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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녀' 전도연 "액션·눈과의 전쟁" [인터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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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녀' 전도연 "액션·눈과의 전쟁" [인터뷰] ②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8.1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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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검술 액션과 맹인연기에 있어서 극복할 수 없었던 부분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좌절과 한계를 느꼈다.”

무협멜로 ‘협녀, 칼의 기억’(8월13일 개봉)에서 맹인 여검객 월소 역을 맡은 여배우 전도연이 아쉬움이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로 인터뷰를 열었다.

“운동을 좋아하고, 운동신경이 꽤 괜찮다고 자만해서 시작했다. 그런데 운동과 검술은 큰 차이가 있었다. 특히 초절정 고수의 검술은 턴과 몸짓 등에서 고전무용과 많이 닮았다. 춤을 추듯 이뤄지는 유연한 액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전무용까지 배웠지만 유연함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건 아니더라. 연습 3개월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나마 와이어를 타면 몸이 틀어져서 어디가 아프면 확 드러나는데 체력적으로 잘 버텨 다행이었다.”

 

첫 촬영 장면부터 50대1 혈투신이라 부담은 가중됐다. 고수임을 한 쾌에 보여줘야 하는 장면이었다. 경사진 메밀밭에서 치렁치렁한 의상을 착용한 채 정해진 포지션 안에서 검술액션을 해야 하는 건 만만치 않았다. 여기에 월소는 시신경이 죽은 맹인이라 눈의 깜빡임이 없어야 하고, 초점이 잡혀선 안됐다.

공교롭게 인터뷰 전날, TV에서 오드리 헵번이 눈뜬 맹인으로 출연한 스릴러 고전 ‘어두워질 때까지’가 방영됐다. 전도연의 부드러운 듯 신경쇠약 직전의 민감한 연기는 오드리 헵번 못지 않았다. 더욱이 와이어 액션과 검술까지 완수해야 했음에도.

“아무리 노력해도 반사신경으로 인해 눈이 깜빡이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1분 동안 참고 눈을 뜬 채 있었다면 이후부터는 그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 눈을 감으면 폭풍 눈물이 쏟아지고 통증이 찾아온다. 다시 슛 들어갈 땐 회복이 안돼서 충혈되곤 했다. 시사회의 큰 화면에서 그런 디테일한 부분이 드러나니까 예민해지더라. 타협하고 넘어갔던 부분이 보여서 속이 상했다.”

백성의 편에서 부패한 권력에 맞서 세상을 바꾸고자 싸웠던 젊은 날의 설랑은 동료이자 연인 유백(이병헌)의 배신 이후 맹인이 돼 제자 홍이(김고은)를 키우며 18년의 세월을 버텨낸다. 캐릭터 안에 사랑과 배신, 복수심, 회한, 모성애, 꼿꼿한 기상 등 많은 감정을 담아내야 한다. 워낙 겹겹의 감정이라 배우의 연기술과 무관하게 멋진 캐릭터가 될 수도, 태생적 한계를 지닌 캐릭터로 전락할 수도 있다.

 

“유백의 배신 이후 그녀의 시간은 죽은 시간이 돼버렸다. 모든 걸 거세당한 채 사는 삶이다. 세상과 단절하고, 모든 걸 닫고 살면서 협이라는 일념만 있는 여자라 최대한 감정의 절제가 요구됐다. 희로애락이 드러나선 안 되기에 무표정해야 했고. 분신 같은 홍이를 통해서만 감정이 드러나거나 폭발한다. 월소의 감정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세 인물 가운데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감정을 가져가는 인물이 월소다. 유백과 홍이의 경우 감정의 변화무쌍함이 있으므로 오히려 나보다 더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극중 지나치게 극적이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대해선 “사사로움을 끊어내는 게 협이라는 박흥식 감독님의 설명에 동의했다”며 “무협장르가 판타지를 담보하고 있는 점도 고려해 달라”고 부탁했다.

‘협녀, 칼의 기억’에서 소중한 두 동료와의 작업은 큰 기쁨이었다. 후배 김고은은 자신이 해야할 작업에 집중해서 집요하게 해내는 배우라 지지해주고 싶었다. 배우의 감정보다 현장이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은데, 캐릭터의 감정을 잡는데 시간이 걸리는 순간, 감독 및 스태프들에게 큰소리를 쳐가면서까지 김고은을 보호했다.

선생과 제자로 풋풋한 로맨스를 녹여냈던 ‘내 마음의 풍금’(1999) 이후 15년 만에 해후한 선배 이병헌과는 너무나 편안했다.

 

“몇몇 장면에서의 큰 감정 연기에 대한 부담은 있었으나 막상 오빠와 있을 땐 전혀 부담이 없었다. 긴 대사와 눈 깜빡임에 대한 강박으로 힘겨운 상황에서도 날 기다려줬고, 서로를 워낙 배려하니까 크게 부딪히는 법 없이 편하게 연기했다. 오랜만에 오빠랑 연기하니까 너무 좋았다. 병헌 오빠 뿐만이 아니라 김태우 문성근 이경영 선배님이 즐비해서 고은이만 없으면 내가 현장에서 막내였다. 오빠들한테 예쁨 받으며 촬영하니까 너무 기쁘고 즐거웠다.”

‘협녀, 칼의 기억’은 열 달의 기다림과 산통 끝에 얻은 자식과 같은 작품이다. 2004년 박흥식 감독의 ‘인어공주’ 때 박 감독으로부터 초안 아이디어를 처음 들었다. 당시엔 세 여검객 이야기라 흥미로웠다. 한참을 기다렸음에도 긴 시간이 걸렸다. 이후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지만 “당연히 해야 한다”고 여겼다. 내내 연락이 없어서 체면 불구하고 먼저 연락했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드라마가 워낙 강렬해서 무협액션이 잘 느껴지질 않았다.

그렇게 10년의 기다림을 숙성시켜 ‘협녀’에 참여해서인지, 전도연으로부터 영화에 대한 무한책임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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