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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폭행'이 부른 K리그 지도자들의 불명예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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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폭행'이 부른 K리그 지도자들의 불명예 퇴진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4.22 2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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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GK 코치 이어 성남 박종환 감독까지 사퇴

[스포츠Q 박상현 기자] 2014년 4월 22일은 전세계 축구현장에서 감독의 '수난일'로 기록할지도 모르겠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데이빗 모예스 감독을 성적 부진을 이유로 전격 경질한데 이어 성남FC 박종환 감독은 다른 이유로 자진 사퇴했다.

성남 구단은 22일 박종환(76) 감독이 선수 폭행으로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이로써 박 감독은 지난해 12월 성남FC의 창단 감독이 된지 불과 4개월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박 감독은 16일 성남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균관대와 연습 경기에서 미드필더 김성준과 신인 선수인 김남건의 안면을 때려 논란의 중심이 됐고 이에 따라 성남 구단의 조사를 받아왔다. 박 감독은 신체 접촉을 시인한 뒤 "구단의 어떠한 제재조치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 박종환 성남 FC 감독이 선수 폭행 논란으로 자진 사퇴, 현장 복귀 4개월만에 퇴진했다. 사진은 지난달 K리그 클래식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는 박종환 감독. [사진=스포츠Q DB]

이에 대해 신문선 성남FC 대표이사는 구단 홈페이지에 "선수 폭행 사태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죄송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심기일전해 모범적인 시민구단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성남FC의 전체 구성원은 힘을 합쳐 구단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며 다시 팬들의 사랑을 받는 팀이 될 수 있도록 심기일전하겠다"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도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취임 초 약속했던 '변화한 시대에 맞는 리더십'을 지키지 못해 오늘과 같은 상황에 이르게 돼 더욱 유감스럽다"며 "대화와 타협, 끊임없는 설득의 과정인 지방자치의 시대에 시민이 주인인 시민구단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K리그 챌린지의 부천FC1995의 골키퍼 코치도 공식 경기 도중 하프타임에 소속 선수를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큰 충격을 던졌다.

해당 코치는 13일 강원FC와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챌린지 4라운드 경기의 전반전이 끝난 뒤 샤워실에 혼자 앉아있던 선수에게 폭행을 가했다. 구단에서는 우발적인 사건이라고 해명했지만 주위 증언 결과 상습적이었고 권투 선수가 샌드백 치듯 마구 때리는 것이 연상될 정도로 수위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올시즌 개막 후 4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나섰던 해당 선수는 19일 K리그 챌린지 5라운드 수원FC와 경기에서는 출전 명단에서 아예 제외됐다.

사태가 커지자 부천 구단은 21일 긴급운영위원회를 열어 최진한 감독에게 경고 조치를 취하는 한편 해당 코치는 자진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신경학 부천FC 대표이사도 22일 올린 사과문을 통해 "지난 겨울 내부적으로 내홍을 겪고 정상화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을 기울인 결과 사무국 안정화와 선수단 경기력 향상 등 변화의 기로에 이르렀으나 앞만 보며 달려가는 과정에서 절대로 발생하지 말아야할 사건이 발생했다"며 "구타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나 용인될 수 없다. 이번 일에 책임을 통감하며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사무국과 코칭스태프에게 철저한 사전 예방을 위한 교육을 실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모예스 감독 경질은 축구 현장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선수 폭행으로 자진 사퇴한다는 것은 불명예다. 1990년대나 있을 법한 일, 아니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스포츠 현장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것은 상식 밖이고 우리나라 엘리트 스포츠의 후진성을 대변한다.

지도자에게 손찌검을 당한 해당 선수는 10대 청소년이 아니라 20대 성인이고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다. 만약 지도자들이 '리스펙트' 즉 상호 존중이라는 마음만 되새겼다면 이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4일 '리스펙트 캠페인 선포식'을 열고 선수를 비롯해 상대팀과 코칭스태프, 심판, 관중, 구단 관계자 등 축구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과 경기, 경기규칙 등 축구 경기에 수반되는 모든 분야에 대한 존중을 실행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캠페인 선포식이 있은지 불과 이틀만에 박 감독은 선수에게 손찌검을 했다. 모두 옛날 지도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이에 대해 장달영 변호사는 "사실 K리그 뿐만 아니라 엘리트 스포츠 전반에 걸쳐 지도자의 선수에 대한 손찌검 문제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지도자의 손찌검은 가볍고 무거움을 떠나 형법상 폭행죄의 폭력행위다. 게다가 스포츠는 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흥분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세상이 바뀌고 인권에 대한 사회와 사람들의 의식이 높아졌는데도 옛날 사고를 갖고 있는 지도자들이 현재 시류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물러나는 것이 우리나라 엘리트 스포츠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도리"라고 주장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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