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석경민 기자] 대표이사 사퇴, 이메일 주소 유출, 불구속 기소까지….
불과 7개월 새 한 기업에서 벌어진 일이다. 종합숙박·액티비티 애플리케이션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엔 바람 잘 날이 없다.
서울동부지검 사이버수사부는 지난 18일 여기어때와 개인정보관리책임자인 부사장 장 모 씨(41)를 정보통신망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17년 3월 마케팅센터 웹페이지 해킹으로 고객정보가 유출된 게 이유다. 당시 숙박 예약정보 323만 건, 고객 개인정보 7만 건이 새어나갔고 날짜와 숙박업소명이 적힌 협박·음란문자가 4000여 건 발송돼 파문이 일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앞서 위드이노베이션에 과징금 3억100만 원, 과태료 2500만 원, 책임자 징계권고 등의 조처를 내린 바 있다.
검찰은 “(여기어때가)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를 소홀히 해 피해를 야기했다”며 “웹페이지의 해킹 취약점을 점검하거나 공격을 예방하는 등의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여기어때는 최근 2~3년 사이 매출이 빠르게 올랐는데 규모에 비춰볼 때 방대한 고객 개인정보에 대한 보안 조치와 투자가 미비해 책임을 무겁게 물었다”며 “개인정보 유출 사범은 물론 개인정보처리 기업의 보호조치 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하고 엄정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은 여기어때 소비자가 모여 진행 중인 집단소송 결과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음란·협박 문자로 성적 수치심을 받은 여기어때 고객 311명은 2017년 6월 위드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소송가액은 4억1900만 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 9차 변론기일은 20일이다.
여기어때를 향한 여론은 갈수록 냉담해지고 있다. 최근 7개월 동안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심명섭 전 위드이노베이션 대표가 복수의 웹하드를 운영하며 불법 음란물을 유포한 사실이 드러나 자진사퇴했다.
심 전 대표는 “받은 혐의에 오해가 있다”며 “이번 보도와 아무 상관없는 위드이노베이션이라는 회사에 조금도 누를 끼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항변했지만 여기어때는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새해 벽두엔 이메일 유출건으로 곤욕을 치렀다. 지난해 마지막 날 회원들에게 개인정보 이용내역을 통지하기 위해 안내메일을 발신하던 중, 수신인 설정 오류로 인해 다수의 회원 이메일 주소가 그대로 노출돼 파문이 일었다.
회원들의 메일 주소가 노출되지 않도록 회원 한 명씩 메일을 보내거나, 다른 회원의 메일 주소를 ‘숨김 참조’ 처리해 발송해야 하는데 일반적 원칙조차 어겼으니 여기어때를 향한 비난 수위는 극에 달했다.
여기어때는 ‘1등 숙박앱’을 표방한다. “숙박 여정의 불편함을 해결하고, 좋은 숙소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하겠다”는 게 존재 이유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반년 남짓 새 연달아 터진 일련의 사건들을 지켜보고 실망한 이들이 적지 않다. 심명섭 대표가 물러나고 지난 1월 말 지휘봉을 잡은 황재웅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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