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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매진 열기보다 뜨거웠던 '미래의 열성팬' 감동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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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매진 열기보다 뜨거웠던 '미래의 열성팬' 감동 체험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5.05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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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시즌 첫 전 구장 매진...캐치볼-치어리더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해 어린이 눈길 사로잡다

[잠실=스포츠Q 글 이세영·사진 최대성 기자]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어린이날 노래 가사처럼 어린이가 주인공이 된 경기였다. 매년 어린이날 명승부를 연출해온 ‘잠실 라이벌’ LG와 두산이 올해도 불꽃 튀는 승부를 펼쳤다.

양 팀 모두 최근 연패에 빠져 있었지만 두산의 더그아웃 분위기가 더 좋았다. 지난해까지 18차례 맞대결에서 두산이 11승7패(승률 0.611)로 앞섰기 때문. 최근 2년간 대결에서도 두산이 모두 이겼다. 반면 직전 3연전을 모두 패하는 등 5연패 늪에 빠진 LG는 손주인이 삭발을 하는 등 비장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 어린이날인 5일 가족단위의 관중들이 대거 잠실구장을 찾아 열띤 응원을 펼쳤다.

하지만 양 팀의 경기 전 분위기와는 다르게 그라운드엔 활기가 넘쳤다. 어린이들이 마음껏 소리지르며 즐거움을 만끽했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내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경기는 두산의 10-3 대승으로 끝났지만 어린이들에겐 승부가 중요하지 않았다. 이들의 입가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 '어린이'에 초점 맞춘 프로그램 마련

이날 부모와 함께 잠실구장을 찾은 어린이팬 100명은 경기 전 그라운드 캐치볼 이벤트를 벌였다. 평소 자녀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부모들은 외야에서 캐치볼로 교감하며 활짝 웃었다. 어른들과 아이들 모두 같은 눈높이에서 공놀이를 즐겼다.

장내가 한 차례 정리된 뒤엔 어린이팬들이 선수단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시간이 마련됐다. ‘어린이 도전 골든벨 OX 퀴즈’, ‘선수와 함께 줄다리기’, ‘그라운드 런닝맨’, ‘그라운드 릴레이’ 등 다양한 그라운드 행사를 통해 잊지 못할 추억과 즐거움을 만끽했다. 특히 OX 퀴즈에서는 적잖은 어린이들이 만만치 않은 야구 상식을 자랑해 관중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같은 시간 그라운드 밖에서도 다양한 이벤트가 열렸다. 두산 치어리더들이 영화 겨울왕국의 캐릭터 ‘엘사’로 변신, 어린이들과 포토타임을 가졌고 1루 내야 광장에서는 키다리 삐에로 아저씨가 페이스페인팅을 해주는 등 끊임없이 호흡했다.

▲ 원주시 리틀야구부 소속 주현종이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LG-두산전에서 시구를 펼치고 있다.

이날 시구의 주인공도 어린이였다. 원주시 리틀야구부 소속 주현종(13·횡성초 6년)이 마운드에 올라 희망을 던졌다. 주현종은 3년전 간암으로 아버지를 여읜 후 강원도 횡성에서 캠핑장을 운영하는 어머니, 여동생 두 명과 함께 지내고 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학업과 야구를 모범적으로 병행하며 귀감을 얻고 있다.

아울러 경기 중에는 어린이들로 구성된 치어리더팀이 그동안 준비한 율동을 선보이며 관중들에게 많은 박수를 받았다. 동요부터 최신 걸그룹 댄스까지 척척 소화했다.

◆ 5개구장 9만명 만원사례…"친구들과 다시 찾고 싶다"

어린이들을 위한 잔치였다. 이날 잠실구장에는 2만6000명의 관중이 꽉 들어차 8년 연속 어린이날 매진을 달성했다.

잠실을 비롯해 목동구장(삼성-넥센전), 대전구장(케이티-한화전), 마산구장(KIA-NC전), 사직구장(SK-롯데전)의 관중이 모두 만원을 이뤘다. 5일 하루에만 무려 9만명이 야구장을 찾아 올 시즌 첫 전 구장 매진을 기록했다. 어린이날 전 구장 매진도 2012년 이후 3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부모님과 함께 잠실구장을 찾은 김서현(11) 양은 “야구장에 처음으로 왔는데 재미있고 흥분된다”며 “특히 홈런이 터졌을 때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다음에 친구들과 다시 찾고 싶다”고 웃어보였다.

김 양의 어머니 박미지(34) 씨 역시 이날 야구경기 관람이 처음이었다. 박 씨는 “평일에 일을 하느라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는데 야구경기를 보며 즐거워하는 딸의 표정을 보니 내일 당장이라도 또 오고 싶다”며 만족해했다.

▲ 어린이들이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LG-두산전에서 치어리더로 변신, 깜찍한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 팬으로 잘 알려져 있는 쇼트트랙 선수 빅토르 안은 어린 시절 마해영으로부터 우연히 받은 사인볼이 인연이 돼 지금까지 팬심을 지키고 있다. 부산과 아무 인연이 없음에도 해마다 여러 차례 사직구장을 찾는 골수팬이 됐다.

그만큼 어린이 팬들에게는 야구에 대한 첫인상이 중요하다. 10개 구단이 만원관중에 도취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일 때 KBO리그가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다.

▲ 5일 잠실구장에서는 평소 자녀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부모들이 외야에서 캐치볼로 교감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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