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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억해, 지성이 '7중인격'이었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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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억해, 지성이 '7중인격'이었던 시간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3.18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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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에게 듣는 드라마 '킬미, 힐미'

[300자 Tip!] "'2015년 연기대상은 지성에게 줘야 한다."

12일 종영한 MBC 드라마 '킬미, 힐미'에서의 지성의 존재감을 설명하자면 이 평이 가장 적합할 듯하다. 1월 방송한 드라마에 '연기대상'까지 언급하게 만든 까닭이다.

'해리성 인격장애'로 일곱 개의 인격을 가진 '차도현'을 연기한 지성은 그만큼 극중 분량도 많았고 모든 인격을 탁월하게 소화해낼 연기력 또한 필요했다.

지성은 소심한 재벌가 아들, 낯부끄러운 말을 서슴지 않는 옴므파탈, 자살 시도 고등학생, 발랄한 여고생, 어린 여자아이, 사투리를 걸쭉하게 구사하는 아저씨 등 다양한 인격을 표현했다. 상대 배우 황정음에 따르면 지성은 극중 분량이 많아 하루 30분~1시간 정도만을 수면하며 연기에 임했다는 것. 이로 인해 촬영 막바지 때는 급성 성대부종에 걸려 촬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스포츠Q 오소영 기자] 지성은 '킬미힐미'에서 차도현, 신세기, 페리박, 안요섭, 안요나, 나나, 미스터 X까지 일곱 인격을 연기했다. 탁월한 연기력으로 10~20대를 중심으로 팬도 많이 얻었다. "가장 애정이 가는 인격을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모두가 소중하다"는 지성에게서 '킬미힐미'와 관련된 일곱 가지에 대해 들었다.

◆ 지성이 꼽은 명장면, 명대사= '킬미힐미'는 차도현의 해리성 인격장애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다루며 다양한 '명대사'를 낳으며 진수완 작가의 '어록'들은 화제가 됐다.

"등장이 잦진 않았지만 요섭(자살을 시도하는 고등학생 인격)이 많이 떠오른다. 힘들게 살면서 나약한 생각을 하는 친구들에게 요섭을 통해 희망과 살아야 하는 이유를 전하고 싶었다.

요섭의 인격이 통합되며 읊조린 시 구절이 생각난다.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 시의 한 구절이다. 프랑스어로 "le vent se leve, il faut tenter de vivre(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눈물이 왜 그렇게 났는지.

또한 신세기의 "기억해. 너에게 반한 시간"이라는 '기억해' 대사는 마치 내 레퍼토리가 된 것 같다.(웃음) 다들 좋아해 주는 대사이고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 '킬미힐미' 속 지성이 연기한 인격들. [사진=팬엔터테인먼트, 나무엑터스 제공]

◆ '비밀' '킬미힐미' 두번째 만남, 황정음= 지성과 황정음은 두 번째의 호흡으로 '지성이면 황정음'이라는 재밌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정음씨와도 '무슨 인연일까' 얘기했다. 두 작품을 같이 하긴 쉽지 않은 일이고, 더욱이 제 입장에선 연달아 한 거였다. 배우들 간 조합과 호흡은 무시 못 하는 것 같다.

상대 배우의 리액션이 없다면 연기는 무의미하다. 신세기의 숨겨진 이야기가 다 드러나지 않은 극 초반, "기억해. 내가 너에게 반한 시간"이라는 대사에 어떤 리액션을 할 수 있었겠나. 감독님께선 "코믹같지만 코믹이 아니다"라고 설명해 주셨지만 세기를 표현하는 나는 이해해도, 정음씨는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는 상황이라 리액션에 고생이 많았다. 너무 감사하고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정음씨와 다시 연기할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 생각이 있다. 결혼 후 만나자고 하던데 그럴 것 같다.(웃음)

이 드라마를 찍으며 죄송한 마음이 드는 부분은, 작품은 많은 배우들과 제작진이 만드는 건데 내 인격들이 많다 보니 내게 집중되는 면이 있었다. 도와주신 동료 배우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 내게 '킬미힐미'는= "일상으로 잘 돌아갔다고 생각했음에도 킬미힐미의 여파로 힘듦이 오지 않을까 생각돼 겁이 난다. 인터뷰 대신 이렇게 다수의 취재진과 한꺼번에 만난 것도, 인터뷰를 하면서 이에 대해 답을 반복하게 된다면 가슴속에 '킬미힐미'가 각인이 될까 나를 보호하기 위함이 컸다.

지금은 생각과 달리 아무렇지 않은데, 이 점도 두렵다. 예전에 우울증에 시달려 본 적이 있는데 또 그럴까 무섭기도 하다. 가장, 아빠로서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 싶다."

▲ '킬미힐미' 촬영장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지성과 황정음. [사진=팬엔터테인먼트 제공]

◆ 연기대상?= "포장하지 않고 말하겠다. 드라마를 찍으며 아프고 힘들었다. 그런데 눈물이 나도 그냥 좋았다. 연기대상 감이라고 말씀해 주시지만 와닿지도, 생각해본 적도 없다. 배우로서 존재할 수 있었단 걸 깨달은 것만으로도 좋다.

그간 남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기사를 많이 봤고 '나도 언젠간 저런 배우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어렸을 때 많이 했다. 요즘 아름다운 기사를 써주실 때마다(웃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잊지 않겠다고 다짐을 스스로 한다.

인격들은 따로 분리돼 있지만 결국 차도현 한 사람의 모습이다. 그렇다보니 요나의 재밌는 부분을 촬영해도 내게는 그 장면이 웃기지 않았다. 인격마다 각자의 이유가 있다는 마음을 갖고 촬영하다보니 연기하면서 어렵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분들에게 희망과 치유를 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진심을 담았다. 이런 마음이다보니 스스로 치유도 하면서 연기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 페리박의 사투리 억양, 요나의 눈 흘기기 등이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다. 페리박의 경우, 고등학교를 여수에서 나왔음에도 억양이 살짝 비슷할 뿐 전라도 사투리를 써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번 연기에서 몰입이 가능했다.

