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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K리그 회귀 박주영, 부활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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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K리그 회귀 박주영, 부활 가능성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3.10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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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3년 계약, 6년 7개월만에 복귀…3년 가까이 쉬어 경기력 바닥, 출전시간 보장 여부 관건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박주영(30)이 K리그 클래식 무대로 돌아왔다. 프랑스 리게 앙 AS 모나코로 이적한 2008년 8월 이후 6년 7개월만에 한국 무대 복귀다.

FC 서울 구단은 10일 유럽 무대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뛰었던 박주영과 3년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재 박주영은 이미 국내로 들어와 서울 구단과 협상 절차를 마치고 조만간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서울 구단 역시 곧 박주영의 입단식을 열 계획이다.

서울 관계자는 "연봉 등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말할 수 없으나 K리그 역대 최고 수준 대우라는 것은 와전됐다"며 "박주영이 연봉보다는 K리그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전달해왔고 구단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해외 무대에서 뛰었던 스타급 선수가 K리그로 돌아온다는 것은 나쁜 소식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충분히 반길말한 소식이다. 흥행 측면에서 볼 때 박주영의 K리그 복귀는 분명 긍정적이다.

서울 관계자도 "박주영이 서울에서 부활한다면 서울뿐 아니라 한국 축구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 지난 2008년 8월 AS 모나코로 떠난 이후 6년 넘게 해외에서 뛰었던 박주영이 FC 서울과 3년 계약을 맺고 K리그로 돌아왔다. 박주영이 예전의 기량과 경기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FC 서울 제공]

◆ 공격력 보완해야 하는 서울, 최고 선택

서울은 데얀을 떠나보낸 지난해 공격력 약화로 힘든 시즌을 보내야만 했다. 최용수 감독이 주창했던 '무공해(무조건 공격해)'는 힘을 잃었다. 공격적인 스리백을 구사하겠다고 했지만 수비 위주의 축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최용수 감독은 올 시즌 무공해 축구의 부활을 선언했다. 하지만 에스쿠데로까지 중국 리그 장수 세인티로 보낸 상황에서 중앙 공격수를 맡아줄 선수가 비어버렸다. 정조국이나 박희성 등이 있긴 하지만 경기력이 크게 저하돼 좀처럼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기대했던 에벨톤 역시 아직까지 폭발적인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몰리나는 기량이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때문에 에스쿠데로를 너무 성급하게 내보낸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최용수 감독은 중앙 공격 자원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정조국이 2000년대 중반 보여줬던 '패트리어트'로서 위력을 보여주길 기대했다. 동계 훈련 때는 괜찮아보였지만 막상 공식 경기를 치러보자 실망감이 컸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두 경기는 물론이고 울산 현대와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개막전 역시 마침표를 찍어줄 공격 자원이 없었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은 오래 전부터 박주영을 주시하고 있었다.

최용수 감독은 지난 5일 K리그 클래식 미디어데이 당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격 보완에 대한 질문에 대해 "박주영이 좋은 선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다고 확답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최근 한번 통화하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영입이 쉽지 않다. 일단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영과 협상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이다.

이미 유럽 이적시장은 문이 모두 닫혔고 쓸만한 선수를 데려오기도 그다지 녹록지 못하다. 아직 아시아 시장의 문은 열려있지만 시즌이 이제 막 시작한 단계여서 비주전급이 아니면 영입할 선수도 없다. 일단 서울로서는 공격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최고의 선택을 한 셈이다. 서울도 살고 박주영도 사는 '윈윈'이기 때문이다.

▲ 박주영은 AS 모나코에서 뛸 때까지만 하더라도 전성기를 보냈지만 아스널에 입단한 뒤 여러 팀으로 임대다니며 풍운의 세월을 보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방출돼 K리그에서 예전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진=FC 서울 제공]

◆ K리그 휩쓸었던 예전 기량 보여주려면? 시간이 약

박주영은 모나코로 가기 전에 서울의 주전 공격수로 맹활약하며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05년 서울을 통해 프로에 데뷔한 그는 첫 시즌에 18골과 4도움을 올리며 최우수선수(MVP) 못지 않은 활약을 펼쳐 당당하게 신인왕에 올랐다. 21세의 나이에 독일 월드컵에 나가기도 했던 박주영은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느라 체력이 떨어져 8골로 줄어들긴 했지만 팀내 차지하는 비중만큼은 실로 컸다. 특히 2007년 3월 21일 라이벌 수원 삼성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 서울 팬들을 열광케 했다. 박주영이 이 당시 수준의 경기력만 보여줘도 서울로서는 대환영이다.

