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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수호신' 함성에 살갑게 화답한 박주영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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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수호신' 함성에 살갑게 화답한 박주영의 약속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3.14 2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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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여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온 박주영 "성숙한 플레이로 보답할 터"

[상암=스포츠Q 글 이세영·사진 이상민 기자] "많은 분들이 환영해줘 감사하다. 앞으로 그라운드에서 성숙한 플레이로 보답하겠다."

씩씩한 말투와 밝은 표정에서 재기의 결의를 읽을 수 있었다. 2008년 8월 이후 6년 7개월 만에 K리그 복귀를 알린 박주영(30·FC서울)이 친정팀 팬들에게 살가운 복귀 신고를 했다.

그동안 팬들과 거리를 두고 언론과도 접촉을 피했던 그 박주영은 없었다. 자신을 보기 위해 14일 상암벌을 찾은 관중에게 다양한 팬 서비스로 보답했다. 2012년 실 관중 집계 이후 서울월드컵경기장 개막전 최다관중 3만2516명 앞에서.

▲ 박주영이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북측 광장에서 열린 사인회에서 한 팬이 건넨 유니폼에 사인을 하고 있다.

14일 서울과 전북 현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2라운드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한바탕 기승을 부렸던 꽃샘추위가 지나가고 '춘래'를 알린 그라운드에 많은 팬들이 몰려들었다. 바로 박주영을 조금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서였다.

지난 10일 발표된 박주영의 친정팀 복귀 뉴스는 파급효과가 컸다. 올 시즌 우승후보에서 배제됐던 서울이 이슈를 재선점했고, K리그도 '박주영 효과'에 미소지었다. 언론들은 박주영이 합류했을 때 서울과 리그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기에 바빴다. 서울의 박주영 영입은 한 선수를 보강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 3만2천 관중 앞에 미소와 여유로 화답하다

고개를 숙이는 것에서 시작했다. 금의환향이 아닌만큼, 차분하고 겸손하게 팬들과 스킨십하기를 원했다. 박주영은 이날 낮 12시 40분부터 서울월드컵경기장 북측광장에서 시즌 티켓회원 150명 포함, 250명의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행여나 잘못 적을까봐 팬들의 이름을 일일이 물어보기도 했고, 갑작스런 사진촬영 요청에도 흔쾌히 응했다. 팬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줬다. 밝게 웃으며 팬들에게 사인해주는 그에게서 지난날 아팠던 기억은 보이지 않았다.

2010 남아공 월드컵 나이지리아전에서 골을 넣은 이후로 박주영의 팬이 됐다는 이지원(16) 군은 "슛이 좋고 안정감 있는 플레이와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이동국(전북 현대)이 유럽에서 복귀한 뒤 K리그를 정복한 것처럼, 박주영도 부활했으면 좋겠다. 친정팀에서 명예롭게 은퇴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예전의 기량을 되찾길 바라는 팬도 있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이정은(20) 씨는 "공격수로서 절정이었을 때 폼을 되찾았으면 좋겠다"며 "다음 주 웨스턴 시드니전에 나올지 모르겠지만, 나온다면 꼭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박주영이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라운드 서울-전북전 하프타임 때 열린 입단식에서 복귀 소감을 밝히고 있다.

박주영이 부활하길 바라는 마음은 오래된 팬도 마찬가지였다. 유럽리그에서 뛸 때 그의 출장 경기를 빠짐 없이 지켜봤다는 이아란(27) 씨는 "사우디 클럽과 계약이 해지됐을 때 혹시나 했는데, 친정팀으로 돌아와 기뻤다"며 "킬러본능을 갖고 있는 선수다. 언젠가는 제 실력을 발휘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프타임에는 박주영의 입단식이 열렸다. 그의 과거 활약상을 담은 영상이 전광판을 통해 나오자 홈 팬들은 열화와 같은 함성을 내질렀다. 박주영은 91번 유니폼을 입고 머플러를 목에 두른채 서포터 대표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다.

팬들은 박주영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본부석 왼쪽 골대 뒤 서울 서포터석에는 '우리의 영웅이 돌아왔다', '집 나가서 고생 많았다 형들이 지킬게'라는 펼침막이 내걸렸다.

박주영은 "오랜만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왔다. 많은 분들이 환영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앞으로 선수로서 운동장에서 성숙하고 좋은 플레이로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사인이 적힌 공을 관중석을 향해 쏘아올렸다. 예상치 못한 선물에 관중석 분위기는 최고조로 올랐다.

◆ 친정팀 연착륙? 컨디션·경기 감각이 관건

"얼마나 빨리 컨디션을 회복하느냐가 문제다.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한다면 팀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신중했다. 박주영이 플러스 전력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몸이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물론 전 소속구단인 알 샤밥과 이적 절차가 완벽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지난해 12월 이후 실전 감각을 익히지 못했기에 당장 그라운드에 나서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박주영의 몸이 60%가량 올라왔다고 판단한 최 감독은 이르면 다음달 초 박주영을 그라운드에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 FC서울 서포터즈 '수호신'이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라운드 서울-전북전 하프타임에 열린 박주영 입단식에서 플래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적장 최강희 전북 감독은 박주영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동국처럼 팀의 중심 선수로서 부활의 날개를 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 감독은 "전북으로 돌아온 2009년 당시 이동국은 (전북이) 뛰어본 팀은 아니었지만 본인이 간절했다. 또 루이스, 에닝요 등 동료들이 많이 도와줘서 뛰어난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로 온 박주영도 충분히 이동국과 같은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토레스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돌아가 잘 하고 있지 않느냐"며 "친정팀에서 뛰는 것은 심리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편안한 곳에서, 동료애가 있는 곳에서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그간 박주영이 경기에 많이 나가지 못해 문제가 생겼다. 서울에서 자주 출전한다면 경기력과 감각, 체력이 돌아올 것이다. 가지고 있는 능력이 나올 수 있다. 그것이 친정팀의 힘이다. 박주영은 그런 능력을 갖고 있는 선수다. 어느 시점에 가면 분명 좋은 활약을 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박주영이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라운드 서울-전북전 하프타임 때 열린 입단식에서 관중석으로 공을 선물하고 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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