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17 11:30 (금)
[인터뷰] '아빠'된 허각, "터닝포인트는 가족 덕분"
상태바
[인터뷰] '아빠'된 허각, "터닝포인트는 가족 덕분"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3.19 1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00자 Tip!]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 우승자로 '기적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허각. 올해로 벌써 데뷔 5년을 맞았다. 그간 '언제나', '나를 잊지 말아요', '헬로', '죽고싶단 말밖에', '이제 그만 싸우자' 등 많은 히트곡을 내며 '믿고 듣는 가수'의 반열에 올랐다. 절절한 감성과 내지르는 창법으로 그는 '허각표 발라드'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지난 17일 발표한 미니3집 '사월의 눈'은 그가 약간의 변화를 준 앨범이다. 곡의 풍, 창법에서의 변화도 줬고 가수로서 태도나 임하는 자세에도 변화가 필요하단 생각을 했다. 허각은 "지금이 터닝포인트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했다"고 했고, 그 이유로는 '가족'을 꼽았다.

약 2년간의 공백기에는 주로 아들을 돌보는 육아에 힘썼다. 허각은 "활동이 오랜만이라 홍보영상 멘트 영상 촬영을 하는데도 어색해 실수가 많았다"고 했다.

▲ [사진=에이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Q 오소영 기자] 허각과의 인터뷰에서는 '가족', '아이',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키워드가 자주 등장했다. 그가 평소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용들일 것이다.

◆ 허각표 발라드 변주한 '사월의 눈', 익숙함과 변화의 어디쯤

이번 앨범 타이틀곡 '사월의 눈'은 그간 선보였던 절절한 내지르는 창법의 발라드보다 약간 절제된 느낌이다. '허각의 곡'이라는 설명 없이 곡만 들었을 때는 허각의 곡인지 모를 만도 하다.

"'익숙함'과 '변화'의 그 어디쯤이라고 생각해요. 곡을 받고 처음에 고민이 많았어요. 어떻게 불러야 할까 대표님, 프로듀서 지고릴라 형님과 많은 의논을 했어요."

난해하게 다가왔던 가사를 해석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프로듀서의 말에 따르면 '사월의 눈'은 '끝없이 펼쳐진 하얀 설원 한 가운데 서있는 듯한 느낌'이다. 허각은 시적인 가사를 표현하기 위해 해석에 공을 들였다.

"힘을 좀 빼고 풀어놓은 상태로 불렀어요. 곡 음역이 처음부터 높다보니 가성을 쓰기도 했고 부드럽게 풀기도 했고요. 창법을 여러 번 바꿔보는 등 데뷔 후 처음으로 수정 녹음을 6번이나 해서, 곡에 애착이 많이 생겼죠."

지금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기를 보내는 만큼 발랄하고 행복한 노래를 해볼까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슬픔의 정서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고, 주변의 평 역시도 그랬다. 이런 의논 끝에 만든 '사월의 눈'에는 많은 정성을 담았다.

"그동안 쉬었던 만큼 준비를 열심히 했어요. 정규 앨범 준비 이상으로 많은 곡을 받고 녹음했거든요. 모든 곡이 좋아서 다 타이틀곡 하고 싶을 정도로 아까워요. 활동하며 방송, 무대를 통해 모든 곡을 들려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지난해 소속사와 재계약을 하면서 '공연을 많이 하고 싶다'는 말도 했었거든요."

▲ [사진=에이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 아이와 가족 생각에 눈물 나, "지금이 터닝포인트"

허각이 이번 앨범에서 음악적인 변화를 준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벌써 데뷔 5년차인데, 지금이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아이를 낳은 후 첫 앨범이기도 해서 걱정이 굉장히 커요. 아이에게 처음 들려주는 것이기도 하고, 팬들에게도 새로운 시도를 한 후 앨범을 들려주는 거니까요."

허각은 지난 2013년 10월 결혼했고, 지난해 3월에는 아들 '건'을 출산했다. 그는 인터뷰 중 아이의 이야기가 나오자 휴대전화를 들어 한 동영상을 보여줬다. 꼭 닮은 인상의 귀여운 아이가 에이핑크의 '러브(LUV)'에 맞춰 리듬을 탔다.

