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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Q 리뷰] '007 스펙터'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정말 이대로 끝내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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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Q 리뷰] '007 스펙터'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정말 이대로 끝내도 괜찮을까?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11.1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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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6대 제임스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007 시리즈'가 될지도 모를 '007 스펙터'는 화려하게 관객의 눈을 사로잡으며 시작한다. 

멕시코에서 실제로 진행되는 '죽은자들의 날' 축제의 한 장면으로 시작되는 '007 스펙터'의 오프닝은 그야말로 역대 '007 시리즈' 중 최고라고 단언할 수 있다.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를 헤치며 시작되는 스테디캠의 수려한 시점에서 시작되는 오프닝은 건물 폭파에서 좁은 헬리콥터 내부에서 펼쳐지는 아찔한 액션까지 그야말로 관객들이 눈 돌릴 틈 없을 정도로 빠르게 몰아붙인다. 

'007 스펙터'는 이야기에서도 기존 '007 시리즈'보다 한층 호쾌한 스타일을 자랑한다. 멕시코에서 시작해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영국을 넘나드는 스케일도 거대하고, 제목에서부터 이미 다니엘 크레이그가 등장한 '007 시리즈'를 관통하는 악당조직 '스펙터'의 실체가 드러남을 짐작할 수 있기에 한층 긴장감이 더해진다.

▲ 영화 '007 스펙터', 멕시코 '죽은자들의 축제' 모습과 다니엘 크레이그의 헬리콥터 액션신

하지만 '007 스펙터'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사전에 공개된 정보로 인한 기대감, 그리고 오프닝의 액션이 보여준 강렬한 쾌감에는 분명 미치지 못한다. 

'007 스펙터'에서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 분)는 내부와 외부에서 동시에 갈등을 겪는다. 내부의 갈등은 그가 몸 담고 있던 정보조직 MI6가 해체되면서 내부의 지원을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된 것이고, 외부의 갈등은 당연히 거대 악당조직 '스펙터'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007 스펙터'가 더욱 뛰어난 경지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내부의 갈등과 외부의 갈등이 서로 맞물리며 '제임스 본드'를 한층 궁지로 몰아넣었어야 하지만, 아쉽게도 '007 스펙터'의 양대갈등인 내부 갈등과 외부 갈등은 전혀 맞물리지 않는다. 

MI6의 통합과 정보공개를 주도하며 내부의 갈등을 주도한 맥스 덴비(앤드루 스콧 분)는 '스펙터'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지 않고 후반으로 갈수록 존재감이 모호해지다 어이없는 최후를 맞이하고, 외부 갈등의 극점인 '스펙터'의 오버하우저(크리스토퍼 발츠 분)는 '스펙터'의 중심인물이라는 위치다운 카리스마를 전혀 보여주지 못한다.

'007 스펙터'를 연출한 감독은 샘 멘데스. '아메리칸 뷰티'와 '로드 투 퍼디션'을 연출했던 샘 멘데스는 23번째 '007 시리즈'이자 역대 '007 시리즈' 최고의 성공을 기록한 '007 스카이폴'에 이어 '007 스펙터'까지 연출을 맡게 됐다. 하지만 '007 스펙터'를 보고 있으면 샘 멘데스 감독이 과연 '007 시리즈'의 본질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007 스펙터'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등장 이후 새롭게 변신한 21세기형 본드의 모습 대신 클래식한 '제임스 본드'의 모습이 많이 등장한다. 오프닝의 헬리콥터 격투신을 비롯해 본드카 애스턴 마틴으로 카체이싱을 벌이다 쿨하게 차를 버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툭툭 털고 가버리는 '제임스 본드'의 쿨함은 기존 다니엘 크레이그가 보여준 21세기형 제임스 본드에 비해 한층 클래식한 이미지를 더한다.

하지만 '007 스펙터'에서 찾아볼 수 있는 클래식 007 시리즈의 향기는 이런 외적인 표현이 전부다. '스카이폴'에서 그랬던 것처럼 샘 멘데스가 창조해낸 제임스 본드는 여전히 자신의 이야기에 파고들며 '제임스 본드'가 풍기던 냉소적인 카리스마가 실종된 모습을 보여주고, '007 카지노 로얄'부터 이어지는 퍼즐의 연결고리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관객이 무릎을 칠만한 멋진 연결고리는 전혀 만들어내지 못한다. 액션으로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역대 '제임스 본드' 중에 최고라고 하지만, 제임스 본드 특유의 멋에서는 위기상황에서도 적을 제압하고 능청스럽게 조크를 던지던 피어스 브로스넌의 그것에는 전혀 미치지 못한다.

▲ 영화 '007 스펙터'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다니엘 크레이그와 오버하우저를 연기한 크리스토퍼 발츠, 본드걸 매들린 스완을 연기한 레아 세이두

그리고 '007 시리즈'의 백미인 본드걸에는 연기파 배우 레아 세이두를 캐스팅해 앞선 시리즈보다 적극적으로 본드걸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여전히 '007 시리즈'하면 생각나는 본드걸 특유의 이미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다니엘 크레이그가 레아 세이두를 구출해 탈출하는 마지막 장면은 샘 멘데스 감독이 영화를 연출하기 귀찮았던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007 스펙터'를 마지막으로 '007 시리즈'에서 하차할 의사를 밝혔다. 2006년 '007 카지노 로얄' 이후 9년 동안 네 편의 영화. 피어스 브로스넌 이후 산소호흡기에 연명해 겨우 명맥만 이어가던 '007 시리즈'를 화려하게 부활시키며, '007 시리즈'를 '제이슨 본' 시리즈에 필적하는 액션 블록버스터 시리즈로 재탄생시켰으니 6대 제임스 본드로 그가 해야할 임무는 이미 충실히 완수했다.

하지만 이대로 다니엘 크레이그를 '제임스 본드'에서 떠나보내기에는 '007 스펙터'는 너무나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스케일이나 외적인 액션의 규모는 역대 '007 시리즈' 최고라 자평할 수 있지만, 어정쩡하게 풀려가는 사건이나 결말을 보고 있노라면 다니엘 크레이그에게 "정말 이대로 끝내도 괜찮겠냐?"고 질문이라도 한 번 던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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