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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뷔 악령은 없다, 혼을 깨운 정영삼의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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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뷔 악령은 없다, 혼을 깨운 정영삼의 '희생'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2.25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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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전 이기며 6강 눈앞에 둔 전자랜드, 투혼으로 똘똘 뭉쳤다

[스포츠Q 이세영 기자] 인천 전자랜드에 2014년 3월 20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부산 케이티와 2승2패를 이루고 안방으로 돌아와 치른 5차전. 전자랜드는 1쿼터 도중 정영삼(31)이 불의의 발목부상으로 코트를 떠나 허무하게 경기를 내줬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기에 정영삼은 출전을 강행하려 했지만 부상 정도가 심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2011~2012시즌 6강 플레이오프 맞대결에서 패한 이후 2년 만에 설욕을 노렸던 전자랜드는 에이스의 부상 악령에 고개를 숙였다.

그로부터 1년 뒤. 이번에는 정영삼이 부상투혼을 펼치며 연패에 빠진 팀을 구했다. 24일 서울 SK와 홈경기에서 초반 이마를 다쳤지만, 코트로 돌아온 뒤 투혼을 불사르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결국 전자랜드는 갈 길 바쁜 SK를 제압하고 3연패 늪을 탈출했다. 정영삼의 남다른 투혼과 희생정신이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전자랜드는 이제 1승만 보태면 지난 시즌 4강 도전을 막았던 케이티를 제치고 6강행을 확정짓게 된다.

▲ 정영삼(오른쪽)이 24일 SK전 도중 입은 부상에도 투혼을 발휘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KBL 제공]

◆ 부상복귀 후 몸 사리지 않는 활약으로 승리 일궈

1쿼터 종료 36초 전 상대 주득점원 애런 헤인즈를 밀착 마크했다. 이 과정에서 이마끼리 강하게 부딪혔다. 피가 날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 헤인즈의 이마는 무사했지만 정영삼의 눈썹 위에서 피가 흘렀다. 출혈이 심해 벤치로 들어간 정영삼은 한동안 코트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 시즌의 악몽이 떠오를만했다. 경기 전까지 케이티에 2.5경기차 앞서 있었지만 4~5경기가 남아있는 만큼 끝까지 안심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상대는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경우 만날 가능성이 높은 SK였기에 더욱 승리가 절실했다.

이마에서 흐르는 피가 좀처럼 멈추지 않았지만 정영삼은 출전을 강행했다. 2쿼터 말미에 코트로 들어와 감각을 익힌 그는 3쿼터 종료 4분여를 남기고 상대 장신 숲에 몸을 던지며 공을 따냈다. 흐름이 넘어갈 수도 있던 상황에서 공격권을 지킨 전자랜드는 이후 다득점에 성공, 8점차로 앞서며 4쿼터를 맞을 수 있었다.

4쿼터에서도 활약은 빛났다. 경기 종료 37초 전 박형철의 파울로 얻어낸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한 것. 이날 7점 3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한 정영삼은 팀 승리의 숨은 조력자로 우뚝 섰다.

▲ 정영삼을 비롯한 주전 선수들이 희생정신을 발휘하는 전자랜드는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눈앞에 뒀다. [사진=KBL 제공]

◆ 정영삼의 남다른 투혼, 전자랜드와 닮았다

정영삼의 눈부신 투혼은 희생과 헌신을 중요시하는 전자랜드의 팀 컬러와 닮아 있다.

개개인의 역량을 뛰어나지 않지만 조직력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빠르지 않지만 기본에 충실한 패스게임과 한 발 더 뛰는 헌신으로 버텼다.

시즌 도중 함준후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지만 전자랜드 선수들은 십시일반으로 그의 공백을 메웠다. 박성진, 김지완이 슈터로 변신했고 신예 정효근도 골밑에서 힘을 보탰다.

여기에 정영삼과 정병국, 이현호의 노련함까지 더한 전자랜드는 주장으로서 팀에 헌신하는 리카르도 포웰까지 합세하며 5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을 눈앞에 뒀다.

어느 한 선수가 일군 것이 아니었다. 코트에 나서는 모든 선수들의 희생정신이 있었기에 전자랜드가 선전할 수 있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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