그러나 박주영의 복귀에는 분명한 시각차가 있다. 이동국(36·전북 현대)의 예를 들며 박주영도 부활할 것이라는 찬성파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방출된 경기력으로 K리그에서 뛰기 무리라는 반대파가 있다.

이동국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스브러로 이적했지만 '심바(라이언 킹의 주인공 이름)가 아닌 품바(라이언 킹에서 나오는 멧돼지 이름)'이라는 비아냥 섞인 영국 언론의 비판을 듣고 다시 K리그로 돌아와야만 했다. 당시 성남 일화를 통해 복귀했지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사실상 전성기가 끝난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전북으로 이적한 뒤 이동국은 부활했고 지금은 K리그 공격 기록을 바꿔나가고 있다. 최강희 감독이 이동국에게 충분히 출전 기회를 주면서 이동국 기 살리기에 나섰다. 이동국은 전북에서 선수 생활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동국이 전북으로 이적해 부활의 나래를 펴기 시작한 때도 지금 박주영의 나이인 30세 때였다.

박경훈 전주대 교수(전 제주 감독)는 "K리그에서 다시 박주영을 볼 수 있어 반갑다. 적은 나이가 아닌만큼 K리그에서 좋은 기량을 선보여 한국 축구 발전에 일조했으면 한다"며 "국내 선수 가운데 파괴력이 있는 중앙 공격수가 드물었는데 어린 유망주에게 자극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경훈 교수는 "박주영의 기량이 떨어졌던 것은 외국에서 생활하는데 오는 여러 심리적인 면이 있었다. 대표팀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과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하다는 부담이 많았다"며 "한국에 왔으니 심리적으로 안정을 되찾고 자신감도 회복할 것 같다. 예전 기량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반대파의 의견 역시 일리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예전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던 경기력으로 K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런던 올림픽 직전 병역 논란과 함께 브라질 월드컵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던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싸늘해진 팬들의 시선도 무시할 수 없다.

역시 문제는 시간이다. 모나코에서 성공을 거둔 것을 제외하고는 아스널, 셀타 비고, 왓포드 등 유럽 구단에서 출전 기회도 잡지 못하고 떠돌아다녔던 박주영의 옛날 기량이 단번에 나오기란 어렵다. 박주영이 사우디아라비아 무대에서 제대로 뛰지 못한 것 역시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하게 받기에는 경기력이 너무 떨어졌기 때문이다.

다른 팀 사정에 대한 평가라 익명을 요구한 한 K리그 감독은 "박주영은 3년 가까이 쉰 선수다. 런던 올림픽에서 잘했다고는 하지만 자신보다 어린 선수들이 주로 뛰는 무대였고 유럽은 크게 관심도 갖지 않는 한 단계 낮은 대회였다"며 ""좋았던 예전 기량을 찾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동국의 사례처럼 최용수 감독이 계속 믿고 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용수 감독도 각오하고 있겠지만 고비는 박주영이 서너경기를 뛰었음에도 부활의 기미를 보여주지 못했을 때 과연 뚝심을 발휘해 계속 밀어붙일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예전 기량과 경기력을 되찾을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뛰게 해주는 것이 최고의 방법인데 성적과 결부되는데다 팬들의 눈도 있어 이를 이겨낼 수 있을지가 걱정된다. 이는 최용수 감독과 박주영이 서로 신뢰하고 헤쳐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에서 박주영을 지도하기도 했던 이영진 대구FC 감독도 "사실 기대반, 걱정반이다. 선수 본인으로서는 잘해야 할 것이라는 부담감이 상당할텐데 조급해하지 말고 잘 극복해야 한다"며 "서울에서 함께 뛰었던 동료들이 아직 있기 때문에 조직력을 맞추고 적응하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겠지만 실전 감각과 체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다. 서울 구단도 조급해하지 말고 박주영을 기다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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