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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블록버스터급 감정의 여배우 [인터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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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블록버스터급 감정의 여배우 [인터뷰] ①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8.1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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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평생 협(俠)을 지키고 산 무림 고수 월소에게서 여배우 전도연(42)이 포개졌다.

혼돈의 시대 고려 말을 배경으로 세 검객 유백(이병헌), 월소, 홍이(김고은)의 엇갈린 운명을 그린 무협멜로 ‘협녀, 칼의 기억’(8월13일)에서 대의와 복수를 위해 검을 드는 맹인 여검객 월소를 맡은 전도연. 싱그러운 CF스타로 데뷔, 영화 데뷔작 ‘접속’(1997) 이후 이야기를 좇아 살았다.

CF 계약은 기대하기 힘든 수위 센 불륜녀 캐릭터(해피엔드), 산골마을 꾀죄죄한 늦깎이 초등학생 소녀(내 마음의 풍금)에 주저함이 없었다. 대중이 여배우에게 기대하는 ‘청순가련하거나, 신비하거나, 귀엽고 가볍거나’와 같은 ‘이미지’에 연연하지 않았다.

 

“작품들을 선택할 때의 공통점은 이야기였다. 이야기만 좋으면 무거운 캐릭터, 가벼운 캐릭터 가리지 않았다. 하드보일드 멜로 ‘무뢰한’의 경우 모든 사람이 반대했다. 멜로영화 ‘남과 여’ 핑계를 대고 하지 말까도 생각했다. 무거운 이야기인 ‘협녀’ ‘남과 여’ 등이 앞뒤로 붙어 있어서 내 모습을 보는 게 힘들겠다 싶었다. 이렇게 연달아 개봉한 적도 없었다. 몇 번의 거절과 고민 끝에 수락했다. 그 이야기가 너무 오래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선택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다.”

그러기에 ‘협녀, 칼의 기억’에서 분신과 같은 제자 홍이를 연기한 김고은은 각별하게 다가온다. ‘은교’ ‘몬스터’ ‘차이나타운’이라는 녹록치 않은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는 그로부터 자신의 과거를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정지우, 허종호 감독님 등 고은씨의 출연작 감독들이 겹치는 부분도 있고 외모 상으로 비슷하단 말도 하더라.(웃음) 무엇보다 이야기를 좇아가는 걸 보니 남일 같지가 않다. 나 역시 ‘왜 그렇게 힘든 작품들만 하냐’는 소리를 들었기에 더욱 그렇다. 젊은 배우라 이미지도 중요한데 대견한다. 마음으로라도 지지해주고, 응원해주고 싶은 친구다.”

 

그러고 보니 출연작 가운데 대규모 블록버스터 영화는 없다. 중간 규모의 영화, 작품성과 밀도 높은 작품들만 포진해 있다. 상업성과는 거리를 유지한 채 독자적 행보를 해오는 것일까. 궁금증이 일었다.

“흥행에 대한 욕심, 있다. 내가 출연한 영화들이 매번 상업성이 있고 흥행될 거라 생각한다.(웃음) 1000만 관객이 드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이야기의 진정성이 있다면 규모가 크고 작건 간에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협녀’는 순제작비 90억원의 블록버스터이고 액션과 판타지, 진정성 있는 스토리가 함께 있으니까 관객이 흥미롭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어 특유의 까르르 웃음과 함께 “(내 출연작들은)늘 장르와 상관없이 감정만 블록버스터였다”고 말했다.

‘칸의 여왕’ ‘충무로 여제’ 타이틀을 지니고 살지만 전도연의 출발점은 드라마였다. 익숙한 매체이며 공간이다. 하지만 2005년 ‘프라하의 연인’ 이후 10년간 브라운관에서 그녀를 볼 수 없었다. 드라마로 복귀할 시점이 무르익은 듯 벌써부터 복귀작 소문이 한창 떠돌고 있다.

 

“그동안 몇 차례 출연 제의가 있었지만 격정적이고, 삶의 무게를 짊어진 캐릭터들이 많아서 거절했다. 드라마에선 삶의 고통이 느껴지는 인물보다 사랑받는 역할, 말랑말랑한 멜로를 하고 싶었다. 열연하기보다 즐기고 싶었다. 드라마스러운 드라마를 하고 싶다. 그런 작품이 다가온다면 망설임 없이 선택할 거다.”

스크린 진출 이후 전도연에 대한 일관된 평가는 “풍부한 감수성”이다. 20대부터 배역에 동화하면서 내밀한 연기를 탁월하게 소화해내고, 결혼과 출산 이후 더욱 깊고 넓어진 감정을 빚어내는 원동력으로 여겨졌다.

“캐릭터를 느끼려고 노력하는 건 분명 한계가 있다. 인물을 절로 느끼는 건 타고난 듯하다. 여기에 부단히 노력을 했다. 자연스레 습득이 되면서 연기화됐던 것 같다.”

'협녀'의 사전적 의미는 호방하고 의협심 있는 여자다. 한국을 넘어 세계가 인정한 협녀 전도연이 움켜쥔 검은 타고난 감성임을 그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고 있다. 현명한 여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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