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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면 봄이 우르르 몰려올 섬진강 하류 구례와 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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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면 봄이 우르르 몰려올 섬진강 하류 구례와 하동
  • 이두영 기자
  • 승인 2021.02.07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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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이두영 기자] 섬진강은 봄을 부르는 손짓이다.

섬진강은 전북 진안군 백운면 팔공산 자락 데미샘에서 발원해 전북 임실, 전남 곡성을 지나 전남 구례, 경남 하동, 전남 광양을 살갑게 어루만지며 남해로 빠져나간다.

구례 이후 지리산 앞자락에서 강폭을 넓히며 한눈파는 행인처럼 늘어지는 강줄기. 그것은 느린 일상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닮고 싶은 풍경이다. 봄빛이 먼저 와 닿은 강물에는 생명과 생동의 기운이 충만하다.

섬진강 근처 매화마을. 광양 다압면 청매실농원. [스포츠Q DB]
섬진강 근처 매화마을. 광양 다압면 청매실농원. [스포츠Q DB]

 

자식의 허물을 감싸주고 삶의 행로를 알려주는 어머니의 후덕한 표정으로 섬진강을 내려다보는 것이 있으니, 바로 구례 하동 사람들의 버팀목인 지리산이다.

곤줄박이,박새 등 텃새가 산란을 준비하는 춘삼월, 지리산 자락 봄꽃들은 새 계절이 왔음을 요란하게 알린다.

얼음 녹은 물이 바위틈으로 떨어지는 구례 산동면 상위마을은 산수유꽃을 보는 여행의 원조 마을이다. 이 마을에 가보지 않고는 산수유꽃에 대해 논하지를 말 일이다. 온 천지가 산수유다.

노란 나무꽃이 돌담과 들, 산비탈, 계류 암반 주변에 지천으로 핀 광경은 날이면 날마다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개화시기 2주 동안은 여행객들에게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소풍날이 된다.

늙은 나무 그늘에서 소가 하품을 하고 초록색 논밭 언저리에서 아낙들이 쑥을 캐는 산동네는 피안의 세계다. 이웃 골짜기인 화엄사 계곡과 큰 길 건너편인 계척리 등에도 산수유가 지천이다.

지리산 노고단 아래 구례 산수유마을.
지리산 노고단 아래 구례 산수유마을.

 

섬진강의 봄은 3월에 한꺼번에 온다.

꽃샘추위가 심술을 부려도 광양 다압면 청매실농원에서는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하동과 광영을 잇는 섬진강 부근부터 교통이 통제돼도 매화마을 가는 차량은 끝이 없는 날이 있다. 그 인파는 안 가 본 사람의 상상을 초월한다.

가수 조영남이 노래했던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화개장터도 북적대기는 마찬가지.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이어지는 십리벚꽃길은 가슴 저리게 하는 걷기코스다.

기후변화 영향을 심하게 받지만 않는다면 벚꽃 개화 절정기는 3월말부터 4월초다. 약 5km 이어진 이 벚꽃길에서 자연 ‘꽃비’를 만날 수 있다.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히고 사진 찍는 관광객들을 몽환경에 빠뜨리는 광경이 십리벚꽃길과 19번 국도에 펼쳐진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이어지는 십리벚꽃길과 화개천 및 차밭.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이어지는 십리벚꽃길과 화개천 및 차밭.

 

쌍계사와 야생차밭들을 지나 한참을 올라가면 지리산 토끼봉 아래 자리한 범왕골에 이른다. 그곳은 더 이상 세속이 아니다.

시야는 트였지만 위치는 깊숙한 산속이다. 때묻지 않은 청정 자연이 거기에 있다. 계류는 손으로 그냥 떠 마셔도 좋을 만큼 맑다. 김수로왕의 일곱 아들에 관한 사찰 칠불사가 그곳에 있다.

섬진강변 19번 드라이브 코스에서 하동 악양의 의미는 특별하다.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 문학이 흐르는 동네다.

악양면의 섬진강은 서해 갯벌처럼 넓다. 강모래 위로 흐르는 물은 갓난아이의 웃음처럼 맑다. 시루봉 아래 펼쳐진 골짜기는 꽤 깊다.

강이 골짜기를 만나 삼각주 형태의 비옥한 평야를 빚어 놓았다. 평사리를 중심으로 하는 악양벌이다.

풍요로운 벼논이 내려다보이는 산기슭에는 옛 기와집들과 카페,식당 등이 들어서 있다.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인 최참판댁이다.

작품 속 최참판이 살았을 법한 가상의 공간이지만 규모가 꽤 커고 건물배치가 정밀해서 ‘문둥이 콧구멍에서 마늘 빼먹을 놈’이라고 욕을 했던 소설 속 인물들이 당장이라도 골목에서 뛰어나올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만석꾼을 배출한 악양들과 섬진강의 어우러짐을 한눈에 보려면 인근 고소성 군립공원으로 올라가는 게 제일이다. 하동 여행에서, 강물이 광양 백운산과 지리산 사이로 만곡 하는 장면을 보지 못한다면 얻기 쉬운 보너스 선물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동의 별미인 재첩은 여름에 섬진강에서 대량으로 잡히며, 봄이 제철은 아니다. 그러나 특유의 개운한 맛은 오랜 친구의 손길처럼 미더워서 봄이라도 재첩국 한 끼니 먹지 않으면 왠지 서운해진다. 

봄날 섬진강이 주는 선물은 또 있다. 벚꽃 피는 시기에 잡히는 벚굴이다. 이것은 재첩보다 훨씬 큰 패류로 여행자의 호기심과 미각을 충족시키는 별미다.

섬진강이 불러온 봄은 하동읍 만지 들판의 배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까지 넉넉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남기고 완연해진다. 코로나19 걱정 없이 마음껏 거닐 수 있는 탈전염병의 봄은 언제나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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