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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도 펩도 울었다, 단판의 묘미 [챔피언스리그 4강 대진-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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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도 펩도 울었다, 단판의 묘미 [챔피언스리그 4강 대진-일정]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8.1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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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리오넬 메시(33·바르셀로나)도, 펩 과르디올라(49) 맨체스터 시티 감독도 고개를 떨궜다. 예년과 달리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처럼 8강부터 단판으로 진행됐기 때문일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4강 대진표가 신선한 자극을 준다.

지난 16일(한국시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맨시티(잉글랜드)가 올림피크 리옹(프랑스)과 2019~2020 UCL 8강 중립 단판경기에서 1-3 패배를 당했다. 전날 메시가 이끄는 바르셀로나(스페인)가 바이에른 뮌헨(독일)에 무려 2-8로 지면서 충격을 자아낸 지 하루 만에 8강 일정 중 가장 큰 이변이 발생한 셈이다.

이로써 4강 대진은 19일 오전 4시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RB 라이프치히(독일), 20일 같은 시간 뮌헨-리옹으로 짜여졌다. ‘독일 vs 프랑스’ 구도로 좁혀진 것도 처음일뿐더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스페인 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팀이 없는 준결승은 1990~1991시즌 이후 처음이다. 

노쇠한 바르셀로나가 뮌헨을 상대로 고전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렇게 큰 점수 차로 질 거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더 놀라운 건 EPL에서도 우승을 다투는 맨시티가 올 시즌 리그앙 7위로 마친 리옹에 무너진 것이다.

바르셀로나가 또 다시 UCL 8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바이에른 뮌헨에 무려 2-8 완패를 당했고, 리오넬 메시(사진)의 이적설까지 나온다. [사진=AP/연합뉴스]

◆ 보드진에 분노한 메시, 정말 떠날까? 

UEFA와 영국 공영방송 BBC 등에 따르면 바르셀로나는 UCL 녹아웃 경기에서 8실점한 첫 번째 팀이 됐다. 당연히 뮌헨은 8골을 넣은 최초의 팀이다. 바르셀로나가 모든 경기를 통틀어 한 경기에서 8골이나 내준 건 무려 74년 만이다. 1946년 4월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에서 세비야에 0-8로 패한 이후 처음이다.

바르셀로나는 2014~2015시즌 UCL 5번째이자 마지막 우승 이후 최근 5시즌 중 4번이나 8강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올 시즌에는 특히 리그에서 선두를 달리다 레알 마드리드에 역전을 허용하며 2위로 마치는 등 무관으로 마감했다. 

반면 한스-디터 플리크 뮌헨 감독은 파비오 카펠로(1992~1993), 루이스 페르난데스(1994~1995)에 이어 UCL에서 역대 3번째로 부임 후 6연승을 달린 사령탑으로 이름을 올렸다.

조셉 마리아 바르메토우 바르셀로나 회장은 이날 경기 직후 스페인 매체와 인터뷰에서 “뼈아픈 패배였다. 우리는 최고의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그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며 “바르셀로나 팬들과 멤버들을 비롯해 모두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바르셀로나는 18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세티엔 감독 해임을 발표했다. "1군 팀에 대한 광범위한 재건 작업을 앞두고 내린 첫 번째 결정”이라며 앞으로 리빌딩에 돌입할 것임을 공표했다.

바르셀로나는 키케 세티엔(사진) 감독을 7개월 만에 해임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지난 1월 에르네스토 발베르데의 뒤를 이어 부임한 세티엔 감독은 7개월 동안 트로피 하나 들어올리지 못한 채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차기 감독으로는 선수 시절 팀 레전드로 활약한 로날트 쿠만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감독이 유력하며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 토트넘 홋스퍼 감독과 프란시스코 가르시아 피미엔타 바르셀로나 2군 감독도 후보군에 포함됐다. 

구단의 상징인 메시가 다른 팀으로 떠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바르셀로나에 기반을 둔 브라질 출신 언론인 마르셀루 베실레르는 브라질 방송 이스포르치 인테라치부를 통해 “메시가 (계약이 끝나는) 2021년이 아닌 지금 바르셀로나를 떠나고 싶어 한다”고 전해 화제가 됐다. 구단 수뇌부도 메시의 이런 뜻을 알고 있다고 알려졌다.

헤라르드 피케는 경기 후 “우리 팀은 바닥을 쳤다. 변화가 필요하다. 바르셀로나는 이미 유럽무대 우승권 경쟁에서 멀어진 지 몇 년이 지났다. 한 두 번의 일이 아니다”라며 “필요하다면 내가 먼저 이 팀에서 떠날 것”이라는 작심 발언을 남겼다. 팀 세대교체가 시급하며, 적잘한 대체자가 나타나면 자신도 미련 없이 자리를 내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보드진을 향한 날선 비판과 세티엔 감독 경질 그리고 메시의 이적설까지 바르셀로나가 뮌헨전 대패 후폭풍을 앓고 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맨시티 부임 후 4시즌 연속 UCL 8강 이상 올라서지 못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펩, 맨시티에선 넘지 못하는 통곡의 벽 '8강'

특히 맨시티의 패배는 ‘명장’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술적 패배였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맨시티는 리옹을 상대로 플랜A인 4-3-3 대신 중앙 지향적인 3-4-2-1 전형을 들고 나왔다. 무려 볼 점유율 72-28로 앞섰음에도 선제골을 내준 채 끌려갔다. 후반 24분 동점을 만든 뒤 2골을 다시 헌납하며 완패했다.

영국 BT스포츠 패널로 참석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전드 리오 퍼디난드는 “선수 선발에 있어 펩은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 대회 8강에서 자꾸 미끄러진 탓에 다소 보수적인 라인업을 짠 게 아닌가 싶다”며 “맨시티는 공격적이고 창의적으로 나설 때 잘하는 팀이라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다비드 실바, 리야드 마레즈, 베르나르두 실바, 필 포든 등 공격 자원을 벤치에 앉혀둔 채 소극적으로 나선 게 패인이라는 지적이다.

2016년 7월 맨시티 지휘봉을 잡은 과르디올라 감독은 2016~2017 UCL 16강에서 탈락했고, 2017~2018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3시즌 연속 8강 고비를 넘지 못했다.

라리가 우승팀 레알 마드리드를 잡은 맨시티가 리그앙 7위 올림피크 리옹에 발목을 잡혔다. [사진=AFP/연합뉴스]

최근 외신에 따르면 맨시티 선수단 전체 몸값은 8억4300만 파운드(1조3012억 원)이며, 지난해 기준 과르디올라 부임 이후 맨시티가 선수 영입에 들인 돈만 6억800만 유로(853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엄청난 자본이 투입됐고, 지난 시즌 잉글랜드 자국 트레블을 달성하는 등 영국 내에선 꾸준한 성과를 냈음에도 UCL에서는 연속해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에 머물러 비판과 직면했다.

특히 과르디올라 감독은 2010~2011시즌 메시와 사비 에르난데스-안드레 이니에스타-세르히오 부스케츠 미드필더 조합과 함께 바르셀로나에서 빅이어(UCL 우승트로피)에 입을 맞춘 뒤 뮌헨에서 3시즌, 맨시티에서 4시즌을 보내면서 UCL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다. 바르셀로나 시절 업적이 평가 절하되고 있는 상황이다.

과르디올라와 맨시티는 내년 6월까지 계약돼있다. 그의 재계약 여부 등 거취 역시 유럽축구 이적시장 관심사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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