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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FA 인플레, 역대 100억 클럽 성적표는?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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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FA 인플레, 역대 100억 클럽 성적표는?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2.24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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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한동안 잠잠했던 프로야구 몸값 거품 논란이 다시 점화되고 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 대형 매물이 쏟아져 나오며 분위기가 달아올랐고 잇달아 대규모 계약이 성사되고 있다.

지난 22일 NC 다이노스를 떠나 KIA 타이거즈에 새 둥지를 튼 나성범(32)의 계약 규모는 6년 총액 150억 원(계약금 60억 원, 총 연봉 60억 원, 옵션 30억 원)에 달했다. 역대 최고액과 타이.

나성범을 비롯해 박건우(6년 100억 원·NC), 김재환(4년 115억 원·두산 베어스), 김현수(4+2년 115억 원·LG 트윈스)까지 4명이나 ‘100억 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KIA 타이거즈는 나성범 영입을 위해 150억 원이라는 거액을 지출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시장에 나온 14명 중 8명만 계약을 완료했는데 이들을 잡기 위해 벌써 674억 원이 몰렸다. 양현종, 황재균, 손아섭 등 대형 매물들이 계약을 기다리고 있어 역대 최고였던 2016년 766억2000만 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시작으로 프로야구는 국내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관중도 증가했고 2016년부터는 3년 연속 800만 관중을 유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아시안게임을 제외하면 국제대회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이는 자연스레 선수들의 몸값 거품 논란으로 이어졌다. 

2017년 이대호가 4년 총액 150억 원을 받으며 절정에 달했던 FA 시장 열기는 이후 빠르게 식었다. 좀처럼 100억 원을 넘는 선수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올해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2020 도쿄올림픽 부진과 각종 사건·사고 등으로 인해 프로야구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도 대형 계약이 연달아 나오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구단들이 합리적 소비를 주장했던 건 사실이다. 선수의 가치를 냉정하게 평가해 필요이상의 돈을 투자하진 않겠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4년 전 LG로 이적한 김현수(왼쪽)는 몸 값을 충분히 해내며 다시 한 번 FA 대박을 터뜨렸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예외도 있었다. 2018년 김현수(4년 115억 원)와 2019년 양의지(4년 125억 원)는 시장 분위기와 상반되는 초대형 계약을 이끌어냈는데, 이들은 결과로 증명했다.

이번 스토브리그 계약건을 포함해 역대 KBO리그에선 총 9차례 100억 원 이상 계약이 성사됐다. 김현수가 두 차례 포함된 걸 고려하면 총 8명의 ‘100억 원 클럽’ 가입자가 생겨났다.

앞선 ‘100억 원 클럽’ 가입자들의 사례를 통해 이번 대형 계약들이 과연 합리적인 지출이었을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여전히 역대 최고액 계약으로 남아 있는 이대호는 2017시즌을 앞두고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친정팀 롯데로 유턴하며 150억 원 계약을 체결시켰다. 4년 간 타율 0.308 107홈런 434타점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으나 매해 37억 원 꼴을 받은 셈인 이대호가 그 값어치를 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다. 수비나 주루에서 큰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웠던 이유다.

김현수와 양의지는 모범 FA 사례로 남았다. 2016,2017년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해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거쳐 국내로 돌아온 김현수는 친정팀 두산이 아닌 자신의 가치를 더 높게 쳐주는 LG행을 택했다. 4년 평균 타율 0.319 70홈런 398타점. 중심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지던 LG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했고 주장으로서도 팀을 훌륭히 잘 이끌어 역대 최초로 100억 원 이상 계약을 두 차례나 이끌어냈다.

NC 양의지(가운데)는 포수 타격왕과 팀 우승이라는 굵직한 성과를 내며 '이맛현'이라는 신조어를 야구계에 유행시켰다. [사진=연합뉴스]

 

2019년부터 NC 유니폼을 입은 양의지는 김현수 이상이었다. 계약기간 만료까지 한해를 더 남겨두고 있지만 3년 동안 타율 0.334 83홈런 303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2019년엔 역대 2번째로 포수 타격왕에 올랐고 지난해엔 팀을 창단 첫 통합우승으로 이끌었다. 팬들은 ‘이 맛에 현질(현금으로 아이템을 사는 등의 행위)한다’는 신조어까지 야구계에 유행시켰다.

2016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4년 100억 원에 KIA 타이거즈로 이적한 최형우도 인상적인 4년을 보냈다. 타율 0.335 96홈런 424타점. 이적 첫 시즌 팀에 11번째 우승 트로피를 안겼고 지난해 타격왕에 오르는 등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2019시즌을 앞두고 6년 106억 원에 SK 와이번스(SSG 랜더스 전신)에 잔류한 최정은 3년 간 타율 0.280 97홈런 295타점을 기록했다. 몸값 거품 논란 분위기 속에 계약 당시에도 합리적으로 잘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최정은 계약 기간 반환점을 돈 현재 제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에 ‘100억 원 클럽’에 가입한 선수들에 대한 평가는 훗날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나성범을 비롯해 이미 한 차례 모범 FA 사례를 남긴 김현수와 김재환, 박건우 모두 리그를 대표하는 우수한 자원들이다. 다만 최소 4년 동안 부상 없이 꾸준한 활약을 펼쳐야만 ‘돈 값’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각 구단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어떤 결실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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