요나, 페리박의 장면은 거의 애드리브였을 정도로 많이 넣었다. 재밌게 해야 하는 건 내 의무니까 대사를 만들어 썼다. 페리박이 마지막회에서 "그동안 먹고 싶었던 술 먹고 간다"는 장면도 애드리브가 많았던 부분이다. 나는 애드리브를 못 하는 배우인데, 캐릭터에 집중하니까 애드리브는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 촬영장에서 여고생 '요나' 연기를 하고 있는 지성. [사진= 나무엑터스 제공]

◆ '아이돌' 인기= "이번 드라마를 찍으며 아이돌급 대우를 받았다. 오리진의 어린시절을 연기한 김에이미 양이 내게 '지성오빠라고 부를까요? 삼촌이 나아요?' 물어봐서 깜짝 놀랐다. 본인의 아빠보다 내가 나이가 많을 수도 있는데 물어보니까.(웃음) 나도 모르게 '오빠'라고 했고 영원히 오빠라고 부르기로 약속했다. 조만간 아저씨가 될 상황인데 언제 또 이런 아이돌급 대우를 받아보겠나.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하겠다.

요나 역을 연기하며 발랐던 립 제품이 '완판'됐다는 기사를 보고서는 무슨 얘긴가 싶었다. 참 어이가 없었다.(웃음) 물론 좋지만, 여자가 아닌데 '완판녀'라는 말을 들으니까. 틴트가 제게는 중요한 무기여서, 뛰면서도 입술에 바르는 걸 잊지 않았다. 뭔가를 입술에 바르는 행위가 너무나 자연스러워졌다. 틴트회사에서 선물해 주시기도 했다. 재밌게 촬영했다."

◆ 아내 이보영, 가장, 아빠= "보영씨는 요나 등장 신을 재밌게 본다고 했다. 한번은 홍대에서 요나가 교복을 입고 뛰는 장면을 찍는 촬영장에 몰래 왔다. 세 시간 반을 기다려서 그 장면을 봤다고 했다. 그날은 많은 분들이 와서 구경하시는 분들 앞에서 내가 뛰어가는 장면을 촬영할 때였다. 좀 창피해서 캐릭터에 집중해 연기하자 생각하며 뛰었다. 보영씨는 "즐거울 줄 알았는데 눈물이 났다"고 했다. 우리 가장이 뛴다고 하니까 그랬던 것 같다고.(웃음) 아, 황정음씨와의 키스신에는 별 반응 없었다.(웃음)

곧 아빠가 되는데 나는 빨리 되고 싶은데 시간이 안 간다. 아기가 커 가는 게 눈으로 보이니까. 출산 예정일은 6월 말인데 그때 또 한 번 눈물을 펑펑 쏟아낼 것 같다. 좋은 아빠가 되도록 준비하겠다."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 '킬미힐미'가 다뤘던 아동학대= '킬미힐미'는 차도현과 오리진의 어린시절 과거의 기억을 풀어가는 내용이다. 차도현은 지하실에서 아동학대 현장을 맞닥뜨린다.

"하루는 아역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싶어서 촬영장에 가 있는데, 너무 실제처럼 연기를 하는 거다. 아이들의 엉엉 우는 모습에 내 눈물도 쏟아졌다. 사람에게 얼마나 가슴아프고 잊혀지지 않는 기억일까 생각에 정말 하염없이 울었다. 요즘 사회에 좋지 않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그에 관한 기사도 많다. 드라마의 주제였던 아동 학대에 대해 말하자면 아이들은 우리가 아낌없이 사랑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킬미힐미'를 찍은 것에 자부심이 있다. 앞으로도 시청률을 어떻게든 올려보려는 드라마가 아니라 스토리를 갖고 막장이 아닌 이런 좋은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드라마가 나왔으면 좋겠다. 저도 좋은 아빠가 되겠다.

디시인사이드 '킬미힐미' 갤러리 분들이 많은 사랑을 보내줬다. 드라마의 메시지를 보고 아동학대 방지에 대해 모금도 하고 봉사활동도 한 걸로 알고 있다. 그 얘기를 듣고 뿌듯했고 앞으로 삶에서 이 드라마를 못 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갤러리에서 좋은 일을 준비한다면 언제든지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 이 드라마를 통해 몇 사람이라도 가슴이 따뜻해졌다면 만족한다."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취재후기] 같은 시간대 비슷한 소재로 방송한 '하이드 지킬, 나'의 시청률이 부진하자 상대 배우 황정음은 "우리가 1등이라는 말에 신나서 조잘거리기도 했는데 지성 오빠는 '안쓰럽다'고 했다. 참 좋은 사람이란 걸 느꼈다"고 했다. 그 말처럼 지성은 제작진, 출연진에 대해 연신 감사를 전했고 촬영 막바지 급성 성대부종에도 열연했다는 것에는 "스태프들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나 때문에 방송이 펑크날까봐 걱정이 많았다"고 배려있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흥미로웠던 점은 "요나의 여고생 목소리가 나와야 하는데 성대부종 때문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가성으로 냈다. 연기를 못 하니까 답답해 미쳐버리는 거다"라는 등 요나를 설명하며 살짝 요나의 말투로 옮겨가기도 했다는 점이다. "'킬미힐미'의 여파가 오래 남을 것 같아 무섭기도 하다"고 했던 말처럼 연기에 대한 몰입을 알 수 있었던 지점이었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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