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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미투' 바람, '프로야구 떨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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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미투' 바람, '프로야구 떨고 있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2.2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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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프로배구를 괴롭혔던 학교폭력(학폭) 미투 바람이 프로야구로 방향을 틀었다. 프로야구단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1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프로야구 선수의 학폭 이력을 폭로하는 글이 게재됐다. A는 한화 이글스 소속 유망주로 초등학교 시절 폭행과 왕따를 일삼으며 자신을 괴롭혔다는 글이었다. 가해자 실명은 물론이고 얼굴까지 공개했다.

이어 21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또 다른 가해 혐의가 공개됐다. 수도권 구단 선수 B와 C가 고등학교 야구부 시절 폭행 등 다양한 방법으로 괴롭혔다고 폭로했다. 이들이 프로야구 선수 미투 운동에 불씨를 당길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19일 한화 이글스 소속 A 선수의 학폭 가해 의혹이 제기됐고 한화는 조사 결과 판단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앞서 프로배구에서 인천 흥국생명 쌍둥이 자매 이재영·다영의 고교시절 상습적인 괴롭힘과 폭행 등이 공개됐다. 이어 안산 OK금융그룹 송명근과 심경섭 또한 학폭 가해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젠 이 분위기가 프로야구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한화 선수에 폭행을 받았다는 피해자는 “신체적인 폭력을 비롯해 폭언들, 패거리들이 모여 단체로 집단폭행을 했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4학년 때 전학을 온 이후 학년 전체에 따돌림을 당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괴롭힘에 시달렸고 6학년 때 다시 전학을 가야했다는 것. 심지어 최근까지도 이때의 기억으로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학폭 미투 바람이 불며 자신이 거쳤던 학교를 하나씩 찾아봤는데 가해자 중 야구 선수가 된 A가 있었다고. A는 “나를 괴롭혔던 수많은 이들 중 지울 수 없는 이름 하나”라고 말했다.

한화는 이후 사실관계 파악에 들어갔다. A는 학폭 가해 사실을 부인했고 한화는 20일 “해당 사안을 인지한 즉시 선수와 면담해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며 “이날 오전부터는 단장을 비롯한 유관 부서 팀장과 실무자들이 비상 소집돼 다양한 루트를 통해 면밀한 팩트 체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학창 시절 담임 선생님, 선수 지인과 선후배를 통해 사실 관계를 파악한 결과 현재까지 얻은 정보로는 사실 여부를 뒷받침할 만한 판단 근거가 부족하다며 “사실 입증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당사자 간 기억이 완전히 상반되고 학폭위 개최 기록 또한 없다는 것.

다만 “학교 폭력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는 만큼 명확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구단이 가능한 선에서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학교폭력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내리겠다고 밝힌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구단 각각 다른 팀에서 뛰고 있는 B, C는 전지훈련에서 피해자에게 매일 머리를 박게 하고 야구방망이로 때리는 등 가해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에게 자신의 집에서 빨래를 하게 시키기도 했다는 것.

글쓴이는 “그들로부터 학폭에 시달려 학교와 야구부에 못 나간 적도 많다”며 “몇 년 동안 연락이 없었던 후배와 동기들에게 연락이 오고 있다. 그들 다수가 그 둘의 만행을 알거나 당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증언을 하나씩 녹음하고 있다. 증명할 길은 아주 많다”고 적었다.

이어 “이 일로 인해 그들의 민낯이 까발려지기를 바란다. 인과응보를 받아 평생 얼굴을 들 수 없게 만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프로야구 선수의 학폭 가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이 휘문고 시절 공과 배트를 이용해 후배들을 폭행하는 등 학폭 가해자로 지목됐다. 대한야구협회(KBA)로부터 3년간 국가대표 자격 정지, 히어로즈로부터 2018년 정규시즌 50경기 출장 정지 징계와 스프링캠프 명단 제외라는 벌을 받았다.

최근 NC 다이노스도 학폭으로 몸살을 앓았다. 2021 프로야구 신인 1차 지명한 김해고 투수 김유성이 내동중 재학시절 학교폭력에 가담했고 이로 인해 학교는 물론이고 경남 창원지방법원으로부터 20시간 심리치료 수강 및 40시간 사회봉사 명령까지 받았던 사실이 밝혀졌다. NC는 결국 지명철회라는 뼈아픈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일부 선수들의 일탈이라고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이들이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우려로도 이어진다. 개막을 준비 중인 프로야구에 악재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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