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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언니'가 또 온다, 여자배구 플레잉코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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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언니'가 또 온다, 여자배구 플레잉코치 전성시대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9.10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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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이수진 코치 플레잉코치로 활용…제2의 장소연 될까?

[스포츠Q 이세영 기자] 왕년의 언니가 또 온다. 불혹을 훌쩍 넘긴 은퇴 선수들이 조카뻘 되는 선수들과 코트에서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펼친다. 신체적으로는 전성기를 훨씬 지났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기에 감각만 찾는다면 젊은 선수 못지않은 활약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2015~2016시즌에도 40대 여자선수를 배구코트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팀 코치가 선수로 복귀했기 때문. 주인공은 바로 이수정(42) 인천 흥국생명 세터 전담코치다.

흥국생명은 주전 세터 조송화가 무릎 부상을 안고 있어 세터진 선수층이 얇은 상황이다. 백업 세터 김도희가 있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이수정 코치에게 유니폼을 입히기로 했다. 이 코치는 이번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신고 선수로 흥국생명에 등록했고 앞으로 플레잉코치로 뛸 예정이다.

이수정 코치는 국가대표팀과 실업팀을 두루 거치며 많은 경험을 쌓았다. 1989년 유스 대표를 지난 이 코치는 1991년 주니어 대표, 1993~1996년 성인 대표팀에 몸담으며 나라를 위해 뛰었다.

아울러 1990년대 실업배구 한일함섬을 시작으로 호남정유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선수로 뛴 이수정은 지난 8월부터 흥국생명의 코치로 부임했다. 이 코치는 박미희 감독과 함께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단 구단에서는 선수보다 코치의 역할에 무게를 두겠다고 했지만 이 코치는 과거 선수로서 맹활약을 펼쳤기에 코트에서 어떤 면모를 보여줄지 기대되고 있다. 1991년 고등학교 졸업 당시 랭킹 1위에 오를 만큼 남다른 기량을 갖췄고 한일합섬에서 뛸 때도 1995년 슈퍼리그 우승을 견인하는 등 발군의 실력을 뽐냈다. 때문에 젊은 세터들이 많은 흥국생명은 베테랑의 관록이 필요한 시점에서 이 코치를 선수로 쓸 수도 있다.

앞서 김천 도로공사는 역대 최고 센터로 손꼽히는 장소연을 플레잉코치로 영입, 정대영과 함께 트윈타워를 구축했다. 장 코치는 코트 안에서는 공수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는 센터로, 코트 밖에서는 선수들의 멘토 역할을 하는 정신적 지주로 도로공사의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에 적잖은 공로를 세웠다.

이수정 코치 역시 장소연과 같은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흥국생명은 베테랑 세터 김사니가 팀을 떠난 뒤 외부 FA(자유계약선수)를 영입하는 대신 조송화를 키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조송화는 아직 완성된 선수가 아니다. 경기마다 기복이 있고 멘탈 문제도 있다. 여기에 또 다른 세터 우주리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됐다. 경기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베테랑 야전사령관이 절실했던 흥국생명은 이수정 카드로 어느 정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베테랑 세터를 영입해 성공기를 쓴 사례가 있다. GS칼텍스는 수원시청, 양산시청 등 실업무대에서 6년간 뛴 정지윤을 2013~2014시즌에 영입, 적잖은 효과를 봤다. 정지윤은 화려하진 않지만 노련한 플레이를 펼치며 그해 GS칼텍스의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GS칼텍스의 상황도 좋지 않았다. 주전 세터 이숙자가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소화할 수 없었고 신예 이나연은 개인 사정으로 배구를 쉬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정지윤이 동생들을 잘 이끌며 팀을 정상에 올려놨다. 베테랑 한 명이 팀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컸다.

선수와 지도자를 겸하며 팀 전력에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는 플레잉코치. 한때 리그를 주름잡았던 ‘잘 나가는’ 언니들이 돌아오기에 배구팬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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