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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어색한 첫 걸음, '스킨십' 나선 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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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어색한 첫 걸음, '스킨십' 나선 박주영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3.11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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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터 '수호신' 향한 애정 전해, 최용수 감독과 대화 통화 변화 다짐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의미 있는 변화다. 스킨십 없기로 유명한 박주영(30)이 친정 구단과 감독의 도움을 받아 ‘소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주영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 서울 입단식과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언론과 껄끄러웠던 관계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그는 “변하겠다 말씀드리기는 그렇다”면서도 “구단 안에서 대표로 인터뷰하는 것에 대해서 피할 생각은 없다. 홍보팀과 잘 상의해 조언도 구하고 적절하게 잘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특별할 것 없는 말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다른 이도 아닌 박주영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언론 인터뷰를 꺼려했던 박주영은 "홍보팀과 잘 상의해 조언도 구하고 적절하게 잘 해나가겠다”고 진전된 태도를 보였다.

프랑스, 영국, 스페인,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거치고 7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박주영은 피할 수 없는 셀러브리티로서의 숙명과도 당당히 맞서겠다고 선언했다.

◆ 인터뷰가 껄끄럽다, 미디어가 부담스럽다 

대구 청구고 재학 시절부터 한국 축구를 짊어질 슈퍼스타로 주목받았던 그는 2005년 프로 선수가 된 이후 줄곧 쏟아지는 관심을 부담스러워했다. 소속팀은 물론이고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 인터뷰를 거절하기 일쑤였다.

그의 목소리가 필요한 취재진과 스타 선수 사이는 자연스레 멀어졌다. 게다가 박주영은 잦은 이적으로 실전 감각이 떨어져있음에도 2014 브라질 월드컵대표팀에 승선하며 ‘의리’ 논란을 낳았고 모나코 10년 체류자격을 따내며 병역회피 의혹까지 불러일으켰다.

부동의 원톱 공격수로 월드컵에 나섰지만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언론은 호의적일 수 없었고 팬들마저 박주영에 등을 돌렸다. 누리꾼들은 동료의 패스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그의 사진에 ‘따봉’이라고 비아냥거렸다.

한 번 틀어진 관계는 회복되지 않았다. 박주영은 동료들 사이에서는 밝은 형이자 싹싹한 후배였지만 유독 미디어만 만나면 표정이 어두워졌다. 파주트레이닝센터(NFC)에서도 항상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을 맞이하는 이청용, 구자철 등 후배들과는 달랐다.

◆ 든든한 서포터, 최용수 감독이 있다 

“국민들, 축구팬, 미디어 관계자가 걱정하는 부분들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박주영의 복귀에 대한 소감을 묻자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팀에 녹아들어야 한다. 또 팬심이 무엇인지를 잘 알아야 한다”며 “이제는 박주영이 팬들의 마음 속에 흡수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어 “주영이가 국가대표선수로서, 공인으로서 팬분들과 접근성이 떨어진 점, 미디어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점이 내 맘에 들지는 않았다”며 “좀 더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여건이 허락하는 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돌고 돌아 어렵게 K리그 복귀를 결심한 박주영(가운데)이 최용수 감독(오른쪽)의 도움 속에 미디어, 팬들과 소통에 나선다.

최 감독은 미디어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안다. 미디어데이에서도 다른 사령탑들과 입담 대결을 벌여 핫이슈가 되곤 한다. 극적인 결승골이 터지면 선수 못지않은 화려한 세리머니를 펼치고 2012년 우승 직후에는 말을 타고 서포터석 앞으로 향해 팬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이날도 “10년 전 J리그에서 서울로 복귀해 10번을 달겠다 했을 때 못단 이유가 있다. 박주영 때문”이라며 “내가 이 팀도 우승시키고 MVP도 탔다. 달겠다고 했더니 당시 한웅수 단장님이 ‘나가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박주영의 등번호 91번에 대해서는 "9 더하기 1은 10이기 때문에 공격수를 상징하는 번호"라는 재치있는 설명도 곁들였다.

최 감독은 "주영이가 이 위치까지 오기까지 여론을 움직인 언론의 힘이 컸다”고 강조하며 “조금 더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가져가면서 궁금증을 해소하는 자리를 주영이와 함께 만들어가겠다. 이렇게 되면 더 많은 스토리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영은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셈이다.

◆ 친정팀 향한 진한 애정, “소중한 추억 고맙다, 이제는 내 차례” 

“수호신과 보낸 시간들이 큰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이제는 내 차례다.”

박주영은 회견 내내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했지만 친정팀에 대한 애정만큼은 확실하게 표현했다. 특히 서울 공식 서포터즈 수호신과 최 감독을 비롯한 구단 관계자들을 향해 감사함을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서울에서 프로 생활을 처음 시작했고 이를 통해 유럽에 갈 수 있었다. 마음 속에서 늘 은퇴는 친정에서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구단과 감독님께서 한국으로 편히 돌아올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셨다”고 말했다.

또한 “수호신과 보낸 시간들이 큰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분들이 함성으로 소중한 추억을 선사해주셨다”며 “선수 생활을 마무리해가는 시간이다. 앞으로 뛸 날이 많지 않다. 이제는 내가 재밌는 경기를 보여드리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최 감독은 “주영이는 밝은 친구다. 팀원들과 대화도 많이 한다. 주영이를 컨트롤해줄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며 “이제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스킨십의) 필요성을 감지했다. 그동안의 오해들을 풀고 변화를 받아들이면 긍정적일 것”이라고 거들었다.

회견을 마친 그는 구리 GS챔피언스파크로 자리를 옮겨 팀 훈련에 합류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박주영. 그가 굳게 닫았던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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