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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처럼 강해지고 싶은가, '투자'만이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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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처럼 강해지고 싶은가, '투자'만이 답한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5.2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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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클래식 독보적 선두, ACL 8강 진출 성공…성남이 광저우 맞아 선전한 것도 투자의 힘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역시 투자가 답이라는 것을 전북 현대가 보여줬다. 다른 구단들이 씀씀이를 줄이며 투자에 소극적일 때 오직 전북만 아낌없는 투자로 K리그 클래식 최고의 팀이 됐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K리그 팀 가운데 유일하게 8강에 올랐다.

K리그의 '4룡'이 모두 AFC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했지만 전북만이 살아남았다. 아시아 정상을 향해 달려가겠다던 수원 삼성과 FC 서울은 모두 J리그 팀에 고배를 들었고 시민구단 성남 FC는 아시아 최고의 부자구단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 당당하게 맞섰지만 힘이 모자랐다.

K리그는 한동안 아시아에서 정상권이었다. 2009년 포항이 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른 이후 2013년까지 5년 연속 K리그 팀들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포항에 이어 성남 일화(2010년), 울산 현대(2012년)가 정상을 밟았고 전북과 서울은 각각 2011년과 2013년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K리그 팀들의 투자는 소극적이다. 자금이 풍족하지 못한 시민구단은 물론이고 심지어 기업구단까지 지갑을 닫았다. 한때 선수를 대거 영입하며 '스타 군단'으로 불렸던 일부 구단은 유망주를 적극 육성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 전북 현대는 선수 영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닥공과 닥수로 무장한 더블 스쿼드를 구축했다. K리그 클래식 선두와 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한 원동력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전북의 승승장구와 성남의 선전, 투자가 있기에 가능했다

K리그 팀들은 미디어 데이 때마다 6강(상위 스플릿 진입)이나 상위권, 선두권, 우승을 목표로 밝힌다. 어느 팀도 하위권 또는 K리그 클래식 잔류를 목표로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프로도 어디까지나 자금의 논리에 의해 움직인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구단도 투자를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경기력이 달라지고 성적도 제각각이다. 얼마나 좋은 선수를 보유하고 있느냐, 선수가 자칫 부상으로 빠져 공백이 생겼을 때 이를 얼마나 잘 대체할 수 있느냐에 따라 강팀과 약팀이 정해진다. 선수를 육성하고 대거 영입하는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강팀이 절대 될 수 없다.

전북은 뿌린만큼 거두는 투자의 기본에 가장 충실한 팀이다. 최강희 감독의 '닥공(닥치고 공격)'과 '댝수(닥치고 수비)'의 조화는 바로 투자의 결과다. 기존 이동국이라는 K리그 최고의 공격수를 두고 있으면서도 올 시즌 에두를 데려오고 에닝요를 재영입했다. 여기에 레오나르도까지 결합해 K리그 최고의 공격진 '판타스틱 4'를 탄생시켰다.

전북은 김남일을 떠나보냈지만 그 자리를 이호로 메워냈고 중앙 수비수 김형일과 조성환을 데려와 수비를 대폭 강화했다. 공격과 허리, 수비에 걸쳐 거침없는 영입을 통해 전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K리그 팀 가운데 유일하게 더블 스쿼드를 구축했다. K리그 클래식과 AFC 챔피언스리그까지 병행하는 지옥의 일정을 견뎌내면서 '1강'으로 올라선 힘이다.

여기에 전북은 유망주 육성에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동안 전북은 경험많은 스타급 선수들의 보고라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이재성이나 한교원 등 신예들도 적극적으로 키워낸다. 이재성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주목을 받을 정도로 성장했다.

▲ 성남 FC는 시민구단의 한계를 거부하고 아시아 최고 부자구단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당당하게 맞섰다. 선수층을 두껍게 하면서 김두현(왼쪽)까지 데려오는 영입의 결과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성남이 광저우와 16강전에서 당당하게 맞설 수 있었던 것도 투자의 힘이다. 성남은 시민구단이어서 자금 여력에 한계가 있다. 광저우의 특급 공격수 히카르두 굴리트의 몸값과 성남의 1년 예산이 맞먹을 정도다. 그러나 성남은 이런 광저우를 넘어설 뻔 했다.

광저우만큼은 아니지만 성남 역시 이번 시즌을 앞두고 선수 영입에 열을 올렸다. 제파로프 한 명을 내보낸 여유 자금으로 선수들을 데려와 선수층을 두껍게 만들었다.

여기에 경험이 풍부한 김두현까지 영입했다. 김학범 감독의 수제자인 특급 미드필더 김두현의 영입은 성남 허리와 공격의 큰 힘이 됐다. 김두현의 활약으로 광저우와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도 2-1로 이길 수 있었고 K리그 클래식에서도 중상위권에 자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김학범 감독은 지난해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을 차지한 뒤 "시민구단도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시민구단의 새로운 전형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학범 감독의 약속은 그대로 이행됐다.

◆ 너무 소극적이었던 수원, 오히려 거꾸로 간 서울

이에 비해 수원과 서울은 투자에 너무 소극적이었다. 서울은 오히려 거꾸로 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전혀 전력을 보강하지 못했다.

수원은 서정원 감독 체제에서 영입 위주에서 선수 육성으로 방향을 바꿨다. 수원의 18세 이하 유소년 클럽에서 키워낸 유망주들이 대거 프로에 진입하면서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올림픽 대표팀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는 권창훈은 수원에서도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맹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오장은에 이어 김은선까지 부상으로 수비형 미드필더에 구멍이 뚫리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험이 풍부한 오범석이 그 자리를 대신 메워주고 있긴 하지만 원래 포지션이 아니기 때문에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없다.

▲ 수원 삼성은 선수 영입 대신 유망주 육성정책으로 선회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유망주 육성 위주 정책에 아시아 클럽 경쟁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사진은 가시와 레이솔과 경기에서 공을 다루고 있는 오범석.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유망주 육성을 통한 전력 강화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유망주 육성정책은 리그 중상위권 팀에 적합하다. 아시아 정상을 향해 언제나 목표를 설정하는 수원에는 맞지 않아 보인다.

서울은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냈으면서도 이에 대한 대비를 전혀 하지 못했다. 서울은 지난해 데얀, 하대성을 시작으로 올해 김주영, 에스쿠데로까지 줄줄이 전력 누수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만 선수 공백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최용수 감독은 감바 오사카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2013년 이후 데얀 등 주축 선수들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우리 팀이 잡고자 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다보니 승부처에서 마무리해줄 수 있는 선수가 아쉽다. 특히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그런 선수의 부재를 더욱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2012년 K리그 챔피언 등극 이후 스타 유출에 비해 자원 수혈이 턱없이 부족한 서울을 두고 그 누구도 강팀이라고 하지 않는다. 어쩌면 서울은 AFC 챔피언스리그 뿐 아니라 K리그 클래식에서도 선수의 부재를 통감해야 할지도 모른다.

김학범 성남 감독은 "K리그 네 팀이 16강에 올라왔다가 전북만 8강에 진출했다. 이런 추세라면 K리그도 앞으로 중국과 일본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전북이 투자를 해서 좋은 성적을 내듯 K리그도 투자와 발전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자없이 성적도 기대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젠 깨달아야할 때다.

▲ FC 서울은 데얀, 에스쿠데로, 하대성, 김주영 등 주축 선수들을 다른 팀으로 대거 이적시키면서도 공백을 메우는데 실패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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