도 대표팀에 차출돼 조직력 맞추기가 쉽지 않았는데 그만큼 선수들이 더 강해진 것 같다"며 "그동안 훈련이 많이 힘들었을텐데 선수들이 잘 참고 와준 것이 오늘의 영광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우리은행 앞에는 다시 인천 신한은행, 청주 KB스타즈가 있다. 신한은행과 KB스타즈의 플레이오프 승자와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나게 된다. 신한은행은 전통의 라이벌이고 KB스타즈와는 올시즌 여섯차레 맞붙어 3승 3패로 팽팽하다.

◆ 오랜 패배에 진저리쳤던 우리은행, 아직도 배가 고프다

35세 임영희는 우리은행의 맏언니다. 2008~2009 시즌까지 부천 신세계(현 부천 하나외환)에서 뛸 때까지 식스맨급이었다. 몇몇 시즌에서는 주전으로 뛰며 평균 20분 이상 뛰기도 했지만 평균 득점이 두자리로 가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은행으로 오면서 임영희의 효용가치가 올라갔다. 2009~2010 시즌 우리은행의 유니폼을 입은 뒤 평균 34분 28초를 뛰며 평균 11.53득점을 기록했다. 2003 겨울시즌 33분 17초를 뛴 이후 최다 출전시간에 첫 두자리 득점기록이었다.

이후 임영희는 우리은행의 확실한 득점 자원으로 자리잡았다. 이어 위성우 감독이 취임한 2012~2013 시즌부터는 확실한 공격자원이 됐다.

임영희는 맏언니로서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보여준다. 훈련을 할 때도 가장 먼저 나와 코트에서 몸을 풀며 후배들을 독려한다는 것이 우리은행 관계자의 귀띔이다. 맏언니가 먼저 열심히 하니 후배 선수들도 따라오지 않을 수가 없다.

▲ 춘천 우리은행 임영희(왼쪽)가 23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정규리그 우승 시상식에서 신선우 한국여자프로농구연맹 전무이사로부터 우승 트로피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WKBL 제공]

양지희(31)와 강영숙(34)의 포스트도 위력적이다. 주전 센터는 양지희지만 그가 빠져 있을 때는 강영숙이 그 공백을 메워준다.

레알 신한을 이끌었던 주역인 강영숙은 2013~2014 시즌 도중 KDB생명에서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가 있는 우리은행으로 넘어왔다. 올 시즌은 각종 부상으로 인해 출전시간이 줄어들었지만 양지희와 강영숙이 번갈아 높이를 책임지기 때문에 우리은행의 골밑은 철옹성이다.

30대 선수의 분전 속에 박혜진(25) 등 20대 젊은 선수들도 자극을 받아 원팀으로 변모했다.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의 혹독한 훈련도 있긴 했지만 패배가 죽도록 싫었던 선수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은행이 다시 오늘과 같은 강팀의 대열에 오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위성우 감독은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 정규시즌 4경기를 잘 치러 경기 감각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벌써부터 챔피언결정전 대비체제에 들어갔다.

임영희도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기쁜 마음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없다. 오늘만 기쁘고 내일부터 다시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모습만 보더라도 우리은행이 왜 강팀인지 알 수 있다. 우리은행은 아직 배가 고프다.

▲ 춘천 우리은행 양지희(오른쪽)가 23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구리 KDB생명과 KB국민은행 2014~2015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골밑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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