"노래하는 인생에 있어서 저 스스로에게 변화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이 앨범을 시작으로 까불까불한 성격도 그렇고, 약간은 과묵한 이미지가 있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그 계기는 '가족'이 더 큰 것 같아요. 제가 자식으로서 보호받고 살 때와, 가장이 된 지금이 달라요. 무게가 커지고 목표의식이 바뀌었죠. 물론 노래는 목이 다 할 때까지 하겠지만, 가족이 없으면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서운 생각이기도 한데, 이런 책임감이 생겼다고 할까요."

허각은 아빠가 되며 달라진 것이 많다고 했다. 철이 들고, 눈물이 많아졌다.

"아빠가 되고 가족이 생기니까 눈물도 더 많아지고 감수성이 풍부해졌어요. 노래하는 데도 더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슬픈 기억을 떠올리거나 영화를 보며 슬픔을 느끼는 게 아니라, 가족을 생각하기만 해도 나도 모르게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 게 신기해요. 가족이 저를 노래할 수 있게끔 다잡아주는 것 같아요. 지금은 가족 덕분에 일하면서 하루하루가 감사해요. 예전에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이해가 돼요."

▲ [사진=에이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 지금은 '슈퍼맨이 돌아왔다', 크면 '아빠 어디가' 되겠죠?

'아빠' 허각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공백기 동안 요가강사로 활동하는 아내를 대신해 아이를 돌보느라 바빴다. "카메라만 없었지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찍고 있는 것과 같았다"는 그는 "엄마만큼은 못 하겠지만 엄마가 없는 상황에서 돌볼 만큼은 된다"고 했다.

"기저귀 가는 건 이제 일도 아니죠.(웃음) 젖병도 닦고, 아이 목욕은 신생아 때부터 제가 시켰어요. 육아 분담을 따로 하지는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일이 나눠졌어요. 아이를 들거나 하는 부분은 엄마가 하기 힘들거든요. 얼마전엔 처음으로 누구의 도움 없이 에이핑크 콘서트장까지 저 혼자 아이를 데리고 갔어요. 물론 도착하자마자 도움을 구했지만. 하하하."

아빠가 되니까 아이를 데리고 가다가 길에서 누구를 만나도 친해질 수 있다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모르는 이들과도 아이를 공동 관심사로 삼아 금세 가까워지곤 한다.

"이 직업이 쉬는 날이 정해져 있지 않은데 이 점이 가족에게는 좋은 것 같아요. 아이에게 할애할 시간이 많거든요. 직업에도 감사하고 가족에게도 고마워요. 감사할 일이 참 많네요.

육아 예능을 빼놓지 않고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는데, 아이가 좀 더 크면 '아빠, 어디가?'를 찍는 기분일 것 같아요. 아들이 걷기 시작했는데 말이 트면 함께 여기저기 다닐 거예요. 아기들이 말하기 시작하면 질문이 많아서 아빠들이 귀찮아 한다는데 저는 준비가 돼 있거든요. 나한테 계속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지금은요.(웃음) 전 지금 정말 좋아요. 좋아요. 정말 좋아요."

허각은 "지금이 좋고 행복하다"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앨범 발매를 앞두고 아이에게 신곡도 매일 들려줬다. 임신 중에는 태교로도 아이에게 자신의 노래를 많이 들려줬다. 덕분에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로 자라지 않을까 하는 것이 주변의 평이다.

▲ [사진=에이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취재후기] 허각은 "음원이 나오기 3주 전부터 불면증이 시작돼 잠을 잘 못 자는 편"이라고 했다. 회사와 집에서 안심을 많이 시켜주지만 초조한 마음에 자정 음원 공개 후 새벽 4~5시까지 순위를 확인하기도 한다.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사월의 눈'은 현재 여러 음원사이트 차트 1위에 올라 있다.

순위에 대한 욕심은 아니지만 저절로 드는 걱정이라고 했다. '순위가 아니라면 어디서 만족을 찾느냐'는 질문에는 "잘 부른다는 칭찬이 가장 좋다"는 답이 돌아왔다. 노래를 '잘 불러서' 가수라는 직업을 택한 이들에게 이는 가장 좋은 말일 것이다. 노래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가요계에 데뷔했고,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그는 가장, 아빠로서 더욱 행복하게 노래를 부를 듯하다.

ohsoy@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