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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열세 시민구단의 K리그 클래식 생존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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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열세 시민구단의 K리그 클래식 생존 전략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3.05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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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인천·대전·광주 "모든 경기가 결승전"…당장 앞둔 경기에만 집중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등 장기 레이스를 치르면서 강팀과 약팀이 시즌을 보내는 방법은 다르다. 강팀은 우승을 위해 싸워야 하고 약팀은 생존을 위해 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구단에 비해 자금력에서 크게 부족한 K리그 클래식의 시민구단들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강팀들은 약팀과 경기에서는 체력을 안배하면서 경기력을 조절하고 라이벌과 맞대결에서 갖고 있는 힘을 모두 쏟아부을 것이다.하지만 약팀은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 모든 경기가 생존이 걸린 중요한 일전들이다.

성남FC와 광주FC, 대전, 인천은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에서도 '4약'으로 꼽힌다. 다음 시즌 K리그 챌린지로 무조건 강등되는 최하위 한 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강등될지도 모르는 11위팀이 모두 시민구단이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짐나 성남과 대전, 인천, 광주는 절대로 기업구단들의 '동네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기업구단들도 시민구단을 마냥 '승점 자판기'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성남 같은 팀은 만만치 않다고 말한다. 시민구단이 올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생존하기 위한 방법과 강점은 무엇일까.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김학범 성남 FC 감독이 5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시즌을 앞둔 각오를 밝히고 있다.

◆ 김학범 성남 감독 "계획이 없다. 닥친 경기만 노린다"

성남은 다른 시민구단과 달리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추가로 보내야 한다. 조별리그만 6경기다. K리그 클래식 전반기에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일본과 중국 원정을 다녀와야 한다. 선수층이 얇은 성남으로서는 힘겨운 일정이다.

이 때문에 김학범(55) 성남 감독은 아예 계획을 세우지 않기로 했다. 어쩌면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게다가 선수들 대부분이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변하는 상황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제풀에 무너질 수도 있다.

김학범 감독은 5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그저 앞에 닥친 경기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계획을 세워도 이를 수행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또 김 감독은 "다가오는 경기마다 상대를 차례로 깨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취재진이 '도장깨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김학범 감독은 전북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김 감독은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 감바 오사카(일본)과 AFC 챔피언스리그에만 집중하느라 사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전북 현대와 개막전은 아직 대비하지 못했다"며 "다만 미드필드진에서 성남이 전북에 뒤지지 않는다고 본다. 공격 파괴력은 전북이 좋지만 미드필드 공방전만큼은 치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장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김학범 감독의 계획은 어떻게 보면 무모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성남이 처한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기도 하다. 김학범 감독의 도장깨기가 성공을 거둔다면 성남은 분명 올시즌 K리그 클래식의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 이미 몇몇 팀 감독들은 성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김도훈 인천 감독이 5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김도훈 인천 감독 "늑대축구로 시즌 초반에 밀어붙인다"

김도훈(45) 인천 감독은 끈끈한 조직력으로 올 시즌 내심 돌풍을 노린다. 그의 시즌 구상은 초반에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김도훈 감독은 "시민구단들끼리 서로 밀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 분명하다. 시즌 초반부터 내달려 승점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며 "시즌 중후분으로 갈수록 승리를 따내기가 쉽지 않다. 체력이 떨어지지 않은 시즌 초반에 승점을 최대한 쌓아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훈 감독이 이처럼 얘기한 것은 역시 얇은 선수층이다. 가뜩이나 선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설기현(36)까지 개막 나흘을 남겨두고 은퇴를 선언했다. 공격진에 구멍이 뚫렸다.

그래도 김도훈 감독은 쉽게 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도훈 감독은 "다른 팀들이 영입을 통해 전력을 보강하고 있을 때 인천 구단은 선수들을 내줬다. 그럼에도 인천은 끈끈하고 쉽게 지지 않는 팀"이라며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호랑이를 잡는 늑대와 같은 축구를 하겠다. 팬들에게 감동을 주고 어린이들에게 꿈을 주는 경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김도훈 감독은 "작은 물방울이 모여 돌을 깬다는 정신으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인천이 작은 물방울에 불과하지만 계속 떨어지다보면 언젠가는 돌이 움푹 패이거나 깨지기 마련이다. 힘을 하나로 뭉치고 90분 내내 괴롭히는 축구로 대이변을 연출할 꿈을 꾸고 있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조진호 대전 감독이 5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올시즌 팀 운영에 대한 계획을 밝히고 있다.

◆ 조진호 대전 감독 "진짜 승부는 12라운드부터…11라운드까지는 워밍업"

지난 시즌 K리그 챌린지를 압도적인 성적으로 제패한 대전을 이끄는 조진호(43) 감독은 절대로 물러섬이 없다. "수비 위주의 축구를 하면 잘해야 비기는 것이지만 골을 넣겠다고 맞서면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며 "절대 뒤로 빼지 않겠다"고 당당한 공격축구를 선언했다.

그러나 약육강식의 K리그 클래식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풍부한 경험도 필요하고 베테랑도 절실하다. 대전에는 아무 것도 없다. 패기만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대전의 색깔이 제대로 나려면 다른 11개팀과 한번씩 붙어본 다음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진호 감독은 "11라운드까지 한 바퀴를 돈 이후에 승부수를 띄우겠다. 진짜 승부는 12라운드부터"라며 "조직력도 더 강화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선수들이 자신감을 키워야 한다. 일단 11라운드까지는 상대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워밍업을 한 뒤 12라운드부터 모든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조 감독은 "무엇보다도 죽기살기로 뛰겠다. 특히 원정에서 FC 서울을 꺾어보고 싶다"며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관중도 많기 때문에 분명 우리 선수들이 긴장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기를 이기면 큰 자신감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남기일 광주 감독 "가족같은 팀, 분위기는 좋다"

K리그 클래식 12개팀 감독 가운데 최연소인 남기일(41) 광주 감독은 가족같은 팀 분위기를 강조한다. 사실 광주는 다른 팀에 비해 영입 선수가 적다. 대신 2년 전부터 함께 동고동락한 선수들이 있어 끈끈한 조직력을 자랑한다.

남기일 감독은 "승격이라는 힘든 과정을 함께 해온 선수들이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믿는다"며 "이런 가족같은 분위기는 혹시 실수를 하더라도 서로가 서로를 감싸주고 더욱 자신있게 경기를 할 수 있는 원천"이라고 말한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남기일 광주 FC 감독이 5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취재진의 시즌 계획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러나 광주 역시 다른 시민구단과 달리 나이 어린 선수들이 많다. 젊은 선수들이 많다는 것은 패기가 있다는 반면 경험이 부족하다는 얘기도 된다.

이 때문에 광주는 수원 삼성과 울산 현대, FC 서울 등에서 활약했던 이종민(32)을 지난 시즌 데려왔다. 이종민은 젊은 선수들을 다독이면서 K리그 챌린지 경기를 뛰면서 광주의 승격을 유도했다. 이종민은 올 시즌 부주장을 맡아 어린 선수들을 리드한다.

또 광주는 광주 유니버시아드 때문에 이번 시즌 내내 목포축구센터에서 지낸다. 시즌 초반 2개월은 홈경기도 목포축구센터에서 치르고 5월부터는 광주월드컵경기장을 왕복해야 한다.

하지만 남기일 감독은 "원룸 아파트에서 지내는 것보다 오히려 목포축구센터가 시설이 좋다. 오히려 훈련 환경은 개선됐다. 목포로 가게 됐지만 전화위복이라 생각한다"며 "다만 초반 원정 3연전이 고비다. 일단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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